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둘쨋 날 : 어담리 입구

 

어제 좀 일찍 끝냈지만 땅이 너무 질어 고생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내 정포나 나는 발이 가벼웠다.

아마 우린 하늘로 날라 갈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리라.

오늘도 3마리만 하자고 정포에게 말을 건네니 생끗 웃는다.

당신 한 마리, 나 두 마리! OK?

부지런히 갈대 숲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는데 드디어 "폴"이 포인.

어? 어제하고 다르다. 앞발을 납작 구부리고 멋지게 포인하는 모습이 너무도 귀여웠다.

"들어가!"

"폴"은 나를 슬쩍 쳐다보더니 한 바퀴 크게 라운딩을 한다. 없다.

다시 위 묵밭으로 돌진한다.

다시 또 그 위 묵밭으로...

이런? 한 70m앞에서 까양(까투리) 둘이 난다.

이내 또 한 마리가 뜬다.

그 외에는 하나도 구경할 수가 없어 어제 하던 구담리쪽으로 방향을 돌리니 10시다.

어제 만났던 곳은 하나도 없다.

더 치고 올라가니 아늑한 나무숲이 보였다.

"폴"이 그 숲 입구에 서서 멀리 포인을 한다.

아내 정포는 "폴"뒤에 따라 붙었고 나는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더 전진하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아내 정포가 따라붙으니 "폴"은 조금 더 앞으로 나가 정식으로 포인.

나무속에서는 잡기가 어려울 것 같아 더 전진하라고 싸인을 보내니 이내 아내 정포는 더 나아

갔다.

서 너 발자국 더 나가니 "푸드등!" 까여사였다.

벌써 12시 30분이 넘었다.

아내는 배도 고프고 사냥을 일찍 마치려면 그냥 나가자고 하여 나오다 보니

또 "폴"이 뚝방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고 포인!

"야! 그냥 가자!" 절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오히려 더 굳어 있다.

둑방을 오르려니 너무 높고 지치기도 하여 아내가 돌을 던지니 "꽈드등! 꺼겅껑껑!"

내가 한발, "꽝!" 또 축포만 쐈죠, 뭐!

빨리 나가자고 한 아내는 미안한 듯, "어머! 이젠 폴을 꼭 믿어야겠어요. 정말 아깝다!"

 

늦은 점심을 먹고 아껴 두었던 용각리로 갔다.

여기만 가면 장선달을 꼭 한 마리는 잡았으니까 이젠 세 마리가 아니라 한 마리로 수정.

꿩이 많은 덤불로 들어가니 어제 누가 한 듯 새 발자국이 어지럽다.

항상 장선달이 숨어 있던 그 넓은 덤불을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길 래 늘 꿩을 만나던 곳으로 이동하

니 "폴"은 아래 계곡으로 간다.

나는 계곡에서 올라오는 지점으로 부지런히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꿩이 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이어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 "꿩! 꿩~! 여보! 꿩!"

얼핏 뒤를 돌아다보니 내 머리 위 한 4~50m 쯤 상공에 장끼가 전속력으로 날아 산꼭대기로 가는 게

보였다.

급하게 얼추 대고 따라가다 확 당겨 쏘니 왼쪽날개에 맞은 듯, 그냥 고꾸라지는 것이 아닌가?

급하게 폴을 불렀다.

"폴! 폴! 폴!"

3초도 안되어 "폴"이 들이닥쳐 화급히 떨어진 지점으로 뛰었다.

"폴"은 한 바퀴 돌면서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전속력으로 산 위로 뛰어 올라갔다.

힐끗 쳐다보는 눈빛이 얼마나 이글거리던지 오래 전 명견 "루키"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겨우 운반을 마스터 했는데 아무리 코는 내가 알아줄 정도로 예민하지만 경험도 없는

네가 물어올 수가 있겠느냐? 하고 생각하면서 혹 다른 꿩을 따라 갈 수도? 주변을 살폈으나 허사였다.

