명총 자랑하다 땡포 박에게 망신만 당한 이야기

     1985년 전남 사냥 때 이야기다.

전에도 이야기 한 적이 있지만 그 시절은 각 총포사에서 관광버스를 이용 사냥을 다녔다.

나도 신당 총포를 따라 다녔는데 서울 신당동에서 밤 11시 반에 출발하는 무박 2일 강행군이었다.

너무 늦어 잠잘 시간은 지났지 또 내일 사냥에 마음이 들떠 몹시 흥분되니 잠이 오나? 그러니 버스

에서 서로 술을 권하면서 담소를 하다 잠을 청하곤 했다.

그 날 유원건설 강 상무가 신사장이라는 분을 초청했는데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같이 나왔다.

서로 술잔이 오고가고 하던 중 신 사장 총 자랑이 나왔다.

이름은 잊었으나 이태리 베레타 12ga. 28" 명총(名銃)인데 정말로 문외한이 볼지라도 기가 막히게 고

급스러워 보였다.

액션부가 멋진 사냥그림으로 수조각(手彫刻: 손으로 한 조각, 기계조각보다 훨씬 비쌈)이 되었고,

수조각한 꿩을 18금으로 입혔으며 액션부가 백통(총 소유주는 백금 도금이 아니라 백금을 섞어 제련

했다 함. 크롬도금인 듯?)에다 사이드 락, 더욱이 방아쇠는 18금으로 되어 있어서 꽤 화려했다.

내가 선친께 물려받은 엽총은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이태리 베레타회사에는 이 명총(名銃: 유명한 총)의 족보까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명총을 구입하게 된 동기가 좀 웃긴다.

박 대통령 시절 어느 사업가가 김형욱 정보부장에게 선물하려고 특별 주문 제작해 온 것인데(그 때

무려 5천만 원이나 들여, 믿거나 말거나 명총 소유자의 말. 그러나 정말로 그 정도 가치가 있어 보였음.)

그만 김 부장이 실각해 선사도 못 하고 또 바로 금렵이 돼 경찰서에 영치(領置) 된지 10년이 넘게 방치

되어 있었다. 그 당시 신 사장이 중앙정보부에 근무할 때 이 소식을 듣고 병석에 누워 오늘내일하던

소유주와 담판, 부라우닝 5연발 2정 값으로 구입하였단다. 언제 사냥이 시작될지 기약이 없었음으로.....

그런데 술이 거나해진 신사장이 너무 큰 소리로 계속 총 자랑을 늘어놓으니 연세 드신 선배엽사(先

獵師)님들께서 많이 식상하셨던 것 같다. 또 그 때 우리는 40대가 좀 넘는 나이 어린 엽사였고

대부분 60이 넘은 선배님들이라 젊은이가 술에 취해 계속 귀가 따갑게 명총 자랑을 늘어놓으니 모두

잠도 못자고 신경이 날카로워지셨다.

내가 이제 너무도 멋진 엽총을 잘 감상하고 들었으니 그만 하고 잠이나 자자해도 계속 떠들어 대니 이

땡포 박, 의리의 사나이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여보, 신사장님! 유명한 명총인 줄 잘 알았으니 그만 하세요! 잠 좀 잡시다. 선배님들께서도 못 주무

시잖아요!"

"내가 떠든다고 잠 못자나? 이 총이 어떤 총인데?"

이 땡포 박도 이젠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여보! 그 명총엔 미사일 달렸오? 쏘면 떨어지게... 목수가 연장 좋다고 일 잘 하나? 실력이 있어야 하

는 거지!"

이 말을 들으신 선배님들이 일제히 와! 웃으시면서 "박사장 말이 맞아! 명총은 거저 떨어지나?"

박장대소들 하셨다.

물론 총 자랑하던 신 사장은 머쓱해져 모자를 덮고 뒤로 누워 잠을 청하는 척 했다.

옆에 있던 아내는 내 옆구리를 꾹꾹 찌르면서 속삭이는데, "여보! 사람을 그렇게 무안을 주면 어떡해

요?"

