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2010년 12월 25일 오후 눈, 26일 맑음)

 애견 ‘폴’이 드디어 덤불 속에다 포인을 했다. ‘짱’도 와서 포인! 틀림없다. 약하게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는데 무척 긴장된다. 아내 정포와 좌우로 포진!

“들어가!”

날 쓱 쳐다보더니 살살 산으로 오른다. 꿩이 기나 보다. 우린 계곡으로 열심히 쫓아갔다.

이런? ‘폴’이 사정없이 빠르게 정상으로 쳐들어간다.

우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 이어 ‘폴’이 내려오는 비퍼 소리가 멀리서 들리더니 옆 산으로 돌아 넘어간다. 우린 계곡에서 우두커니 서서 개가 내려오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가끔 ‘폴’이 꿩을 몰고 오는 경우가 있어서다. 그것도 장끼만을...

그런데 어쭈? 이게 웬일인가?

선달이 ‘폴’한테 쫓겨 “꺼겅” 거리면서 왼쪽 산 너머에서 날라 오른쪽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한 30m 거리다.

재빨리 총을 들어 따라가며 방아쇠를 짜는 순간 “따당!!!”

아내가 먼저 쏜 총알에 완전 명중이 되어 푹! 고꾸라질 찰나에 내 총알이 나간 것이다.

“여보! 축하! 금년 벌써 네 번째 네!”

휘슬을 불어 개를 부르며 떨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와~! 어찌나 정통으로 맞았는지 묵치가 완전히 절명이 되어 있었다.

“여보! 축하해! 우리 하이파이브 하자!”

정말로 내가 잡은 것 보담 더 기뻤고 흥분이 되었다.

즉시 공렵을 하던 옥천포 후배에게 전화로 알렸다. 그랬더니 “금년엔 2자리 숫자(10마리 이상)를 채우실 모양”이라며 축하를 해주었다.

그 때야 ‘폴’도 ‘짱’도 들이 닥쳤다. 얼른 ‘폴’에게 던져줬다.

자기가 날려준 꿩을 잡았으니 ‘폴’이 기분이 좋아지도록 물려준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 이 땡포 박은 총이 안 맞는 것이다.

3방이나 쐈는데 떨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마눌님 정포에게 주녁이 든 게 아닐까?

 

다음 날도 떼 꿩을 두 번이나 만나 4방이나 쐈는데도 완전히 땡포 짓거리만 했다.

한 마리 건진 다음 점심을 먹는다는 것이 잡지 못하자 약이 올라 점심까지도 굶었다.

이제 오후 3시 반.

땡포 박 꿩 창고인 이원군 평계리 넘어 영동군 심천면으로 쳐들어갔다.

그러나 얼마나 운이 없는지 오전에 어떤 꾼이 샅샅이 훑고 지나간 것이다.

한 마리도 못한 땡포 박은 약이 오를대로 올랐다.

길이 미끄러운데 빨리 끝내고 집으로 가자는 아내 정포를 뒤로하고 응달인데도 늘 꿩이 내리는 곳으로 부지런히 뛰어갔다. 여기는 사냥꾼 발자국도 없어 기대를 하였으나 역시 없다. 할수없이 여태껏 한번도 꿩을 보지 못한 곳이지만 더 이상 갈 데도 없어 위에 묵밭이 있는 곳으로 치고 올라갔다.

어라? 이게 웬일?

넝쿨이 우거진 긴 도랑에다 두 마리 개가 다 포인을 하는 거다.

웬걸? 사정없이 기는데 이를 악물고 쫓아갔다.

입에선 단내가 다 나고 등엔 땀이 흐른다.

또 포인!

“들어가!”

“꽈드등! 꺼겅껑껑!”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얕게 낮은 소나무를 배로 깔며 총알같이 나가는 게 아닌가?

아무 사심 없이 무아경 속에서 총을 재빨리 들어 따라가며, “탕!!!”

명중이다.

옥천포 김남용 후배도 튀어 나오고 아내 정포도 차에서 내리더니, “축하합니다! 축하해요! 극성을 부리더니 마침내 해냈군요!”