비퍼(beeper)를 켰더니 점점 멀리 산을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슬 슬 밭으로 내려갔다.

이제 "폴"의 비퍼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리기 시작한다.

이어 앞으로 나간 아내 정포수의 급한 목소리,

"여보! 여보! "폴"이 꿩을 물었나 봐요! 입에 뭘 물고 있는 힘을 다 해 뛰어오고 있어요!"

내 귀를 의심했다.

이럴 수가?

와! 그러나 그건 정말이었다.

"폴"이 산 채로 물고 온 꿩을 내 앞 10m 앞에서 콱콱 물어 죽이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네가 결국 해냈구나!

내 혹독한 훈련을 몸을 사리지도 않고 열심히 하더니 물론 꿩한테 두 번이나 혼나서 그랬었겠지만 운

반을 마스터하자마자 선불 꿩 처리를 이렇게 능숙하게 하다니.....

혹시나 하여 디카(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보았다.

역시나 먹통.

내 자신의 실수로 이런 멋진 "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것이 속상했다.

 

오! 하늘이시여! 고맙습니다.

이런 훌륭한 엽견을 저에게 내려 주시다니요?

그 동안 4~5년을 엽견(獵犬: 사냥개) 때문에 얼마나 많은 stress를 먹었는데 이젠 아닙니다.

 

아내 정포수한테도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만약에 오늘 사냥을 아내가 No 했으면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인데 너무도 고맙다고 했다.

아내 정포수의 말씀, "당신은 원래 명견(名犬) 복은 있잖아요. 이젠 그만 벌린 입 다무세요.

째지겠어요. 폴 자랑도 그만 하시고. 남들이 들으면 무척 샘을 낼 텐데....."

 

아내는 "폴"이 처음으로 잡아 온 선불 꿩을 식구들끼리 기념으로 해 먹자고 한다.

아내의 "꿩 샤브샤브" 솜씨는 일품이니까 무조건 Yes다.

와! 또 "폴" 덕분에 우리 애들이 꿩 샤브샤브도 먹게 되었구나!

"폴! 폴!" 너무도 너무나도 고맙다! 고마워!!!

 

 

 

 

 

 

“폴” 덕분에 먹게 된 샤브샤브 (2006년 12월 13일 수요일, 14일 목요일)

 

동생 박원장은 낚시친구들의 권유에 못 이겨 바다낚시를 가게 되어 아내 정포와 단둘이 최기사를

대동 12월 13일(수) 새벽 3시 반에 출발하였다.

원래 아내가 15일(금)에 골프가 있다고 하여 당일만 하기로 했다가 "폴"이 너무도 잘해주어 더

끌어야 한다고 생각 다음날(14일) 오후 3시에 끝내기로 하고 이틀간 너무도 즐겁고 황홀한(?)

사냥을 했다.

 

(1) 13일 첫날 : 2년도 안된 “폴”에게 반한사연 : 구담리

의성에 도착하니 아침 7시.

아침을 먹고 지구대를 나서니 7시40분, 엽장(獵場)에 도착해 보니 8시 40분이다.

이번엔 작정을 하고 폴(frlove님 작품, 에파뇰 부리똥, 1년 10개월)"만 데리고 사냥을 했다.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도록 꿩을 하나도 구경할 수가 없었다.

과수원에서 전지하던 농부가 이곳엔 꿩이 없다는 말에 좀 실망했지만 웬걸?

도랑을 건너가기 전 안전핀을 채우고 뛰어 건너 가보니 어! 폴이 포인하고 있다.

막 "앞에 총"을 하려는데 "뿌두등!"

“너 이놈! 오늘 죽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방아쇠를 당기는데 안 된다.

뒤에서 아내 정포의 핀잔,

"당신! 뭐 하는 거예요?"

안전핀을 안 풀었다고 하니 아낸 완전 땡감 씹은 표정이다.

