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총 자랑하다 땡포 박에게 망신만 당한 이야기

     1985년 전남 사냥 때 이야기다.

전에도 이야기 한 적이 있지만 그 시절은 각 총포사에서 관광버스를 이용 사냥을 다녔다.

나도 신당 총포를 따라 다녔는데 서울 신당동에서 밤 11시 반에 출발하는 무박 2일 강행군이었다.

너무 늦어 잠잘 시간은 지났지 또 내일 사냥에 마음이 들떠 몹시 흥분되니 잠이 오나? 그러니 버스

에서 서로 술을 권하면서 담소를 하다 잠을 청하곤 했다.

그 날 유원건설 강 상무가 신사장이라는 분을 초청했는데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같이 나왔다.

서로 술잔이 오고가고 하던 중 신 사장 총 자랑이 나왔다.

이름은 잊었으나 이태리 베레타 12ga. 28" 명총(名銃)인데 정말로 문외한이 볼지라도 기가 막히게 고

급스러워 보였다.

액션부가 멋진 사냥그림으로 수조각(手彫刻: 손으로 한 조각, 기계조각보다 훨씬 비쌈)이 되었고,

수조각한 꿩을 18금으로 입혔으며 액션부가 백통(총 소유주는 백금 도금이 아니라 백금을 섞어 제련

했다 함. 크롬도금인 듯?)에다 사이드 락, 더욱이 방아쇠는 18금으로 되어 있어서 꽤 화려했다.

내가 선친께 물려받은 엽총은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이태리 베레타회사에는 이 명총(名銃: 유명한 총)의 족보까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명총을 구입하게 된 동기가 좀 웃긴다.

박 대통령 시절 어느 사업가가 김형욱 정보부장에게 선물하려고 특별 주문 제작해 온 것인데(그 때

무려 5천만 원이나 들여, 믿거나 말거나 명총 소유자의 말. 그러나 정말로 그 정도 가치가 있어 보였음.)

그만 김 부장이 실각해 선사도 못 하고 또 바로 금렵이 돼 경찰서에 영치(領置) 된지 10년이 넘게 방치

되어 있었다. 그 당시 신 사장이 중앙정보부에 근무할 때 이 소식을 듣고 병석에 누워 오늘내일하던

소유주와 담판, 부라우닝 5연발 2정 값으로 구입하였단다. 언제 사냥이 시작될지 기약이 없었음으로.....

그런데 술이 거나해진 신사장이 너무 큰 소리로 계속 총 자랑을 늘어놓으니 연세 드신 선배엽사(先

獵師)님들께서 많이 식상하셨던 것 같다. 또 그 때 우리는 40대가 좀 넘는 나이 어린 엽사였고

대부분 60이 넘은 선배님들이라 젊은이가 술에 취해 계속 귀가 따갑게 명총 자랑을 늘어놓으니 모두

잠도 못자고 신경이 날카로워지셨다.

내가 이제 너무도 멋진 엽총을 잘 감상하고 들었으니 그만 하고 잠이나 자자해도 계속 떠들어 대니 이

땡포 박, 의리의 사나이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여보, 신사장님! 유명한 명총인 줄 잘 알았으니 그만 하세요! 잠 좀 잡시다. 선배님들께서도 못 주무

시잖아요!"

"내가 떠든다고 잠 못자나? 이 총이 어떤 총인데?"

이 땡포 박도 이젠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여보! 그 명총엔 미사일 달렸오? 쏘면 떨어지게... 목수가 연장 좋다고 일 잘 하나? 실력이 있어야 하

는 거지!"

이 말을 들으신 선배님들이 일제히 와! 웃으시면서 "박사장 말이 맞아! 명총은 거저 떨어지나?"

박장대소들 하셨다.

물론 총 자랑하던 신 사장은 머쓱해져 모자를 덮고 뒤로 누워 잠을 청하는 척 했다.

옆에 있던 아내는 내 옆구리를 꾹꾹 찌르면서 속삭이는데, "여보! 사람을 그렇게 무안을 주면 어떡해

요?"