“어떻세유

2009 년 엽기 마지막 사냥 (2010년 2월 23, 24일)

 

이번 엽기는 지난 봄 흐리거나 찔끔 찔끔 자주 비가 내려 일조량이 너무 부족해 번식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꿩을 만나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리고 항상 꿩보다 고라니를 더 만나게 되니 옹고집 꿩 사냥꾼인 나로서는 전혀 달갑지가 않았다. 하루 진종일 꿩을 한 마리도 구경을 하지 못했을 때도 늘 고라니는 2~3 마리나 만날 수가 있었으니 나에겐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이것도 그냥 구경만 한 것이 아니라 애견 ‘폴’ 이 몰아다 주어 바로 발 앞에서 나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여튼 꿩이 너무 없어 영월, 봉화, 청송을 사흘씩 끊어 사냥을 하였는데도 영월서 2마리, 봉화서 3마리, 청송은 꽝을 친 전대미문의, 초유의 사태가지 이르렀으니 이 얼마나 어이가 없는 일인가? 정말로 한심한 엽기라 글을 쓸 마음이 생기지 않아 그동안 한편도 쓰지를 않았다.

 

각설하고,

지난 2월 23일 2009년 마지막 사흘 사냥에도 첫날은 진종일 예천과 안동을 뛰어 다녔는데 한 마리도 볼 수가 없어 꽝을 쳤다.

다음 날 동생 박원장 일행과 만나 그래도 전에 자주 꿩을 만났던 안동시 북후면 도촌리로 쳐들어갔다. 그러나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산을 몇 개 넘자 ‘폴’ 이 냄새를 달았는데 요리조리 산을 뱅뱅 돌더니 나를 피해 살짝 멀리서 나는 선달을 본 것이 고작이었다.

다시 험한 산길을 타고 넘어가 우리가 가끔 꿩을 만났던 깊은 계곡으로 어렵사리 들어갔는데도 여기도 역시 똑같은 상태였다.

할수없이 마지막 수단으로 산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치다 보니 꿩이 아래로 몰린 듯 드디어 ‘폴’ 이 포인! 오~ 이 얼마나 오래간만에 만난 ‘포인’인가?

그런데 앗불사! 아내 정포는 너무 험한 산길이라 먼저 길을 따라 내려갔고 박상무는 아직 산위에서 내려오지 못한 상태이니 땡포 박이 쏘기 좋게 날리기는 다 글렀다.

“‘폴’ 들어가!”

안 들어간다. 요놈이 코 앞에 있구나 생각하고 발로 툭! 풀뿌리를 찼더니 개가 덮쳤는데도 날지를 않는다. 작게 한바퀴 라운딩을 하고 돌아오는데, 개 뒤에서 “꽈드등! 꺼겅껑껑!” 소리를 지르면서 산 위쪽으로 돌면서 나는 게 무지 빠르다.

“너! 이놈 죽었다!” 하고 생각하며 리-드를 하는데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총구(銃口)가 잘 따라가지 않는다.

할수없이 앞에다 대고 탕! 탕!. 어~라! 그냥 간다.

너무도 한심하고 실망스러워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삽탄(挿彈)을 하는데 또 “꽈드등!” “탕! 탕!” 급하게 쏘니 또 그냥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이 얼마나 오래간만에 만난 꿩인데 이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하다니?

“이런 빌어먹을! 부끄럽다! 에이 너무 속상하다!” 하며 하염없이 꿩이 날아 간 쪽을 바라만 보고 있는데 휴대폰 전화 소리다.

“잡았수? 네 방이나 나던데 ?”, 마누라 정포다.

“못 잡았어! 내 참!”

깔 깔 깔 웃으면서 아내 정포가 하시는 말씀, “이제 당신도 땡포 다 되었구려!” 입이 몹시 썼다. 하늘이 내려 준 좋은 기회인데 그걸 빼먹었으니 얼마나 비참한가? 어찌나 성깔이 나는지 엽총도 꺾어 버리고 싶었다. 아니, 바위에다 패대기치고 싶었다. 씩~ 씩~! 거리면서...

 

다시 동생을 만나 쓰디 쓴 점심을 든 뒤 풍천면 기산리로 갔다.

여기도 4년 전에 그리 많았던 꿩이 하나도 없다. 지난 1월 중순엔 발 앞에서 똘돼지가 나갔던 곳이다.

그것도 어정어정 거리면서 천천히 나가는 돼지를 쏘지 않았다가 동생에게 얼마나 원망을 들었는지 모른다.

