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포 박, 그리고 엽총

 

그 동안 땡포 박에게 거쳐 간 엽총이 세 자루가 있다.

첫째 벨기에제 부라우닝 5연발, 둘째 스페인제 에이바 베롯타 수평 쌍대, 셋째 독일제 메르켈 수평 쌍

이다.

1965년 선친께서 신품으로 사 주신 엽총이 부라우닝(Browning) 5연발 5G.

이 총은 12ga. 28"이었는데 무게가 3.8kg이나 되어 상당히 무거웠다.

여기다가 총알 5개를 더 넣어서 가지고 다니니 더 힘들었다.

고장도 없고 총도 잘 맞아 그런 대로 만족했지만 무거운 것이 흠이었다.

초창기 시절인 (금렵 전 1972년 이전 )이 총으로 워커힐 사격장에서(그 때에는 태능 사격장이 없었음)

많이 연습을 했고 또 5연발이라 항상 속사(速射)가 몸에 배었다.

어떤 때는 옆으로 날아가는 꿩 한 마리를 보고 4발을 쏘아 잡은 적도 있었고 3발만에 잡은 꿩도 많았다.

한 번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는 장끼를 쏘았더니 너무 가까이에서 명중되어 벼슬이 달린 목과 긴

리만 남고 몸통은 산산이 공중분해가 되는 웃지 못할 비극도 있었다.

 

1983년 다시 수렵을 시작할 때 개머리가 잘린 선친의 스페인제 명총 "에이바 베롯타"를 쏘다가 이

총이 안 맞아 몇주 후 다시 영치(領置)시키고 다시 부라우닝 5연발(5G)로 사냥을 했다.

개머리가 잘린 명총으로 사냥하여 하나도 잡지 못하다가 이 총으로 사냥을 하니 옛날의 전성기가 다시

찾아온 듯 꽤 꿩을 많이 잡아 서부 총포에서는 거의 이 땡포 박을 따라 올 엽사(獵師: 사냥꾼)가 없을

정도였다.

1983년 경남, 1984년 충북 사냥에 줄곧 서부 총포만 따라 다녔다.

1985년 서부총포에서 전남 첫사냥 때 전남 무안군에서 오전에 15마리나 잡아 10마리를 내놓은 일도

 있었다.

그 후 어머니의 간곡하신 청으로 이 땡포 박과 동생 박원장은 신당총포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신당총포 김건철 사장님이 어머님 외사촌 동생이라 어머님께 부탁을 하셨던 것 같았다.

우리가 옮기니 자연스럽게 노한성 선배님과 김순기 엽사등 몇몇이 다 신당으로 왔다.

하루는 김건철 사장님(땡포 박 스승)께서 선친 명총은 어디다 두고 이 무거운 부라우닝을 쏘느냐고

물으시는 것이다. 사실 그 스페인 엽총을 선친께 알선해 준 분이 바로 김건철 사부님이셨다.

개머리가 짧아 조준이 안 된다고 하였더니 총을 고치라고 손총포(고 손한진씨: 지금 중앙총포 손정환

 사장 선친)를 소개해 주셨다.

손총포 대표인 손한진 사장님을 뵈니 자그마하고 아주 친절하셨다.

스페인제 총을 보시더니 그리 유명한 엽총은 아니지만 아주 견고하게 잘 만들어진 총이라 하셨다.

이 좋은 총을 왜 개머리를 잘랐느냐고 혀를 차면서 내 몸에 맞게 개머리를 잇고 또 개머리가 서양인에게는 맞지만 동양인에겐 너무 크다며 더 깎아 아담하게 손질을 해 주셨다.

또 총열이 꿩 사냥하기엔 부적합하니 총열을 호닝(총열 안을 더 넓히는 것)하고 총구가 너무 좁아 (full

choke) 좀 풀어야 된다고 총구를 더 넓히었다.

총열이 녹이 난 것도 착색(着色)하였다.

깨끗이 수리를 하고 보니 새 총이 되었다.

이젠 이 총으로 꿩을 못 잡으면 그건 당신이 실력이 없는 것이라며 열심히 연습하여 명포수(名砲手)가

되라고 어깨를 다독거려 주셨다.

 

1985년 전남 사냥 후기 때 선친께서 물려받은, 깨끗이 수리된 엽총으로 다시 시작하려니 꽤 긴장이

 되었다.