나도 화가 나 내뱉고 보니 아차! 너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나는 정식으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또 신사장도 자기가 너무 술에 취해 실수를 했다고 하면서 선배님들께 용서를 빌었다.

그 날 강진군 작천면에서 내려 사냥을 하는데 그 많았던 꿩들이 어디로 숨었는지 좀처럼 볼 수가 없

다. 겨우 세 마리를 지고 나오는데 큰 길에 나가기 전 넓은 냇가에 이르니 꿩이 거기에 다 모여 있는

듯, 눈이 며칠 전 많이 와서 쓰러진 갈대 속에다 애견 "케미"가 포인, "들어가!"

"꺼겅 껑 껑!"

"탕!" "털석!"

또 포인, "들어가!"

"꽈드등!"

"탕!" "툭!"

뒤에 계신 노 선배님께서는, "잘 쏘느만!" "잘 쏘느만!" 연방 하신다.

20분도 안되어 무려 다섯 마리를 더 잡았다.

 

어~라! 그런데 우리 버스가 아직 시간도 되질 않았는데 빵! 빵! 경음기를 울리면서 지나가는 것이었

다.

이젠 꿩이고 사냥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큰길로 달려 나갔다.

공포를 쏘는데도 멈칫하더니 그냥 달리는 것이다.(공포를 쏴도 차 속에선 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그 때

처음으로 알았다)

여기가 어딘가? 전남 강진군 작천면이 아닌가?

낙오 되면 큰일이다 싶어 내달렸다.

또 그전에도 낙오된 엽사(獵師: 사냥꾼)들이 더러 있었는데 찾으러 왔다 갔다 할 땐 그 엽사가 얼마나

한심스럽고 미웠었는데 내가 다 낙오를 하다니 이를 악물고 뛰었다.

총이 없는 아내는(아내는 1990년부터 소유) 원래 가벼운 몸이라 잘도 따라왔다.

아니, 오히려 앞장을 섰다.

뒤에서 나보다 12년 연장이신 노사장님도 입에 거품을 물고 따라 오시고.....

다행히 큰길에서 택시를 만났다.

손님이 한 분 타고 있었으나 기사에게 염체 불구 사정 설명하고 돈은 두둑하게 드릴 터이니 버스 좀

잡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20여분 전속력으로 달린 다음에야 따라잡을 수가 있었다.

택시기사께 먼저 탄 승객요금까지 넉넉히 지불하고 버스에 오르니 땀이 범벅!

약이 오를 대로 올라 시간 전에 지나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소리를 빽빽 지르니 다시 돌아가려고

했는데 웬 택시를 타고 왔느냐고 오히려 핀잔이다.

"조카님이 누군데 여기다 떨어뜨리고 가겠느냐고..."(신당총포 고 김건철 사장이 어머님 이종사촌 동

생)

"어! 조카님! 꿩을 많이 잡았는가 봐!"

회원들이 일제히 "와! 역시 명포야! 명포!"

이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져 좀 진정 되었다.

"몇 마리 잡았어?" "8마리요!"

"노 사장님한테 2 마리, 내 조끼에 6마리!" "어! 조카님 배낭에 5마리밖에 없는데..."

"그럴 리가 있나요?"

노사장님께서도, "분명히 6마리인데!"

없다.

버스만 바라보고 열심히 죽자고 뛰어 오느라고 꿩을 한 마리 흘리는 것도 몰랐나 보다.

신당총포 김 사장께서는 좀 미안한지, "찾으러 가자!"

"아니오! 시골 사람들에게 준 셈 치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신 사장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어제 지은 죄로 미안해하며, "몇 마리 잡았수?"

못 잡았단다.

"내가 발칙한 소리를 해서 부정 탄 것이 아닙니까?"

"천만에요! 그럴 리가 있나요? 개가 없어 꿩을 제대로 못 만났어요."

하나도 못 잡은 선배 엽사님들이 많아 우선 제일 큰 것으로 한 마리만 내 놓았다.