사실은 개가 다치면 안 되기 때문에 톨탄을 갈아 끼고도 옹고집 꿩꾼이라 그냥 보냈더니 두고두고 아깝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젠 봄기운이 완연한 듯 얼었던 언 땅이 녹아 신발에 흙이 많이 달라붙어 걷기가 너무 힘든 사냥 길이었으므로 너무 피곤해진 동생 일행은 그냥 서울로 올라간단다. 아내 정포도, 박상무도 신발을 갈아 신고 총도 접었다. 아내 정포가 묻는다.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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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번 엽기엔 꿩이 급격히 격감되었을까? (2009년 12월 29일)

 땡포 박은 삼년 전에 의성군보다 훨씬 꿩이 더 많았던 안동시를 택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3년 전 보다 훨씬 꿩을 만나기 힘들었다.

왜 그럴까?

어느 분은 농약을 많이 놓기 때문에, 들 고양이가 많아서 꿩과 그 알을 먹어 치우기 때문에, 개설된 수렵장이 너무 적어 사냥꾼이 많아 씨를 말려 버리기 때문에, 개설이 안 된 수렵장에서 유해 조수를 구제하기 때문에 또는 근친교배가 되기 때문이라 한다.

그런데 이 근친교배는 수류(獸類)나 조류(鳥類)엔 해당이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을 서로 투쟁하여 힘이 제일 센 즉 우성(優性)의 인자(因子)를 가진 수컷과 교배를 하기 때문이다.

만일 근친교배로 인해 수가 격감이 된다면 멧돼지와 고라니는 어떻게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을까?

 물론 위와 같은 이유에서 개체수가 무척 많이 주는 것은 사실이다. 전에는 이 땡포 박이 시화호 상류 간척지에서 엽견 훈련을 가면 3시간 동안 꿩을 50마리 이상을 만났는데 금년엔 20마리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을 할 것인가?

그것도 금년에 태어난 녀석들 보다는 묵치(나이가 많은)만 뜨는 것은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되는가? 하여튼 작년까지는 위와 같은 행태의 조건 속에도 이렇게 급격히 개체수가 준적은 없었다.

 이 땡포 박은 꿩의 개체수가 이렇듯 급격히 준 것은 날씨 때문이라고 과감히 말하고 싶다. 무슨 뜻이냐 하면 꿩의 산란기인 4, 5, 6월이 가물어 햇볕이 쨍쨍 내려 쬐어야 하는데 금년 4, 5, 6월엔 비도 찔끔 찔끔 많이 오고 또 흐린 날이 계속되어 꿩이 부화를 못했기 때문이다. 즉 꿩은 밤에만 자기 알을 품고 낮에는 품지를 않고 먹이사리만 하여 햇빛에 부화를 시킨다. 따라서 일조량(日照量)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땡포 박은 1960년대 말(末)경 봄장마도 길고 매일 날이 흐려 일조량이 부족해 그 해엔 꿩이 격감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그 다음 해는 일조량이 풍부해 개체수가 많이 늘어 즐거운 사냥을 할 수가 있었다. 내년에 다시 일조량이 늘면 전과 같이 꿩을 만날 수가 있을 것이다.

 어느 조류 학자에 의하면 꿩은 일기에 따라 산란(産卵)을 할 양(量)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꿩은 많으면 35개 까지도 낳을 수가 있는데 산란기(産卵期)에 비가 많이 내리면 철저히 알 개수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계속 비가 자주 내리거나 흐린 날씨만 계속이 되면 부화율이 30~55%로 떨어진단다. 또 일조량에 따라 암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궂은 날이 계속 되면 장끼보다도 까투리가 더 많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렇다 하더라도 농약으로, 들 고양이로, 너무 비좁은 엽장으로 또 마구잡이 개발로 인해 서식처가 좁아지는 등의 이유로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정말로 가슴이 아프다.

언제까지 꿩 사냥을 재미나게 즐길 수 있을까 걱정이다.

 

 

산으로 오르면 너무 힘들 것 같아 밑으로 돌아 논 위를 걸어가자니 꽤 멀었다. 그래도 할 수가 있나? 저~기 꿩이 있는데...

세 번째 산 중턱에 올라가 보니 바로 앞산에 있을 듯 했다. 급경사 진 산을 내려가는데 가시넝쿨은 많지, 덤불도 우거졌지, 정말로 힘들었다.