더군다나 손한진 사장님의 격려의 말씀을 들으니 왠지 더 신경이 쓰였다.

1983년 첫 사냥 때 안 맞던 기억이 새로워 더욱 더 불안했다.

그러나 개머리 목이 아주 가늘어 손이 작은 사람도 편하게 잡을 수가 있어 총이 무거운데도(3.4kg) 전

혀 느끼지 못해 견착(肩着)도 가뿐히 잘 되었고 겨냥을 해 보니 눈에 쏙쏙 들어 왔다.

"됐다! 이만하면 문제없다!"하고 생각했지만 막상 실렵에 들어가니 너무 긴장이 되었다.

그러한 긴장도 잠시였다.

"부라우닝"을 쏠 때보다 더 신중히 쏘니 첫 발에 척 척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두 발 째 쏘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 총은 방아쇠가 두 개(double trigger)이므로 뒷 방아쇠를 잡아 당겨야 되는데 자꾸만 앞 방아쇠만

두, 세번 계속 잡아당기니 총알이 나가나?

어쩔 수 없이 사격장에서 뒷 방아쇠로 쏘는 연습을 많이 하고 난 다음에야 익숙해 질 수가 있었다.

또 멀리 나가는 것은 뒷 방아쇠로 때릴 수 있어 아주 편리했다.

 

얼마 후 손한진 사장님께서 아드님 손정환씨와 함께 신당총포로 사냥을 나오셨다.

물론 전화로 총을 잘 고쳐 주셔서 감사하다는 수인사는 여러번 드렸지만 만나 뵈니 더 반가웠다.

그 날 꿩을 별로 잡지를 못하셔 고쳐 주신 총이 잘 맞아 꿩을 많이 잡았다고 두 마리를 드리니 얼마나

 기뻐하시는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젊은이한테 총을 고쳐 주고 꿩을 선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라 하시면서.....

1990년 이후 속사를 고친 다음부턴 부동의 톱 사냥꾼이 되었지만 이 땡포 박도 자꾸 나이가 드니

3.4kg나 나가는 총이 너무 무거워져 가벼운 총을 찾기 시작했다.

하루는 성동 총포에 "아타"라는 터키제 5연발 엽총이 인터넷에 뜬 것을 보았다. 무게가 2.5kg.

아내 정포수 총과 같은 무게이니 얼마나 가벼운 것인가? 아내 정포와 한 걸음에 달려갔다.

우선 성동총포사에 들어서니 최우남 사장이 반갑게 맞이하는데 전혀 장사꾼 같아 보이질 않고 매우

과묵하고 신사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아타"라는 엽총을 보고는 실망을 했다.

총은 가볍지만 개머리 목이 굵어 손이 작은 엽사는 불리하여 오히려 실제 무게보다 훨씬 더 무겁게 느

꼈다. 더군다나 색갈이 너무 요란하여 꼭 장난감 총과 흡사하니 마음에 들지 않아 포기하려 하니 다른

엽총을 보여 주었다.

이름은 메르켈 50E(Merkel). 20ga. 27" 싸이드 플레이트(side plate) 수평쌍대.

무게는 2.83kg인 독일제였다.

눈에 쏙 들어왔다.

또 최사장은 똑같은 엽총인데 더 고급인 수조각(手彫刻)을 한 것을 보여 주었다.

더 마음에 들 수밖에.

아주 예쁘고 아담한 것이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런데 가격이 보통이 아니었다.

기계조각은 7백만원, 수조각은 8백만원.

그냥 포기를 하고 돌아섰다.

 

귀가 도중 아내 정포는 총이 마음에 들면 이번에 아주 사는 것이 어떠냐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너무 비싸 망설였다.

또 아내는 이번에 바꾸면 일생을 쏠 건데 눈 딱 감고 장만 하라는 거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선 흥정을 해 보았다. 차 속에서 휴대전화로.....

너무 깎는다고 최사장은 메르켈 엽총의 새 주인이 아닌 것 같다고 점잖게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이 땡포 박도 오랜 장사꾼인데 점잖은 거절이 더욱 열을 받게 만들었다.

며칠을 망서린 끝에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마침내 2004년 12월 29일 그 메르켈 수조각 엽총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2005년 1월 6일 전남 영광군 사냥 때 새 총에, 새 엽사가 태어난 듯한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던 기

억이 남는다.