계면쩍게 꿩 한 마리를 건네받은 신 사장에게 초등학교 다니는 아드님 말씀,

 

"아빠! 요전에 집에 가져 온 것도 버스에서 잡은 거야?"

 

( 끝 )

 

2월 마지막 주에 서부총포에서는 또 노은면으로 출렵하였다.

원래 충북은 2월이면 거의 꿩 만나기가 어려웠다.

하루 진종일 한 마리도 못 보고 힘없이 터덜터덜 내려오는데 땔감 나무를 한 짐 진 농부가,

"뭐 좀 잡았소?"

"하루 종일 한 마리도 구경 못했다오." 하니

"요위 고추밭에 방금 숫꿩이 한 마리 내려앉던데..." 라는 것이다.

우리가 다 뒤지고 내려가는 것을 보고 살며시 내려왔나 보다.

귀가 뻥 뚫려 둘이서 부지런히 고추밭을 찾았다.

막 고추밭 입구에 도달 하자마자 꿩은 이내 60m앞 밭 끝에서 푸드득 나는 것이 보였다.

총을 들려니 벌써 70m 이상 날아가고 있었지만 너무도 아쉬워 겨냥도 제대로 못하고 "탕!"하고 한발

쏘니 끄떡없이 유유히 높은 산 8부 능선에 앉는 것이다.

무슨 꿩이 그 높은 산꼭대기로 300m나 넘게 날아간담?

얼마 만에 어렵사리 본 꿩인데 너무도 기가 막혔다.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입을 꽉 다물고 배낭을 벗었다.( 그 때는 버스에서 내려 하루 종일 사냥을

하기 때문에 먹을 것과 음료수 또 꿩도 넣을 수 있는 배낭을 지고 다녔음.)

"이 배낭 좀 맡고 계셔요."

"뭐요? 아, 거기가 어딘데 쫓아간단 말이요?"

"금년 씨즌 마지막인데 아직 시간도 넉넉하니 도전 한 번 해 봐야죠!"

다행히 성묘 길을 만드느라고 200m 이상 길을 닦아 놓았기 때문에 용기를 냈다.

그러나 막상 오르다 보니 너무도 힘들어 후회막급이었다.

2월 마지막 주라 날씨도 너무 따듯했고 200m이상 오르고 보니 길은 없지, 발목은 묵은 낙엽에

 2~30cm 이상 푹푹 빠지질 않나, 또 칙 넝쿨이 몸을 휘감지를 않나 너무도 힘들어 땀으로 온몸이 다

젖어 멱을 감은 꼴이 되었고 머리, 얼굴에도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눈도 따가워 뜨기도 힘들었다.

산 아래서 노 선배님은 내가 보이는지 "좀 더! 위! 위~! 더 위!!"하시는데 포기할 수도 없고 진퇴양난일 수밖에.....

정신을 가다듬고 사방을 둘러보니 아주 큰 장송들이 쭉쭉 뻗어 있고 그 장송 나무 가지가 온통

하늘을 뒤덮고 있는데 정면 한 70도 각도에 사방 15m 쯤 뚫려 있는 것이 보였다.

"네 놈이 날면 저기로 올라 나가겠지!"라고 예측하며 "앞에 총"을 하고 천천히 올라갔다.

애견 "케미" (잉글리쉬 세타, 그 때 10개월쯤: 겨우 포인할 정도)도 발이 낙엽에 푹푹 빠져 은근히 겁이

났는지 내 뒤꽁무니만 따라오다 내가 앞에 총을 하는 것을 보더니 10m 앞으로 나갔다.

한 3~40m 올라가다 보니 개 앞 20m에서 "꽈드등!"하고 일어나는데 예상대로 뻥 뚫린 곳으로 솟아

르는 것이다.

예측하고 잇던 터라 "탕~!"

"명중!"

고꾸라지는데 계곡 쪽이었다.

그러나 찾을 수가 있어야지, 이거야 원.....!