"아니? 당신은 뭐 했어?"

"그까지 것! 당신이 한 방에 떨어트릴 줄 알고 그냥 있었죠!"

꿩이 앉은 데로 아내는 빨리 가잔다.

찾아 가던 중 좀 떨어진 왼쪽 큰 논둑에 덤부사리(키가 작은 덤불)가 우거져 있고 그 아래 2~3천평 되는 논이 쭉 펼쳐 있는데 아늑하고 먹을 것이 많아 꿩이 붙기 좋을 자리 같아서 한 번 찾아가

보았다.

"폴"이 한 바퀴 라운딩(rounding)을 하더니 둑방 한가운데 납작 엎드려 포인(pointing)을 한다.

오호! 이게 웬일? 부지런히 쫓아갔다.

"폴! 들어가!" 안 들어간다.

너무 가까이 있는 듯.

아내 정포는 멀리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발로 개를 밀었다.

"꽈드등! 꺼겅껑껑!"

"탕! 탕~!"

40m 앞 논 한가운데 떨어지는 것을 "폴"이 잽싸게 달려가더니 덥석 물어 논을 가로 질러 덤불이 있는

뚝방을 거침없이 올라오더니 내 앞 5m 앞에 턱 내려놓는다.

히~야! 얼마나 예쁜지..... 와! 이젠 운반까지 완전히 마스터 했네 그려.

다시 건너갔다.

그러나 조금 전 날라 간 꿩을 찾아 멋있게 포인을 해 주었으나 아내 정포와 싸인(sign)이 안 맞아 비닐

하우스 쪽으로 날라 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폴"이 너무도 빠른 속도로 실력이 향상되는 모습이 몹시도 기뻤다.

한 30분 쯤 되었을까?

큰 논을 한 바퀴 라운딩하던 "폴"이 약 40m 전방에서 포인을 하지 않는가?

나와 아내 정포는 있는 힘을 다 해 쫓아갔다.

숨이 턱까지 찼다.

납작 엎드려 포인하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나는 뚝방 "폴" 뒤, 아내 정포는 뚝방 아래서 산을 쳐다보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들어가!" 안 들어간다.

또 발로 미니 화닥닥! 쳐들어갔는데 안 난다.

다시 나와 왔다 갔다 하더니 둑방 끝 지점에서 다시 옆으로 구부리며 포인을 한다.

오, 이제야 여기서 날겠구나!

어? 또 없다.

금방 날라 간 모양이다.

이렇게 속기를 여러 번.

어쭈? 이게 뭐야?

이번엔 높은 뚝방 위에서 서서 내려다보고 포인을 한다.

우리 내외는 그 동안 쫓아다니느라 지쳐 뚝방에서 내려와 개만 쳐다보고만 있었다.

"야! 이젠 그만 속을 테니 내려 와라!"

"싫어? 그러면 들어가!" 다시 한 번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오른쪽으로 5m 더 가 또 서서 포인.

나를 보았다가 포인하고, 또 그러고.

또 오른쪽 옆으로 10m 가더니 또 서서 포인!

이상하다.

전혀 안하던 짓을 한다.

눈동자가 왔다 갔다 한다.

이건 큰개들이나 떼꿩이 있을 때 하는 포인인데... 이상하다.

"들어가! 임마! 너! 안 들어 갈거야?" 벼를 벤 그루터기를 뽑아 들어 던졌다.

"꽈드등!!! 꺼겅껑껑!"

내가 "탕! 탕!". 아내 정포도 "탕!"

둘 다 축포만 쏘고 너무도 어의가 없어 속상해 개는 쳐다보지도 않고, "개를 믿고 둑방 위로 올라서야

되는 건데..." 하면서 총알을 넣기 위해 총을 꺾었다.

아내도 삽탄을 하고 있었고....

웬걸? 또 "꽈드등!!! 꺼겅!"