그러나 방아쇠가 두 개인 총으로 사냥하다가 이젠 다시 한 개인 것으로 사냥을 하자니 이번엔 예전과

반대로 두번째 쏠 때는 자꾸만 방아틀뭉치를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즉 첫 발을 쏘고 난 다음 자동적으로 뒷 방아쇠를 잡아당기려 하니 자연히 방아쇠가 하나라(single

 trigger) 방아틀뭉치를 잡아당기는 꼴이 되어 한참을 고생하였다.

열심히 빈총으로 훈련을 한 후에야 적응이 되었다.

적응이 된 후로는 얼마나 잘 맞는지 또 먼 것도 얼마나 척척 잘 떨어지던지 너무 좋아 하루 종일, 또

 사냥을 나갈 때 마다 싱글벙글하니 아내가 혀를 찬다.

"아니? 그렇게 좋아요? 그걸 안 샀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요?" 하고.

아직도 대 만족이다.

물론 더 멋있는 명총을 갖고 싶은 충동도 가끔 생기지만 금렵 때 총을 영치(領置)시켜야 되는 우리나

라 "총포단속법"이라는 현실 때문에 자제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여튼 이것이 모두 아내 정포수 덕택이다. 그 때 아내가 적극적으로 권유를 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이

나이에 그 무거운 스페인제 엽총을 가지고 끙끙대고 있을 테니까..... 선친께서 물려주신 엽총은 큰 아

들한테 물려주었다.

큰 아들 준하(1968년생)가 이 엽총을 들고 우리 내외와 함께 사냥을 하는 것이 소원이다.

또 선친께서 막내아들(땡포 박의 막내 동생)<

아내의 수렵일기

 

남편은 사냥, 낚시, 골프 순으로 좋아 하는데 저는 그렇지가 않죠.

저는 골프, 사냥, 낚시 순으로 좋아 한답니다.

남편은 사냥을 거의 병적으로 좋아 하는데, 제가 골프를 더 좋아 한다고 하면 매우 섭섭해 하시죠.

사실 저는 걷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사냥을 꽤 좋아는 합니다.

하지만 살생(殺生)하는 것이 싫어서 골프라고 말을 한답니다.

제가 총을 쏴서 명중시킬 때는 무척 통쾌하죠.

그런데 떨어져 금방 죽지 않고 펄떡일 때는 너무 불쌍하여 눈길을 돌리게 되거든요.

이 죽이는 것 때문에 골프가 더 좋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도 남편이 사냥을 너무 너무 좋아 하기 때문에 꼭 따라 다닌 답니다.

무슨 열녀냐 구요?

“호! 호! 호!”

 

지난 2004년 11월 2일 첫날 영광군에서 사냥할 때 이야기입니다.

염산면에서 군남면으로 가자면 큰 지방도로 왼쪽에 깊은 골짜기가 2개가 있어요.

주중이라 박 상무와 시동생은 오지 못하고 저와 남편이 한 조 그리고 노, 유 사장님이 다른

조를 짜서 사냥을 했답니다.

남편과 저는 첫 골짜기로 들어섰는데 제가 봐도 아주 꿩이 많게 생긴 지형으로 보여 기대가 컸죠.

그러나 어제 누가 사냥을 했는지 한 마리도 만날 수가 없었어요.

실망을 하고 있는데 골짜기 맨 속 끝에서 우리 개 "리키"가 빤빤한 맨 보리밭에다 포인

(pointing)을 하는 거예요.

"여보! 포인 했어요!"

남편이 가까이 다가올 무렵, 보리밭 앞 덤불에서 장끼 두 마리가 동시에 일어나 좌우로 흩어져 나니

왼쪽은 남편이 쏠 거니까 저는 오른쪽 꿩을 쐈죠.

"탕! 탕!"

어머나! 두 마리가 다 떨어진 거예요.

남편은 재빨리 개를 불러 먼저 제가 쏜 꿩을 가져 오게 한 다음, 자기가 쏜 꿩을 물어 오게 하는

것을 보고, "아! 내가 잡은 꿩을 놓치지 않으려고 저러시는 구나!" 하고 생각하니 더욱 남편이

믿음직스럽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요.

기분도 너무 좋았고요.