다행히도 산 아래서는 떨어지는 것이 보였던지 좌로, 우로 소리치시는 게 들렸지만 내가 더 올라가니

내가 있는 곳이 안보여 허사고.....

그러나 허~ 이게 웬일?

애견 케미가 척~ 포인(pointing)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혹 다른 꿩인 줄 몰라 바짝 긴장하고 주시하는데.....

케미는 석고처럼 굳어 있고.....

5m, 10m, 20m 앞을 좌우로 살피고 있는데 20m 정면에 가느다란 갈대 같은 풀잎이 바람에 살랑 살랑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이 높은 산 위에 웬 긴 갈대잎?

아! 그것은 장끼의 긴 꼬리였던 것이다.

욘석이 죽어 가면서도 낙엽 속에 자기 몸을 파 뭍어 교묘히 숨겼던 것이다.

그 날 귀가버스에 오르니 노선배님은 아주 집념이 강한 젊은 명포수라고, 원래 목소리도 크시지만 더

큰 목소리로 칭찬해주시고 축하한다고 캔 맥주까지 사 주시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더군다나 차에 올라온 장끼는 내가 잡은 한 마리뿐이었다.

더욱이 버스 안에는 나보다 더 젊은 포수는 하나도 없었고 모두가 다 선배님이었다.

그 선배님들 모두가 일제히 축하의 박수를 쳐주시면서 이구동성으로, "그럼, 박사장은 명포수지! 명포

구말구!"

이 땡포 박! 감읍해서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해 선배님들께 연실 꾸벅꾸벅 절을 하면서, "감사합니

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비록 꿩은 한 마리밖에 잡지 못했지만 마지막 사냥을 대미로 장식하기엔 충분했다.

 

(이렇게도 땡포 박과 호흡을 맞추시던 노 선배님께서 작년 6월 6일 소천을 하셨다.

향년 85세 일기로. 돌아가시기 몇일 전에 평소 사랑하던 후배들을 불러 저녁을 사주시면서 당신들 덕

분에 30년 내내 난 무척 행복했다. 너무 너무 고맙다. 특히 박병화 사장 내외에게는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남길 때 우린 너무도 슬펐다.)

“노 선배님! 삼가 명복을 빕니다!”

 

(가) 노한성 선배님과 얽힌 이야기

 

만리동 소재 서부총포(박등용 선배님 운영)에 따라다니던 시절 이야기다.

1984년 12월 하순 충북 충주시 노은면.

2, 3일전 눈이 많이 온데다가 추워져 길이 얼어붙어 매우 미끄러워 사냥하기 힘들었다.

큰아이가 시험 중이라 아내는 집에 있고 나만 혼자 사냥을 나섰다.

 

노은면은 금렵 전에도 선친을 모시고 동생과 함께 사냥을 한 적도 있고, 금렵 후 노은 저수지에 선

친을 모시고 여러 번 낚시도 갔었으며, 또 먼 친척이 사는 동네라 지리도 환하고 낚시할 때 사방에서

꿩이 많이 울어 충북사냥을 시작하게 되면 여기부터 치리라 마음을 먹었지만 단체 출렵(出獵:사냥 가기)

때문에 못 가다가 내 간청에 서부총포 박 사장이 양보하여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사냥을 시작하고 보니 누가 앞에서 계속 총을 쏘아 대는데 잉글리쉬 세타(English setter)

강아지를 끄는 나로서는 한 마리도 구경할 수가 없었다.

어찌나 약이 오르던지 아무리 빨리 가려고 해도 2, 3일전 많이 내린 눈 때문에 미끄러져 앞서지도 못

하다 노은면 끝자락 야산중턱에서 오십 대가 좀 넘어 보이는 엽사(獵士) 한 분을 만났다.(땡포 박은 42세)

꿩을 무려 열댓 마리나 만났는데 한 마리도 못 잡았다는 것이다.

그분의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내 앞에서 꿩이라는 꿩을 다 날려 버린 것이 기분 상했고 그렇게 총을

많이 쏘고도 한 마리도 못 잡았다니 좀 한심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서울이야요."