쏠 수가 있나? 그냥 바라만 볼 수밖에.....

나중에 안 일이지만 "폴"은 그 때까지도 포인을 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먼저 놓친 꿩이 안타까워 푸

념만 늘어놓다가 포인을 하고 있는 "폴"도 못 보고 그만 땡포 짓을 하고 만 것이었다.

아~ 이럴 수가?

우리 "폴"이 두 마리라고 가르쳐 주는데 우린 그것도 모르고, 어~휴 내 그 많은 경력은 어디다 팔아

고 아무리 풋개라도 이게 무슨 짓거리인가?

“폴”이 너무 어려서 믿지 않은 내가 한심스러웠다.

물론 우리 "폴"이 두 마리 꿩을 포인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이니까 모를 수도 있겠지만

"폴"에게는 너무도 부끄러웠다.

"폴"을 불러 끌어안고 쓰다듬어 주면서 "야! 폴! 정말 미안하다!“

주머니에서 육포 조각을 꺼내 다시 어루만져 주면서 먹였다.

"난 네 덕에 앞으로 사냥이 마냥 즐거울 것 같다! 고맙다! 앞으로 더 잘해야 돼!"

 

다음 다른 곳으로 옮겨 또 두 번을 포인하여 아내 정포의 도움으로 장선달 두 마리를 더 추가했다.<

"전수모"수렵대회에 참석하고 (2006년 12월 10일 맑음. 안동)

 

오늘은 "전국수렵인모임"의 수렵대회가 있는 날이다.

어제 늦게 도착하여 전야제에 잠깐 참석한 후 단골 여관인 해인 모텔에 투숙.

아침 일찍 중앙지구대에서 엽총을 찾아 대회장인 탑산 온천엘 가니 모두 분주한 모습이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엽장(獵場)을 구담리 쪽으로 정하고 내달렸다.

늘 동생 박원장과 노선배님이 한 조(組), 이 땡포 박과 아내 정포수 그리고 박상무 셋이 다른

한 조로 사냥을 하는데 오늘 동생팀이 엽장 선택을 망서린다.

지난번 코리아헌팅 대회 때 꿩이 없었다고 내리길 꺼린다.

엽장 그림이 좋으면 한 번 다시 도전하라고 내려 준 뒤 우리는 지난번에 아내 정포가 장끼를

잡은 곳으로 이동했다.

이런? 개를 풀려고 훈련기와 비퍼(beeper: 개 위치를 알려 주는 음향기)를 찾으니 이렇게

한심할 수가?

그만 집에서 충전하기 위해 꽂아 놓고 그냥 왔네 그려! 이젠 나이가 드니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할 수 없이 그냥 사냥을 하는 수밖에.....

며칠 전 놓친 장선달을 찾으러 가기위해 논 뚝방과 갈대밭을 샅샅이 뒤졌으나 너무 이른 듯 도통

꿩을 만나지 못했다.

계속 치고 올라가다 보니 자그마한 마을이 나왔다.

마을 건너편 멀리 계단 논이 펼쳐져있고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 좋은 엽장(獵場)으로 보였으나 이 땡포 박에게만 좋아 보일 리가 있나? 아니나 다를까 한 바퀴 도는데 맨 위에 조밭과 갈대가 어우러져 있고 아늑하여 꼭 꿩이 숨어 있을 듯해 기대를 걸고 수색해 보았으나 헛 탕!

그냥 뒤돌아섰다.

어~라 그런데 거의 다 내려 올 무렵 "폴( 부리똥; 숫; 1년10개월)"이 몸을 90도로 꺾으며 논뚝에다

포인! 풀도 없이 빤빤한데다가..... 그런데 6살 박이 베테랑 "리키"는 그냥 지나친다.

다시 "리키"를 불러대도 한 바퀴 돌고 그냥 내려간다.