 

다시 차를 타고 나와 10분 쯤 군남면 쪽으로 가서 다음 골짜기에 내려 보니 여긴 아까 골 보다 훨씬

더 좋은 엽장(獵場) 같이 보였습니다.

계속 "리키"가 포인 하는데 6~70m 앞에서 미리 나는 것이 전혀 초가을 꿩 같지 않더군요.

드디어 "리키"가 논 뚝 위 자그마한 덤불에다 정식으로 포인, 남편이 "들어가!", 또 제가 "들어가!"해도

꼼짝도 안 하는 거예요.

아마도 꿩이 매우 가까이 숨어 있는 것 같았어요.

남편 지시에 따라 제가 더 높은 논 뚝 위로 올라서고 남편은 개 뒤에 서서 "리키"가 들어가지 않자

개를 발로 슬며시 미시더군요.

개가 튀어 들어가도 꿩은 날지 않으니까 개가 숲 좌우로 돌면서 라운딩(rounding)을 하는데 덤불

뒷 쪽에서 장끼가 "퍼드득! 꺼거겅!".

겨냥할 새가 있나요?

"따~ 당 !" 둘이서 쏘았는데 제가 조금 먼저 쏜 것 같았습니다.

"당신이 잡았죠?"

"아니, 당신이야!"

남편 말씀이 "내가 꿩을 따라가며 막 방아쇠를 당기는 찰나에 당신이 쏜 총에 떨어졌지! 막 떨어지려고

할 찰나에 내가 쏘았어. 어~ 이제는 정 포도 알아주어야 되겠군. 축하해요! 여보!"

저는 긴가민가했죠.

가끔 둘이 동시에 같이 쏘아 총소리가 한방으로 들렸을 때는 항상 양보하는 남편이기에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참! 하루에 두 마리를 그것도 오전에 잡다니.....

얼마나 신나던지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한답니다.

그 후 오후엔 더 잡질 못했죠.

오후에 남편이 한 마리 더 보태 오늘은 부부 합작 4마리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두 마리 잡으면 남편이 다섯 마리 이상을 더 잡아야 되는 것이 아닌가요?

오늘은 남편 코를 좀 납작하게 만든 날이죠.

그런데도 남편은 제가 두 마리나 잡은 것이 뭐 그리 좋은지 하루 종일 싱글 벙글 하시니.....

"여보! 당신 입 찢어지겠어요! 뭐가 그렇게 신나고 좋아요?"

"그럼, 시즌 첫날 두 마리가 어디 쉽소? 잡기만 해요. 내 입 찢어지는 거 상관 말고....."

 

행복이요?

바로 이게 행복이지 않을까요?

우린 사냥을 통해서 서로 양보하고, 서로 협조하며, 서로 칭찬하고, 축하해 주는 것이 몸에 밴 것 같

습니다.

저는 항상 사냥이든, 골프든, 낚시든 간에 남편이 가자고 했을 때 한 번도 "No!" 한 적이 없거든요.

또 남편도 이런 저를 마음속 깊이 고맙게 여기고 늘 자랑을 하신답니다.

저도 이런 남편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르겠어요.

우린 늘 이렇게 다정한 연인처럼, 친구처럼 살려고 노력한답니다.

 

                                                              2004년 11월 2일 전남 영광군 군남면에서

                                                                                                      정영옥 씀

 

 

忠犬 루키를 그리워 하며

     1992년 3월20일경 생후 45일 되는 “루키(2월 4일 생)”이 나에게는 참으로 너무나도 큰 행운이었다.

"루키"는 부리타니 스파니엘(Brittany spaniel) 사내였다.

수렵 30년 동안 영포, 독포, 잉글리쉬 세타 다 끌어 보았지만 이 부리타니 스파니엘 "루키"는 단연 발

군이었다.

92년 11월 실렵(實獵)에 나서자 선생 견 "케미(잉글리쉬 세타 사내 10살)"를 따르자마자 1개월이 안

되었는데도 포인팅, 운반, 수색, 수중 운반, 부상조 회수등 훈련 속도가 어떻게 빠르던지.....

한 엽기(獵期) 내에 거의 다 마스터했다.

물론 약간 미숙(未熟)은 했지만...

1992년부터 2001년까지(2002년 12월부터는 기관지천식으로 중도 포기) 200여 일간 사냥에서 꿩을

780여 마리를 잡는 대단한 성과를 올린 것이다.