아내 정포는 포기한 듯, 능선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앞산을 50m 쯤 올라갔을까? '폴'이 갑자기 포인을 한다. "오호라! 네가 여기 내렸었구나!" 하고 '폴'을 따라 붙으니 '폴'이 냅다 왼쪽으로 돌면서 위로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아! '폴'이 꿩을 몰아오려고 위로 뛰는구나!"하는 생각에 나도 곧장 산 위 쪽으로 달렸다.

군사 훈련 때문인지 계속 뜨는 헬리콥타 소리가 너무 요란해 꿩이 나는 소리가 안 들릴 것 같아 위를 쳐다보며 뛰었다. 그러자 까맣게 선달이 내 머리 위로 오는 것이 보였다. "너! 이거나 한방 먹어라!"하는 심산으로 "탕!!!".

아까 오전과 똑 같이 내 30m 뒤에 처박히는 게 아닌가?

앗! 선불이다! "폴!' "폴!!" "폴!!!" "여기다! 여기!" 미친 듯이 쫓아가면서 휘슬을 불었다.

이내 달려오던 '폴'이 꿩 냄새를 달은 듯, 눈이 시퍼렇게 광채를 띄며 살기(殺氣)에 차 산 위로 달려 나갔다.

5분, 10분.....

멀리서 '폴'의 비퍼 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더 가까이....

"오! 고맙다! 장하다! "폴"! 드디어 물었구나! 여기다! 여기!"

"여보! 우리 '폴'이 꿩을 물어 왔어요!", 크게 아내 정포를 향하여 소리를 질렀다.

"어머? '폴'이 물었어요? 장하다! 장해!", 아내는 너무 기쁜 나머지 감격해서 대꾸를 했다.

우린 개선장군처럼 으스대며 차(車)로 갔다. 옥천포 김남용 님도 만났다.

"형님? 어떻게 잡았어요?"

"형수 땜에 잡았지!"

"아니? 형수님 때문이라뇨?"

"내가 쫓아가자고 했을 때 형수가 No 했으면 가지 않았을 테니까!"

더욱이 노 선배님께서 칭찬을 해 주시는데,

"야! 대단해요! 대단해! 옛날도 아니고 그 나이에 그걸 끝까지 따라가서 잡아 오다니 정말 굉장합니다!

옛날 땡포 박이 다시 돌아 왔군요!".

옛날엔 아무리 멀리 날라 가도 꼭 끝까지 따라가서 잡아 오곤 했기 때문이다.

 

그 뒤론 영 꿩을 볼 수가 없었다. 혹시나 월산 산업단지에 가 보았는데도 없었다.

옥천포는 다시 용호리와 합강리 경계선에 있는 장산(長山) 정상으로 가면 꿩을 만날 수 있다고 가보자고 했다. 도착해 앞산을 보니 정말로 장난이 아니다. 까맣게 높다.

옥천포가 앞장을 서는데 너무 안스럽고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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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수렵은 아예 포획승인을 신청할 때부터 전쟁이었다.

아마도 자기가 가고 싶은 엽장을 선택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도 일행 다섯이 연기군과 예산군을 택했는데 연기군은 다 되었지만 예산군은 나 하나만 돼 옥천포 김남용 후배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었던 예산군은 이름만 났을 뿐이지 너무 많은 엽사들이 몰려 꿩보다도 훨씬 많은 사냥꾼 때문에 사냥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렇듯 시(市), 군(郡)들이 수렵장 개설을 기피한다면 우리 참된 엽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면 도(道) 순환 엽장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금년 사냥은 수요일과 일요일에 거의 다 출엽을 했다.

일요일은 노 선배님, 박 원장, 아내 정 포와 나, 넷이서 하였다.

그리고 수요일은 동생과 우리 내외, 셋이서 하였는데 '폴(후렌치 부리타니)'을 분양해 준 대전 frlove 김성주 님께서 꼭 참석을 해 주셨다.

김성주 님은 이 땡포 박과 코드(code)가 잘 맞고 서로 술도 좋아하는지라 의기투합이 된 셈이다. 그런데 정말로 이상한 것은, 믿기지 않는 것은 김성주 님이 이 땡포 박하고 다니면 절대로 꿩을 잡지 못하는 것이다.