"개인플레이 오셨나요?"

"아니야요. 서부총포 따라 왔시오!"

"어? 나도 서부인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연세를 여쭈어 보니 나보다 12년 위 띠 동갑이시었다.

"실례지만 고향이 이북이신가요?"

"네!"

"이북 어디 신가요?"

"신의주 밑 철산이야요."

"철산이면 제 처가가 철산인데..."

"뭐요? 성씨가?"

"하동 정씨에요."

철산엔 하동 정씨가 많이 살고 있었고 한 동네란다.

처가를 훤히 알고 계셨다.

너무도 뜻밖에 고향사위 만났다고 좋아서 악수도 하시고 이것도 인연이라 하시며 매우 반가워 하셨다.

(그 후 이분의 말씀은 내가 처갓집 이웃사촌을 만났다고 너무도 좋아하면서 자기를 얼싸안았다고 함.)

이리하여 우리는 서로 마음이 통해 그 후 지금까지도 함께 공렵(共獵: 함께 사냥하는 것)을 하고 있다.

무려 20년 이상을(2005년 기준)......

어떻던 돌아오던 길에 내가 꿩을 두 마리 잡았는데 다행히도 척척 떨어트리니 젊은 사람이 어디서 불

질(총질의 옛말)을 배웠느냐고, 명포수(名砲手)라고 너무 치켜 주시길래 두 마리 다 가져갈 수가 없어

한 마리 드리고 철수.

그 다음부터는 늘 나를 따라 다니셨다.

 

초보 엽사 김순기씨와 서부총포사(1983년 11월 셋째 주 일요일)

     금렵(禁獵)동안 내내 낚시만 하다가 1982년 사냥금지가 풀린 뒤 일년이 지나 1983년 11월부터

 다시사냥을 시작할 수가 있었다.

첫해에는 강원도였지만 이번엔 경상남도였다.

아버님께서 물려주신 명총(名銃) 스페인제(製) 에이바 베롯타(?) 12ga. 28"(28 inch)로 쏘는데 그 옛

의 실력은 어디로 가고 한 마리도 못 잡는 거였다.

이 총은 개머리가 2cm 잘려 있어 영 조준이 안 되었다. 그래서 짧은 개머리에 맞추어 열심히 거총연

습(据銃練習: 총을 어깨에 대고 겨냥하는 연습)을 했는데도 나가 보면 실렵(實獵: 실제 사냥)에서는

그렇게 안 되어 항상 위로 쏘는 결과가 되니 잡을 수가 있나?

할 수 없이 이 명총을 영치(領置: 경찰서에 보관) 시키고 내가 금렵 전에 쏘던 벨기에 제(製)

부라우닝(Browning) 5연발을 출고(出庫)하여 처음으로 사냥을 나섰다.

그런데 이 부라우닝 5연발로 견착(肩着: 겨냥하려 어깨에 대는 동작)을 해 보니 눈에 척척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때에는 서부총포로 단체출렵(團體出獵)을 다녔었다.

세 번인가를 꽝을 쳤더니 서부총포의 박 사장이나 허 총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완전히 땡포로 치는

데 정말로 기분이 나빴으나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두세 번 사냥에 꿩을 한 마리도 잡지를 못했으니까.....

엽장(獵場)이 경남 산청군인데 총도 못 쏘는 사냥꾼이라고 내가 원하는 엽장(獵場: 사냥터)에서는 내

리지 못하게 하고 아무 데나 땡포(총을 잘 못 쏘는 포수)들 대여섯 명을 한꺼번에 내려 주니 너무도

 한심하여 짜증이 났지만 어찌 할 수 있겠는가? 엽사(獵師: 사냥꾼)들이 너무 많이 참석해서 그런 것

 같았다.

또 그 때엔 왠 그리 많은 사냥꾼들이 몰려드는지 항상 40명이 넘어 버스가 꽉 꽉 찼었다.