     무엇보다도 선불(날개 부러진: 일명 "하우찌")된 꿩을 회수하는 데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고 날

개가 살짝 부러져 도망간 녀석도 20분 만에 물고 오는 능력 있는 명견이었다.

또 어찌나 눈치 빠르고 주인 말을 잘 듣는지 나와 엽우(獵友)들이 개 옆에서 점심을 먹을 때도 "앉아!

기다려!"하고 명령을 내리면 옆에서 잠자코 우리가 끝날 때 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착하고 훌륭한 개였

다.

그간에 사냥 에피소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고 10년 동안 출렵(出獵)할 때마다 한번도 "꽝"을 치

지 않게 해주는 너무나 고맙고 믿음직스럽고 항상 뽀뽀해주고 싶은 사랑스런 충견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어쩔 수 없는지 기관지천식이 심하게 나타나 하루 한, 두 시간만 뛰어도 숨을

대로 쉴 수없는 고통을 당하게 되었을 때는 너무나 안타깝고 가여웠다.

그 와중에도 자기 후배 견(부리타니)을 가르치는 모습을 볼 때면 내 눈시울이 뜨거울 정도로 기특하

고 가슴이 아팠다.

할 수 없이 너무 고통스러워 해 드디어 안타깝게 퇴역을 시켰다.

     그랬더니 2003년 구정 하루를 남겨 놓고 문 세 개를 박차고 집을 나간 것이다.

어떻게 나갈 수 있었는지 지금도 믿겨지지 않는다.

옛날부터 충견은 집에서 죽지 않고 자기 죽음을 주인에게 안 보인다는 선배 엽사님의 얘기는 들었지

만 너무도 허망하고 안타까웠다.

나도 충견 "루키"를 선산에 묻어 애견 무덤을 만들어 모든 엽사들에게 모범을 보였으면 했는데 지금

도 충견 "루키"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젖어진다.

그 동안 애견 "루키"가 실수할 때면 가차 없이 혼 내주고 무섭게, 냉정하게 다루었던 옛날을 생각하면

너무도 후회스럽다.

그러나 여지껏 "루키"만큼 사랑했던 개는 없었다.

늘 사냥을 끝내고 집에 오면 우리 집 욕실에서 깨끗이 목욕시키고 늘 막내아들이라고 불렀으니까.....

 

"루키"야! 나도 이담에 저승에 가면 꼭 너를 찾을게.

그리고 그 동안 너에게 너무도 못되게 굴었던 나를 용서해 다오.

그러나 나는 너를 너무도 사랑했단다.

다시 만나면 너를, 너를 꼭 꼭 놓지 않으마!

 

다시금 애견이요, 명견이요, 충견인 "루키"의 명복을 빌면서.......

 

                                                                                    2005년 4월 4일

 

                                                                                    "루키"를 그리워하는 땡포 박 씀

  

     (3) 루키 : 1992년 4월 생. 부리타니 스파니엘 일본계열 (숫놈). 1992년~2002년

 

애견 "케미"가 7살 무렵, 후계자를 물색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우선 "케미" 새끼를 후계자를 만들려고 노력하였으나 "케미"가 3, 4살 때 생산된 새끼들은 좋았으나

 5,6살 후부터는 어미가 시원치 않은지, 또 늦자식이라 그런지 그 후 태어난 녀석들은 6개월이지나 1

년 이 지나도 포인(pointing)을 제대로 못해 다 남을 주었다.  무려 3마리나.....

그 때에 내 생각은 명견이 되려면 적어도 1년 이내에 확실한 포인을 해야 된다고 믿었다.

또 나에게 지나간 1969년의 "케리"도 또 지금의 "케미"도 다 1년 이내에 포인은 확실했으니까.

그러던 중 "케미"가 9살 되던 해(1991년) 5월 "낚시춘추"란 잡지에 부리타니 스파니엘(Brittany

spaniel)을 분양한다고 광고가 났다.

부리나케 분양한다는 금호동으로 달려가 45일 된 예쁜 강아지를 손에 쥐었다.

정말로 금이야 옥이야(?)할 정도로 정성을 들여 키웠다.

말도 잘 듣고 또 세타(Setter)보다 더 용감하고 영리하여 애견 "케미"와 동반 필드 훈련을 시켰다.