2년 동안 딱 한 번 산청군에서 사흘 사냥에 장끼 1마리 잡는 것을 본 것 외에는 하나도 잡지 못한 것이 거짓 아닌 사실이다. 불질도 못하는 분이 아닌데 이 땡포 박하고 나섰다 하면 항상 꽝이다.

또 요상한 것은 나하고 나가면 거의 다 꿩이 내 앞에서만 뜬다. 물론 이 땡포 박에게 다 양보를 하셔서 그렇겠지만 작년 산청에서도 그랬다. 그런데 어쩌다가 한 번 뜨면 꼭 빼 잡수시는 거다.

안 그렇겠는가?

오래간만에 만나면 꼭 잡아 뭔가를 보여 주어야 하니 너무 긴장이 되어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게다. 늘 꿩을 잡지를 못하는데도 즐겁다고 같이 꼭 붙어 다니니 아내 정포는 이상한 분들이라고 웃기만 한다.

언젠가 김성주 님 얘기를 들어보니 나하고 공렵을 할 때는 항상 잡지를 못해 단독으로 나갈 때 잡으면 꼭 카메라에 담는다고 한다. 증명을 해야 될 것 같아서...

어느 싸이트에 선달 두 마리를 올린 것을 본적이 있다. 그러나 우린 누가 잡던 개의치를 않는다.

사냥을 다 끝내고 시원하게 목욕을 한 후에 한 잔 걸치면 그 이상의 낭만이 없으니까....

 

2월 25일 수요일에 마지막 출렵을 했다.

마지막이라고 일요일만 함께 하시는 노 선배님도 참석하셨고 물론 김성주 님도 가세를 했다.

'대전 해장국' 집에서 반주를 하면서 우리는 박 원장이나 나는 2마리, 나머지 분들은 1마리씩 잡지를 못하면 오늘 저녁은 굶는 것이다 하고 약속을 했다.

동면 용호리에서 끝을 맺자고 약속, 용호리로 내 달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용호리 엽장에 도착하기 직전에 꽤 큰 논이 쭉 있는데 그중 길가 한 논 가운데서 정말로 멋있는 장관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와~! 거기엔 고라니 두 마리가 서로 어울려 멋들어진 춤을 추고 있었다.

큰 녀석은 수컷이고 작은 녀석은 암컷인가 본데 우리 사냥꾼들이 구경하는 줄도 모르고 둥실 둥실 사랑의 춤을 추는데 우린 너무 황홀하여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거리도 알맞고 총도 다 조립이 된 상태지만 그 누구도 총을 집어 든 사람이 없었다.

두 녀석 들은 얼마나 즐겁게 춤을 추는지 그야말로 환상의 연출이었다. 그리고는 한 참 있다가 우리가 보는 것을 알아 차렸는지 천천히 산으로 올라갔다.

수십 년 사냥을 했지만 이런 자연 속에서 두 고라니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광경은 처음이었다.

얼마나 황홀하고 멋졌으면 사냥꾼들이 총을 들지 않았겠는가? 아니, 사진도 찍지 못했다.

 

각설하고 용호리 속칭 '김성주 엽장'에 도착, 우린 작전대로 움직였다. 여기서 '김성주 엽장'이라 함은 그 큰 산 여러 줄기 가운데서 유독이 이 곳만 꿩이 있는 것을 김성주 님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섯 번 오면 세 번은 꼭 꿩을 만났다. 그러나 왜 그런지 오늘은 볼 수가 없다.

산을 넘어 거의 다 내려와 왼 쪽 덤불이 있는데 '폴'이 그냥 간다. 다시 불러 덤불이 있는 곳으로 들여보내니 아니나 다를까 산 위를 쳐다보고 덤불에다 포인을 한다. 벌써 아내는 눈치를 채고 꿩을 몰아 내가 쏘기 좋게 옆으로 이동을 한다.

"들어 갓!" "꽈드등!!" "탕! 탕!"

아내 정포가 한 발, 내가 한 발을 거의 동시에 쐈다. 서로 "축하해!". "축하해요!". "아니, 난 아녜요!"

다시 돌아 차로 가는 데 50m 앞에서 '폴'한테 쫓긴 선달이 "꺼겅껑껑" 하고 외치며 돌아간다.

급하다.

"탕!~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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