거기다가 개도 같이 실으니 어떻겠는가? 개가 오줌 싸고 실례를 하지 않나 아주 난장판 아니 개판이다.

더군다나 꿩도 못 잡는 주제에 아내까지 대동했으니 더 괄시를 받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여자는 반값만 받아 더 이득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하여튼 우여곡절 끝에 사냥을 하는데 여럿이 내렸으니 겨우 포인(pointing)이나 하는 "쫑"이라는 엉터

리 포인터(pointer)를 끄는 나로서는 도통 꿩을 만날 수가 없었다.

점심을 먹고 산 위를 쳐다보니 사냥꾼 두어 명이 사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개가 없었다.

옳다!

개가 없으니 도망 안간 꿩이 있겠다 싶어 부지런히 올라가 보았다.

어떤 서울 말씨를 쓰는 사냥꾼 말씀,

"꿩이 6~7마리가 앉았는데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안 보이네요! 우리 아이와 함께 30분을 샅샅이 두

졌는데...!"

내가,

"개가 없으면 잘 날지 않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요?"

그러자 바로 우리 "쫑"이 포인을 했다.

나는 내심 꼭 잡아 망신을 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꽤 긴장이 되었다.

같이 쏘면 좀 나을 것 같아,

"여기 꿩이 숨어 있군요! 자! 쏠 준비를 하세요!"

그랬더니 그 엽사가 날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너 미첬냐? 보이지도 않는 꿩이 어디 있다고 그래!"하

는 것 같았다.

"쫑! 들어가!"

"꽈드등!"

"앗!~?"하며 그 사냥꾼이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탕! 탕!"

떨어지는데 선불(하우찌: 날개만 부러진 꿩) 같다.

재빨리 뛰어갔다.

그런데 떨어진 바로 그 자리에다 우리 "쫑"이 "포인!",

"들어가!"

"푸드득! 푸드득! 끽! 끽!"

드디어 한 마리를 잡았다.

그 사냥꾼 말씀, " 어! 나보다도 더 어리신 것 같은 데 사냥을 잘 하시네요! 어디서 오셨어요?"

"서울인데요! 서부총포 따라 왔어요!"

"어! 나도 서부인데....!"

그렇게 해서 그 날 처음 사냥을 나온 김순기 엽사(땡포 박보다 4년 연상인 듯?)를 만났다.

같이 사냥하기로 하여 나를 따라 다녔다.

"장끼는 이런 양지보다는 건너편 음지에 있지요!", 땡포 박 이야기.

정말 산구비를 돌아 음지에 가자마자 "쫑"이 또 포인을 한다.

앞에 총을 하려니 벌써 나간다.

재빨리 "탕!"

어? 선불이다.

개가 봤기 때문에 곧장 쫓아가니 장끼가 더 도망을 못 가고 땔감 나무 묶어놓은 곳으로 숨는다.

거기에다 또 포인! 앞에서 포인하니까 장끼가 뒤로 물러나니 긴 꽁지가 나무 밑으로 쑥 빠져 나왔다.

"물어!"

이렇게 해 꿩 두 마리를 쉽게 잡으니 이 김순기엽사는 땡포 박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

한 마릴 드리고 버스에 오르니 축하한다고 박 사장과 허 총무가 야단법석이다.

나는 좀 쑥스러웠다.

금렵 전에는 오전에 14마리나 잡은 적도 있었는데, 이게 영 아닌데 하고.....

그 때 경남은 꿩이 참 많았건만 사냥꾼들이 너무 나이가 많아서 또 10년 만에 금렵이 풀렸기 때문에

몇마리가 올라오지 못했다.

그러니까 축하의 찬사가 쏟아진 것이다.

 

다음 주,

김순기 엽사가 개를 데리고 나왔다.  얼핏 보기에 아이리쉬 세타(Irish setter) 튀기였다.

서울로 올라온 그 다음날 시장에서 사 온 것이다.