그러나 코가 훨씬 더 예민한 "폴"을 믿고, 욘석이(꿩이) 논에서 먹다가 논뚝을 넘어 산으로

은신했겠지 생각하고 내가 몸을 산으로 돌리는 순간 "꽈드등!" 박상무가 먼저 "빵!".

나는 천천히 들어 쏘니 힘없이 획! 밀려서 늘어지는 모습을 보고 "폴"을 불렀다.

리키는 아래로 내려가 있어 달려오고 있었고 "폴"이 따라갔다.

떨어진 지점을 박상무가 대어 주니 "폴"이 조그맣게 라운딩(rounding)을 하다 꿩을 발견한 듯 주춤하더니 이내 콱! 물어 나에게로 가져오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나는 너무도 기뻤다.

11월 초 총에 맞아 떨어진 꿩이 푸드덕 거리다가 "폴"의 얼굴을 할퀴어 두 번이나 혼이 난

이후로는 아무리 철저히 훈련을 시켜 봐도 (죽은 꿩은 곧 잘 물고 오는데) 운반을 하지 않더니

이게 웬일인가?

그 동안 부리딩(breeding)한 frlove님과 금강엽견의 김영욱님에게도 상의를 해 가면서 열심히

훈련을 시켰는데 오늘에서야 힘들게 고쳐진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대견스러워 마음이 뿌듯하였다.

아내 정포도, 박상무도 이제야 개 꼴 되었다며 깔깔거리며 기뻐하였다.

더군다나 "리키"는 그냥 지나쳤는데도 포인도 해주고 꿩을 물어왔으니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폴"을 쓰다듬고 끌어안았다.

"야! 폴! 고맙다! 장하다!"

주머니에서 육포 조각을 꺼내 먹이면서 "앞으로 정말 너를 믿으마!"

 

동생 박원장에게 전화를 하니 숨이 턱에 찬 목소리로, "형님! 빨리 오세요! 꿩이 많아요! 저

4마리나 했어요!"

우린 더 이상 꿩이 보이지를 않아 그 쪽으로 갔다.

정말 엽장 그림이 너무도 좋았다.

그러나 그림뿐이지 꿩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가다 보니 동생이 보였다. 동생은 기회는 몇 번 더 있었는데 하며 안타까워했다.

여지껏 우리는 동생 뒤를 밟아 왔으니 꿩을 만날 수가 있었겠나?

어! 조금 있으려니 "리키" 포인! "폴"도 포인!

기나 보다. 열심히 따라가는데 20m 앞에서 난다.

재빨리 겨냥해 쏘니, "픽!" 어? 불발탄이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폴"이 없다. "폴! 폴!" 소리쳐 불렀다. 이럴 때 비퍼(beeper)가

있어야 하는데 아이고! 그걸 집에다 두고 오다니 하며 또 자책을 하는데, "꽈드등!!!" 뒤에서 꿩이

나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서 보니 "폴"이 열심히 쫓아간다.

여태껏 갈대 숲속에서 포인(pointing)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으이그! 이 바보! 멍청이! 비퍼가 없으니... 또 한탄.

 

오후 몇 마리 만났으나 타이밍이 안 맞아 쏴 보지도 못하다 요산요수님이 소개해 준 자기 단골 엽장(안동시일직면 용각리)으로 갔다.

오후 3시다.

꿩 내려올 시간대다.

여기는 6~7천 평 쯤 되는 넓은 계곡이 덤불로 꽉 찬 묵밭이 있어 한 두 명이 사냥하기는 어려워 노선배님, 동생, 아내 정포수, 나 그리고 박상무순으로 일직선 대열로 훑어 나갔다.

우린 산 쪽이고 노선배님은 아래쪽인데도 걸음이 늦어 대형이 안 맞는다.

이상하다. 오늘은 없다.

그런데 우리가 빨리 도니 아래로 밀린 듯 노선배님 쪽에서 묵치가 뜬다.

"꺼겅!" "탕! 탕!" 또 축포다.