하루하루 달라져 무척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사냥 시작 바로 전날 새벽에 운동을 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렇게 말을 잘 듣던

녀석이 다른 사람을 쫓아가더니 도로로 진입하여 달리는 버스 밑으로 돌진,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즉

사를 해 버린 것이다.

아내와 나는 너무 황당하고 뜻밖이라 한참동안 정신이 없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내외 둘이 다...

어떻게 키워 왔는데..... 멍하니 푸른 하늘만 바라보았다.

그 해 수렵은 이렇게 우울하게 시작이 되었다.

몇 달 후 분양해주신 금호동 이사장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개 잘 크느냐고... 부끄럽고 난감했다.

솔직히 말씀 드렸더니 내년 봄에 또 분양하니 그 때에 다시 연락한다 하니 고마울 뿐이었다.

다시 1년이 지나 1992년 4월말, 금호동 이 사장님한테 40일이 지난 예쁜 숫놈 부리타니를 분양을 받

았다.

이름은 Lucky Guy란 뜻으로 "루키"라 이름을 지으니 이 녀석이 내가 만난 명견 중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 “루키”를 만나고부터 나는 부리똥 매니어가 되었다.)

1년 전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세심한 주의를 했다.

어릴 때부터 운반훈련을 열심히 시켰고 여름 낚시 철에도 늘 데리고 가서 입수(入水) 훈련도 호되게

시켰다.

그러나 내가 신장위 낚시회장을 맡게 되어 일요일 낮 시간을 내지 못해 "케미"와 함께 하는 “루키”의

휠드 훈련을 제대로 시킬 수가 없었다.

 

11월 드디어 사냥철이 왔다.

이번엔 전라남도.

신당총포에서는 늘 꿩이 제일 많다는 진도로 출렵을 했다.

이 진도는 그 해를 마지막으로 금렵구로 지정되어 한 번도 풀린 적이 없다.

처음 출렵하고 보니 계속 새소리만 들려도 포인, 들쥐만 봐도 포인, 비둘기나 까치만 날라도 죽자고

따라 다니더니 세 번째 출렵 때 "루키"가 자기 코앞에서 까투리가 날자 막 짖어 대면서 따라간 다음 부

터는 꼭 꿩이나 메추리만 포인을 할뿐 다른 잡새들은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 해 대통령 선거 때문에 1개월(11월 19일~12월 19일)동안 금렵이 되어 3월 말일까지로

연장이 되니 다시 시작 해야만 했다.

거의 주말만 사냥을 나가기 때문에 12월의 10일간, 1월 한 달 내내 겨우 5번 출렵을 했을 뿐인데도

나날이 달라져 2월말에는 거의 "케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3월부터 이젠 "케미(10살)"도 노쇠해서인지 라운딩(rounding)도 좁아지고 안 하기도 일수라 실력 차

가 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1993년 3월 17일 (흐린 후 맑음) 진도군 군내면 바닷가에서 두 마리를 끌다 "케미"가 나이가

먹어 너무 힘든 지 말도 잘 안 듣고 딴전만 부려 버스에 묶어 놓고 사냥을 했다.

사실은 두 개가 다 멋지게 포인을 하여 장끼를 날려 주었을 때 마침 머리에 명중된 것이 조그만 저수

지에 떨어졌는데 "케미"는 물에 들어가기 싫어 왔다 갔다 하기만 하였고 "루키"만 혼자서 물속으로 뛰

어 들어가더니 장끼가 물위로 펄떡펄떡 뛰어 오르니까 자기도 물 위로 솟구쳐 공중에서 물어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보니 이제 "케미"는 은퇴를 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 날 "루키"만 끌고 보니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내가 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한 모습으로 수색을 하는데 너무도 황홀할 지경이었다.

포인을 했는데도 꿩이 없으면 통통 튀면서 라운딩을 하는데 라운딩을 하는 도중 고개를 수없이 좌우

로 돌리며 주위를 살피면서 꿩이 어디로 기는가를 보려고 애를 쓰며, 기는 소리를 듣기위해 양 귀를

쫑긋거리는 것을 보니 너무도 귀엽고 예뻐 기가 막혔다.

그것도 9개월 밖에 안 된 녀석이.....