내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난 다음에야 다음해에는 그 개를 포기하고 “죤"이란 영포(English pointer)를

구한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분은 1년 반 동안 내가 노한성 선배님을 만날 때까지 항상 같이 엽행(獵行: 같이 사냥가기)을 했다.

 

꿩을 두 마리 잡은 다음부터는 제대로 된 엽장을 할애 받을 수가 있었다.

더군다나 엽장을 고르는 솜씨를 보더니 아! 나이는 어리지만 꽤 실력이 있는 젊은이구나를 느꼈던 모

양이다.

이때부터 한 번 출렵(出獵)에 꼭 꿩 2~3 마리를 선배 엽사님 드리라고 내 놓으니 그 실력을 인정

받아 아무리 늦게 나와도 버스에서 좋은 좌석(座席) 두 자리를 차지하는 행운을 누렸다.

또 좋은 자리를 앉기가 너무 미안해 선배님들께 양보해도 아내와 동행이라서 또 잡은 꿩을 제일 많이

내 놓는 후배가 대견해서인지 사양하셔 할수없이 앉곤 했다.

또 꿩을 얻어 간 선배님들은 다음 출렵때 꼭 소주와 안주를 선물로 주셨다.

"박사장! 지난번 꿩 고마웠오! 이거 진로소주인데 지방에선 귀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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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에 잡힌 꿩 이야기

 

1972년 3월 마지막 일요일.

말은 1년간 수렵금지라고 발표는 되었지만 다음 엽기부터 기약 없는 금렵이 시작된다고 사냥꾼들은 다 넋이 나갔다.

이유는 너무 남획되어 야생동물이 씨가 말라 보호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청화대 경호실에서 박종규 실장이 주동이 되어 유신 개헌 후 박대통령 안위가 걱정이

되어서 기한 없는 금렵이 시작된다는 것을 모르는 엽사는 아무도 없었다.

그 누구 하나도 서슬 시퍼런 권력에 "아야!" 소리도 못하고 거부운동도 펼칠 수도 없었다.

집안에서 삼삼오오 엽사들 끼리 만 불평을 했지 정정당당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바야

흐로 수렵 암흑기가 시작되는 거였다.

 

이렇게 어수선하고 비참하고 암담한 심정에서 마지막 사냥을 하게 되었다.

그 때는 3월 마지막 일요일이라 대흥총포 낚시회에서 반 이상은 낚시꾼, 열 서너 명은 사냥꾼으로 짬

뽕이 되어 충남 예산군 삽교로 출조(出釣), 출렵(出獵)하여 낚시꾼은 삽교 수로(水路)에다, 사냥꾼은

인근 야산에다 풀어 놓았다.

한 군데로 풀었으니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아버님은 원래 몸이 불편하셔서 걸음이 늦으셨다.

걸음 빠른 선수들은 다 훑고 지나간 자리를 우리는 천천히 뒤져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3년차 애견 "케리(잉글리쉬 세타와 잉그리쉬 포인터의 1대 혼합 견)"를 믿기 때문에 서

두를 필요가 없었다.

이 개는 내가 훈련을 시켰는데 2년차에 포인, 운반, 선불 꿩(총에 맞아 날개가 부러진 꿩) 회수 등 못

하는 게 없었다.

다만 물에 안 들어가고 추위를 타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무엇보다도 포인 동작은 일품이었다.

꿩이 숨어 있는 방향으로 포인하여(고개를 좌, 우로 돌려) 꿩이 있는 방향을 가르쳐 주었고, 꿩이

길 때 자기도 따라 기는, 또 떼 꿩은 서서 포인하는 등 나하고의 의사소통은 정말로 끝내 주었다.

그 해, 마지막 해에는 186마리나 잡게 해주었던 명견이었다(거의 주말 사냥으로).

지금도 아쉽다.

개는 5, 6년일 때 최고의 절정기인데 그만 금렵으로 피지 못하고 봉오리로 시든 것이.....