약간 맞은 것 같았으나 따라가 보니 기어 내빼 또 옛날 명견 "루키" 생각이 났다.

"루키" 같으면 문제없겠는데.....

이젠 대형이 안 맞아 우리 일행은 건너편 산 밑으로 치고 들어갔다.

늘 날던 데가 하나도 없다.

이상하다.

더 저수지 쪽으로 가는데 박상무가 언덕 위에서 "리키!" 들어가!“ 한다.

나도 재빨리 언덕 위에 올라서니 까양(까투리)이 나가는 게 보였다.

어랍쇼! "폴"이 내 앞 10m에서 포인을 하고 있는데 잔뜩 긴장하여 완전히 돌부처다.

너무 긴장하여 이젠 부들부들 떨고 있다.

앞을 보니 왼쪽엔 옛날 뽕나무 같은 잔가지가 많은 나무가 앞으로 쭉 서있고 오른쪽은

비어 있는데 오른쪽으로 날게끔 해야 되는데 몰수가 없다.

긴장된 순간이다.

뒤에 처져 있는 아내를 부를 시간도 없다.

할 수 없이,

"폴! 들어가!"

"꽈드등! 꺼겅 껑!" 일직선으로 올라가더니 나무쪽으로 튼다.

천천히 들어, "탕!" 휙 밀려 나가떨어진다. "명중!"

"꽈드등!" 다른 건달(장끼)이 또 소리를 내며 나무 사이로 빠지는데 놀란 이 땡포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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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박사장도 한 물 갔구만!" (안동, 흐리고 약간 비)   

오늘은 코리아 헌팅 넷의 수렵대회가 있는 날이다.

우리 일행 중 동생 박원장과 노선배님 그리고 박상무는 일직면에서 풍천면으로 가는 샛길에

풀어 놓고 아내 정포와 나는 "폴(에파뇰 부리똥: 1년 9개월)"을 데리고 대회에 참석하려고

출발한 시각이 7시 4분.

풍천면 구담교를 찾아가는데 약 4km를 남겨 놓은 밭고랑에 장선생(장끼)이 긴 꽁지를 뻗치고

아주 위엄스럽게(?) 폼을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금년 처음 보는 광경이다.

아내 정포(정영옥 포수의 애칭)는 "한 번 쏴 볼까?"

"옆에 집이 있어 안돼요!"

못내 아쉬워하는 아내를 보면서 대회장으로 달렸다.

아내 정포는 내내 그 그림(밭에 앉아 있는 장끼의 모습)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듯,

"아깝다! 보기 힘든 장낀데....."

그렇지만 아무리 이 땡포 박이 비록 노쇠해서 땡포 소릴 들어도 차치기를 할 수가 있나?

정면 대결을 해야지!

 

부지런히 등록을 마치고 아까 본 그 장선달이 있는 곳으로 내 달렸다.

도착하고 보니 그 선달님이 아직도 계실 리가 있나?

아내는 안타까운지 "아까 쏴 보는 건데....."

이 녀석이 틀림없이 앞에 있는 산 쪽으로 기어가 도랑 갈대숲에 은신하였으리라고 생각.

집을 등지고 몰기 시작했다.

한 열댓 발자국을 갔을 즈음 "꽈드등!!!"하며 일어나는데 집에서 아직도 좀 가깝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겨냥하려는데 뒤에 있던 아내가 먼저 "탕!".

휙 밀려 나가떨어지는데 그야말로 "명중!"이다.

또 하나 난다. 까투리다. 잘 가시라 하고 개를 돌아다보니, "폴"이 쫓아간다.

꿩은 산에서 떨어져 퍼드덕거리며 굴러 내려와 도랑으로 들어갔다.

어라? 이 녀석 "폴"이 물고 오지 않고 짖어 대는 것이다.

코를 댔다가 뒷걸음치기를 서너 번 하더니 그냥 나온다.