나도 화가 나 내뱉고 보니 아차! 너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나는 정식으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또 신사장도 자기가 너무 술에 취해 실수를 했다고 하면서 선배님들께 용서를 빌었다.

그 날 강진군 작천면에서 내려 사냥을 하는데 그 많았던 꿩들이 어디로 숨었는지 좀처럼 볼 수가 없

다. 겨우 세 마리를 지고 나오는데 큰 길에 나가기 전 넓은 냇가에 이르니 꿩이 거기에 다 모여 있는

듯, 눈이 며칠 전 많이 와서 쓰러진 갈대 속에다 애견 "케미"가 포인, "들어가!"

"꺼겅 껑 껑!"

"탕!" "털석!"

또 포인, "들어가!"

"꽈드등!"

"탕!" "툭!"

뒤에 계신 노 선배님께서는, "잘 쏘느만!" "잘 쏘느만!" 연방 하신다.

20분도 안되어 무려 다섯 마리를 더 잡았다.

 

어~라! 그런데 우리 버스가 아직 시간도 되질 않았는데 빵! 빵! 경음기를 울리면서 지나가는 것이었

다.

이젠 꿩이고 사냥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큰길로 달려 나갔다.

공포를 쏘는데도 멈칫하더니 그냥 달리는 것이다.(공포를 쏴도 차 속에선 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그 때

처음으로 알았다)

여기가 어딘가? 전남 강진군 작천면이 아닌가?

낙오 되면 큰일이다 싶어 내달렸다.

또 그전에도 낙오된 엽사(獵師: 사냥꾼)들이 더러 있었는데 찾으러 왔다 갔다 할 땐 그 엽사가 얼마나

한심스럽고 미웠었는데 내가 다 낙오를 하다니 이를 악물고 뛰었다.

총이 없는 아내는(아내는 1990년부터 소유) 원래 가벼운 몸이라 잘도 따라왔다.

아니, 오히려 앞장을 섰다.

뒤에서 나보다 12년 연장이신 노사장님도 입에 거품을 물고 따라 오시고.....

다행히 큰길에서 택시를 만났다.

손님이 한 분 타고 있었으나 기사에게 염체 불구 사정 설명하고 돈은 두둑하게 드릴 터이니 버스 좀

잡아 달라고 부탁하였다.

20여분 전속력으로 달린 다음에야 따라잡을 수가 있었다.

택시기사께 먼저 탄 승객요금까지 넉넉히 지불하고 버스에 오르니 땀이 범벅!

약이 오를 대로 올라 시간 전에 지나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소리를 빽빽 지르니 다시 돌아가려고

했는데 웬 택시를 타고 왔느냐고 오히려 핀잔이다.

"조카님이 누군데 여기다 떨어뜨리고 가겠느냐고..."(신당총포 고 김건철 사장이 어머님 이종사촌 동

생)

"어! 조카님! 꿩을 많이 잡았는가 봐!"

회원들이 일제히 "와! 역시 명포야! 명포!"

이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져 좀 진정 되었다.

"몇 마리 잡았어?" "8마리요!"

"노 사장님한테 2 마리, 내 조끼에 6마리!" "어! 조카님 배낭에 5마리밖에 없는데..."

"그럴 리가 있나요?"

노사장님께서도, "분명히 6마리인데!"

없다.

버스만 바라보고 열심히 죽자고 뛰어 오느라고 꿩을 한 마리 흘리는 것도 몰랐나 보다.

신당총포 김 사장께서는 좀 미안한지, "찾으러 가자!"

"아니오! 시골 사람들에게 준 셈 치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신 사장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어제 지은 죄로 미안해하며, "몇 마리 잡았수?"

못 잡았단다.

"내가 발칙한 소리를 해서 부정 탄 것이 아닙니까?"

"천만에요! 그럴 리가 있나요? 개가 없어 꿩을 제대로 못 만났어요."

하나도 못 잡은 선배 엽사님들이 많아 우선 제일 큰 것으로 한 마리만 내 놓았다.

계면쩍게 꿩 한 마리를 건네받은 신 사장에게 초등학교 다니는 아드님 말씀,

 

"아빠! 요전에 집에 가져 온 것도 버스에서 잡은 거야?"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