 

남이 흘린 꿩을 포인하여 1마리를 잡게 해주었고, 하나는 남이 튀긴 꿩이 전속력으로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사격장 솜씨로 리-드하여 잡아 당겨 쏘아 정확히 명중시키는 것을 보신 아버님

께서는 박수를 치시면서, "야! 기가 막힌 솜씨구나!"

이젠 대흥 총포가 아니라 어느 사냥꾼도 너를 따라 올 수 없겠다고 극구 칭찬을 하셨다.

또 꿩을 튀긴 사냥꾼들이 와서 자기네가 쏜 꿩이라 우기면서 달라고 하기에 내가 쏜 것이라 하니 믿

지를 않아 해명하는데 진땀을 흘렸다.

하여튼 걸음 늦은 우리가 마지막 수렵에서 2마리 잡은 것은 대단한 엽과(獵果)라 하시면서 매우 기뻐

하시던 아버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한참 선친과 양지에 앉아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등 세상 돌아가는 말씀을 나누며 쉬던 중 청둥오리

떼들이 200m앞 논에 내려앉는 것이 보였다.

 

"이제 꿩은 그만 잡고 저 오리나 잡아 와라! "케리"는 내가 붙들고 있을 테니까..."

혼자 살~살 몸을 구부리며 논뚝 밑으로 전진하여 70m쯤 남겨 놓았는데 별안간 오리가 다 나는 것이

다.

일어나 사방을 살펴보니 우리 개 "케리"가 날 찾으러 온 것이다.

"아니? 잘 붙잡고 계신다더니 어떻게 되신 거지?"

아버지 쪽을 쳐다보았다.

개를 놓쳤다고 미안해하시며 그냥 올라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그래도 이왕 온 김에 시간도 있고 바닷가 쪽이나 훑어보자는 심사에서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했다.

아! 그런데 우리 명견 "케리"가 바다 반대 쪽 낭떠러지에다 척! 포인(pointing)하고 있질 않는가?

내가 서있는 데서 한 30m 아래에 키가 50cm도 안 되는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힘겹게 벼랑에 버티고

있었다.

거기에 꿩이 숨어 포인을 한 것 같았다.

아마 다른 개들은 다 그냥 지나친 것이리라.

천천히 "앞에 총"을 하면서, "케리! 들어가!"

"꽈드등!"

묵은 장끼 한 마리가 아래 작은 소나무에서 탈출하는 것이 보였다.

"너! 요놈! 넌 죽었다!"

엽총을 재빨리 견착(肩着) 하는데, "꽝!".

생전 처음 오발을 한 것이다.

이내 바로 정신 차리고 꿩이 올라오길 기다리는데 꿩이 안보여 급히 총구를 좌우, 상하로 겨누어 보

았으나 그래도 꿩이 보이 질 않는 것이다.

총을 내리고 골짜기 밑을 내려다보니, 어~랍쇼! 절벽 5~60m 아래서 꿩이 머리에 맞았는지 제 자리에

서 펄떡 펄떡 뛰는 게 보였다.

명견 "케리"는 길을 찾아 돌아 내려가고 있었고... 재수 되게 없는 꿩이다.

지금 이 순간만 넘기면 천수를 다 할 수 있을 터인데.....

 

"총소리가 나던데 뭘 쏜 거니?" 선친께서 물으셨다.

"뭐! 오발? 얘! 다치지 않았니?"

"그런데 그 오발에 꿩이 떨어졌지 뭐예요."

상황 설명을 해 드렸더니 박장대소를 하시다, "너는 운이 억세게 좋았는데 그 꿩은 아니구나!"

먼 산을 쳐다보시면서 쓸쓸한 표정으로 말씀을 흐리셨는데 이제 와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무리 잡는다 해도 사냥꾼의 마음과 도리가 있다는 것을.....

 

(후기)

그 날 우리만 3마리 잡았지 다른 엽사들은 모조리 꽝을 쳤다.

아마도 우리 개 "케리"가 명견이었기 때문에 꿩을 만날 수 있었고 또 운도 무척 좋았지 않았나 싶다.

꿩을 만나는 것은 항상 행운이 따라야 되는 법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