지난번 두 번씩이나 꿩에게 호되게 얼굴을 차이더니 겁이 나 운반을 안 하는 모양이다.

완전히 똥개로 바뀌는 순간이다.

총을 내려놓고 도랑물이 깊어 한참을 돌아 회수(回收)해 오니 짜증이 났다.

운반훈련을 얼마나 많이 시켰는데 또 그 동안 운반을 잘 했었는데 꿩에게 한 번 당하더니

이럴 수가 있나?

화가 나 욕설을 퍼부며 "야! 임마! 너 퇴출(退出) 되고 싶어?" 한마디 하는데...,

"꽈드등!!!"

장끼가 나가는데 아내는 나에게 맡긴 듯, 내가 놀라 급히 "탕!"

휫~청! 하더니 그냥 산을 넘어간다.

"아니 어떻게 뒤를 쏴요?" 아내의 말씀이다.

얼굴이 새빨개진 나, 망연자실(茫然自失)해서 넘어간 산만 쳐다보았다.

바로 아내 정포는 명포가 되고, 난 그야말로 또 땡포가 되는 순간이다.

 

오늘 오후에 또 내 발 앞 15m에서 나가는 장선달에게 또 축포를 쐈다.

물론 정면 일직선으로(0도로) 나가는 게 제일 어렵기는 하지만 스승에게 배운 것은 다

까먹고 땡포 짓을 하고 있으니 너무 답답하고 한심하다.

 

지난주에도 두 번이나 실수를 하였는데 또 이런 실수를 해 대니 12년 연장이신 노선배님

말씀, "이젠 박 사장도 한 물 갔구만! 앞으론 정포수님 보고 쏘라 하고 꿩 몰이나 하시는

게 어떻겠소?"

으이그! 이 창피!! 이 수모!!!

"땡포 박!", 이름 하나는 꼭 걸맞게 자~알 지었죠?

2) 너무도 썰렁한 엽기를끝내고 (2006년 2월 26일 흐리다 갬 매우 강풍)

     얼마 전 2일간 아내 정포수와 사냥을 했는데도 한 마리도 못 잡은 경험이 있어 불안했다.

원래 첫날에 잡아 놓아야 마음이 편한데 오늘은 어떻게 될까 걱정스러웠다.

더군다나 바람이 너무 세서 개가 냄새를 달기 어려울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이번에 꼭 꿩을 더 잡아가야 직원들이 맛있는 꿩 샤브샤브(아내가 개발한 요리, 일반

샤브샤브와 좀 다름)를 즐길 것인데 막막하다.

그래도 어제 골탕을 먹은 해보면으로 정했다.

꿩이 항상 있었음으로.....

그런데 이틀 동안 사냥에서 만 일 년이 된 "폴"이 무척 실력이 향상된 것 같다.

코가 "리키"보다 훨씬 좋아 냄새를 더 먼저 달고 또 배를 깔고 수색하는 폼이 너무 날

긴장시키게 하며 S자로 전진하는 모습이 이젠 꿩을 확실히 아는 것 같았다.

이젠 시시한 새 따위는 잘 쳐다보지도 않는다.

얼마나 기쁜지 이건 너무도 큰 수확이다.

아직 "리키"만큼 끝까지 추적은 못하나 포인, 수색, 수색방법 즉 귀로 듣고 눈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명견의 자질이 있어 보여서 나를 꽤 기쁘게 했다.

그래서 아예 오늘은 "리키"는 제처 두고 "폴"만 부렸다.

또 욘석이 내가 자기를 귀여워해 주는 걸 아는지 나만 따라 다녔다.

그래도 “폴”만 믿을 수 없어 한 참후 두 개를 다 풀었다.

"폴"이 먼저 포인!, "리키"도 와서 포인!, 금방 기어간 듯 "폴"이 납작 엎드려 배를 깔고

접근하는 모습이 너무 예뻤고 그 뒤에 "리키"가 따라 갔다.