한 번은 총을 잘못 쏘아 선불 꿩이 되었는데 끝까지 따라 가서 물어 오니 1년도 안된 것이 이토록 잘

할 수 있는 것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것도 묵치 장끼를...

하여튼 일년 안에 포인, 운반, 수중운반, 선불꿩 회수를 거의 다 마스터 한 개가 ‘루키’ 말고 또 있을까?

 

다음해부터는 수색하다가 한참동안 꿩을 만나지 못하면 주인을 쳐다보는 것이 "어떻게 할까요?, 다른

곳으로 옮겨 보심이 어떨까요?"라고 꼭 묻는 것 같았고 그 때마다 주인의 지시에 따라 참 잘 움직여

주었다.

또 얼마나 점잖았느냐 하면 그 시절은 식당이 드물어 점심을 해 먹거나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다.

그런데 우리 "루키"는 우리가 다 먹을 때까지 얌전히 내 옆에서 똬리를 틀고 기다렸다.

다른 엽견들은 빨리 밥을 달라고 짖고 아우성을 쳤지만 우리 개 "루키"는 붙들어 매지 않아도 내가

밥을 먹는 옆에서 조용히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가 다 끝내면 살며시 내 옆으로 와서 "나도 주세요."

하는 것 같이 그 짧은 꼬리를 살 살 치는 모습을 보면 너무도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한해에 최고 114마리(1997년 경남: 4개월 중 20일 사냥)나 잡게 해주었고 10년간 780여 마리(200

여일 사냥)나 잡게 해준 명견 중에 명견이었다.(전남, 경남은 꿩이 많았지만 강원도, 충남북은 별로였

음)

또 1997년도엔 고라니도 하루에 네 번이나 내 5~15m 앞에 몰아다 준적도 있었고 거의 매일 한 번

이상 고라니를 몰아다 주었는데 철저한 꿩 전문이라 "루키"테 야단도 많이 맞았다(그때는 고라니가

아주 귀했음).

이 녀석은 자기가 포인한 꿩을 내가 못 맞추거나, 몰아다 준 고라니를 안 쏘면 악을 쓰고 짖으며 따라

가는 습성이 있었다.

그러면 주인인 나를 왜 안 쏘느냐, 왜 못 맞추느냐고 꼭 야단치는 것 같았다.

이"루키"와 일어났던 에피소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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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훌륭한 명견도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듯 10년차 말 2002년 1월부터 심한 기관지 천식?(지금

보니 심장사상충인 듯?)이 와 집에서 쉬게 하였더니 세상을 뜰 때가 다 되었는지 구정 전날 문 세 개를

박차고 집을 나가 버려 내 마음을 너무나도 아프게 하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퇴역 마지막 날 후배 견 "리키(부리타니)"가 내 요구대로 수색을 않자, 그 아픈 몸을 이끌고 산에 올라가 사냥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고 산에서 내려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내 눈에 선하다.

나는 너무도 안타까웠다.

슬프고 슬펐다.

고향 선산에 고이 묻어 주리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주검을 주인한테 보이지 않으려고 했나 보다.

충견은 자기 죽음을 주인한테 안보여 준다고 하더니.....

 

"루키"를 훈련시키면서 너무 매정하게 잘못한다고 발로 차고 두둘겨 팬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도 후회스럽다.

이담에 나도 저승에 가서 "루키"를 만나게 되면 꼭 용서를 빌고 놓치지 않고 곁에 두련다.

아마도, 아마도 이제 내 생전에는 아무리 노력을 해 봐도 "루키"만큼 멋지고 주인에게 충복하는 훌륭한

개는 만날 수가 없을 것 같다.

"루키"야!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네 명복을 다시 한 번 빌어본다.

 

(끝)

 

*** 오해하지 마시길 ***

이 땡포 박이 그 어느 엽견보다도 무조건 부리똥이 가장 명견이다 라는 뜻이 절대로 아닙니다.

나름대로는 내 경험 중 나한테만은 부리똥이 제일 명견이었다 라는 말입니다.

명견은 잉글리쉬 포인터, 잉글리쉬 세터, 독포 그리고 부리타니에서 명견을 찾으면 됩니다.

이 들 개중에 자기 취향에 맞는 종류의 개가 정말로 자기 일생에 있어서 가장 으뜸이었다 하면 그 개는 자기의 제일가는 명견이 되는 것입니다.

오해가 없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