조금 있다 "폴"은 포기하고 돌아오고 "리키"는 따라갔는데 박 상무와 나는 이젠 "폴"도

개 값을 한다고 깔깔거리며 웃는 순간 "리키"쪽에서 꿩이 나르는 모양인지, 아내 정 포수가 "탕!"

좌우를 둘러보니 6~70m가 넘게 장끼가 날라 가는 게 보여 너무 억울해 나도, 박 상무도

"탕! 탕! 탕! 탕!".

또 엿을 먹었죠.

염소 농장에 이르니 두 개들이 계속 포인하고 날리는데 까투리들만 뜨고 있었다.

무려 4마리나.....

다시 염소농장에서 내려와 논뚝을 가고 있는데 두 녀석들이 우거진 대나무 밑 덤불에다

포인을 한다.

논에서 먹다 올라갔는가 보다.

"들어가!"

"푸드등!".

"탕!".

어? 하늘로 올라간다.

그건 죽은 거고(머리를 맞으면 하늘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음).

이내 또 "꽈드등!" 박상무가 "탕!", 내가 바로 또 "탕!".

명중!.

실로 오래간만에 해보는 "double take"이었다.

이순간 땡포 박이 땡포수에서 다시 명포(名砲手)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내 정포수는 바람이 너무 세어 농장에서 내려오자마자 차를 타고 있어, "여보! 디카 좀

가지고 와서 사진이나 한장 찍어 줘요!" 소리치니,

"이틀 동안 겨우 두 마리 잡고서 무슨 카메라예요? 더 잡은 다음에 같이 찍어 줄게요." 한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어지니 장선달님이 사뿐히 내려앉은 곳을 찾아가도 너무 심한 바람에

잔취(殘臭)가 날려 수색을 제대로 못한다.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고 열심히 무지하게 발품을 팔았으나 내내 헛 탕.

기진맥진.

차에 올라 신발을 갈아 신고, 총을 손질(수입)하여 서울지구대에 시간을 대려고 허둥대다 보니,

"앗차! 사진? 여보! 사~진~! 꿩은 안 찍어도 당신하고 다정스런 모습을 찍어야 되는 건데..."

벌써 고속도로 위다.

"당신? 인터넷에 올리려고 그러죠? 난, 아니에요! 난 그런데 올리고 싶지 않아 아까 당신 사냥

다 끝낼 때도 생각이 났지만 얘기 안 했어요!"

허! 이거 마누라 정포에게 또 당했다.

이번엔 마지막이니 꼭 사진 찍자고 했을 때 방끗 웃더니 그게 아마 No! 이었나 보다.

또 여우같은 예쁜 마누라한테 속았다.

그래 두요! 그래 두요! 옆에 같이 있어 준 것 만으로도 무척 다행이고 행복한 걸요!

 

 

(후기)

170cm나 눈이 왔었는데도 함평에는 꿩과 고라니가 아직도 많았다.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 동안 엽사들이 포기한 분이 많아 사냥꾼이 없어선지 산에서 다 내려온 듯하다.

꿩이 너무 약아서 기회가 없었을 뿐 이틀 동안 암수 합쳐 총 17마리나 구경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고라니가 이 옹고집 꿩전문 사냥꾼을 알아보는지 이틀 동안 내 발

앞에서 2마리씩 4마리가 나갔다.

굉장히 운수가 좋았던 고라니들이다.(그때는 고라니가 드물었음)

 

매년 느끼는 일이지만 27일 총을 경찰서에 영치(領置) 시키니 마음이 영 허전하다.

아내 정포는 너무도 쓸쓸해 하는 내 마음도 달래주고 오래간만에 "double take"한걸

축하해준다고 거금(?)을 들여 한턱을 냈다.

특급 참치회로 포식을 했다.

참! frlove님이 옆에 계셨으면 더 좋았을 것을...

이승연님도 함께라면 더 더욱 좋았을 것을.....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