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2007년 수렵을 마치고 (2) -- 2월 27, 28일 맑음

 

화! 벌써 마지막 사냥이라니? 너무도 아쉽다! 그동안 매주 수요일엔 옥천포 김남용 님께서 함께 해 주었는데 이젠 어쩌지? 무척 정이 많이 들어 어떻게 헤어져야 하나? 헤어질 때에는 정말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4개월 동안 거의 일주일에 두 번씩, 수요일엔 같이 사냥을 하고 저녁도 먹고 주말에도 별일이 없으면 늘 저녁을 같이 들곤 했는데 앞으론 만날 수가 없다니 서운하다 못해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이 허전하다.

 

첫날 27일 수요일은 동생 박 원장과 노 선배님은 사냥을 끝내고 올라가기로 되어있고 아내 정포, 박 상무와 나는 하루를 더 하기로 했다.

우린 이원면 평계리 넘어 심천면으로 갔다. 평계리 고개를 넘자마자 심천면이 나오는데 좀 더 내려가면 양지바른 왼쪽 높은 산줄기가 우리 단골 엽장이다. 바로 길옆인데다가 별로 꿩이 붙지 않을 것 같고 산이 높아 그냥 지나치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재미를 보곤 했다. 박상무와 나는 산을 탔다. 꿩을 정상에서 아래로 몰아 동생, 노선배님과 아내 정포가 쏘게끔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산을 타느라고 고생만 했지 세 마리나 미리 날라 헛수고였다.

다시 평계리로 넘어가 집 근처를 뒤졌다. 꿩을 발견하면 산으로 몰아 잡으려는 것이다.

역시 집 뒤에는 눈 위에 묵은 꿩 발자국이 많이 보였다.

이윽고 ‘폴’이 포인! 따라가는데 산 속으로 들어간다.

가시에 찔리면서도 열심히 따라 갔다. 4~500m를 지그잭으로 따라가는데 너무 힘들었다.

드디어 ‘폴’이 왼 쪽으로 몸을 틀며 포인에 들어갔다. 아래는 포도 밭이다.

욘석이 위로 날면 총을 쏠 수가 있을 것 같아 "들어가!" 웬걸? 날지 않고 또 왼쪽으로 빠진다.

날면 총에 맞아 죽을 것 같으니까 날지를 않고 다시 산 위로 기어 내빼는 모양이다.

다시 포인! 어? 또 날지를 않고 옆으로 전속력으로 기는 것이다. 백전노장이니 산을 넘어가 살짝 날겠지! ‘폴’이 얼마나 빨리 따라 가는지 이젠 포기다.

거친 숨을 토하며 나무속에서 쉬면서 땀을 닦고 있는데, "탕!". 옳지! 날다가 박 원장한테 들켰구나! 어? 그런데 물어오라는 소리가 안 들린다. 못 잡았나? 한참 사방을 두리번거리는데 우리 ‘폴’이 장 선달(장끼)을 턱~ 물고 나한테 달려오고 있지 않은가? 와! 핫 핫 핫! 잡았군! 잡았어! 내려가 동생 박 원장에게 꿩을 건네면서 축하 인사를 건네니 형님 때문에 잡았다고 유쾌히 웃는다.

산에서 내려오는데 옥천포 김남용 님 전화다.

"선배님! 어디 계세요? 근처에 계시면 농장으로 오세요!"

우린 빨리 정리를 하고 달려갔다.

"오늘은 오늘을 위해 한 번도 안 들어간 숨겨 놓은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그동안 옥천포의 성실함을 잘 알지만 뭐 기대라? 춥고 바람이 많이 부니 눈이 녹은 아늑한 곳으로 안내를 한다나? 그러나 정말 한 번도 와 보지 못한 곳으로 안내를 한다.

개들이 수색을 하는데 땡포 박 20m 앞 산에서 꿩이 천천히 날라 옆으로 빠지는 것이 아닌가? "옳다! 넌 죽었다!"하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리드 하면서 방아쇠를 당기는 데 안 나간다. 꿩은 산을 넘어가고..... 안전핀을 풀지 않은 것이다.

어? 올해는 왜 이렇게 실수를 많이 하지? 기가 막히다. 창피하다.

옥천포는 "살 꿩"이라고 위로를 해주지만 완전 땡감을 씹은 기분인 걸 어쩌겠나?

다음 골짜기로 들어서는데 작은 고라니 한 녀석이 내 앞 10m에서 나간다. 운 좋은 녀석이다.

그러나 그 운도 잠깐이었다. 옥천포를 만나 고라니가 바로 내 앞에서 나갔다고 하니 어느 쪽이냐 묻길 래, 똑 바로 나갔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 골짜기에서 옥천포 한테 들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왜 멀리 달아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그게 그 녀석의 운명인지는 몰라도..... 허나 이게 웬일? 여기서 우연히 김성주 님을 만났다. 이게 우연이 아니고 필연인가 보다고 서로 반가워 했다.

오후 3시 반인데 동생과 노 선배님은 사냥을 접는단다. 4시에 꿩이 내려 올 터인데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해도 지구대에 늦는다고 조바심을 내면서 총을 접으니 우리 일행도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땡포 박이 오전에 겨우 꿩 한 마리 잡은 것을 동생한테 건네주고, 옥천 포는 노 선배님께 몸 보신 하시라고 고라니를 내놓았다.

이제 우린 할수없이 미리 예약해 놓은 옥천관광호텔에 짐을 풀고 동생은 김성주 님을 포함해 우리와 이른 저녁을 들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다음날 심천면 마곡리로 김성주 님과 함께 털어 보았으나 미리 나는 꿩 세 마리만 보았을 뿐 꿩을 발견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바람도 잤고 따듯하다. 어제하고는 딴 판이다.

11시쯤 옥천포가 전화를 했다. 이상무님등 AKFTC 회원들과 사냥을 하고 있는데 12시에 만나 같이 사냥을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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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수렵을 마치고 (1)--2월 24일 맑음(옥천군에서)

     이번 시즌은 정말로 즐겁고 행복했다.

가장 젊은 국포 국종훈 님, 거제도에 사시는 추포 추교훈 님, 대전 frlove 김성주 님과

jazz.man 윤민호님 그리고 옥천포 김남용 님과의 공렵은 이 땡포 박이 어떻게 4개월을 그리 

 빨리 보내게 만들었는지 그저 황홀하고 너무도 유쾌했던 만남이었다.

마지막 일요일(2월 24일)은 최 기사네 선친 기일(忌日)이고 또 월요일은 이 땡포 박 선친 제사(祭祠)라 혼자서 사냥을 갈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국포 국종훈님이 자기가 이번 일요일에 황송(?)하게도 이 땡포 박을 모시겠다고 전화가 왔다. 아내 정포는 제사준비로 갈 수가 없어 서운했지만 그래도 단둘이서 할 사냥을 생각하니 절로 흥이 나고 은근히 기다려졌다. 국포가 일산 우리 집으로 온다고 했으나 아무리 새카만 선배라 하더라도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마포 산천동 국포가 사는 아파트로 가보니 아침 6시. 옥천으로 내 달렸다.

작년 시즌 초 땡포 박 내외에게 "막내 아들로 삼아 주시면 안될까요?"하고 일어서서 정중히 부탁까지 한 국포, 항상 예의 바르고 선배를 정중히 모실 줄 아는 국포가 늘 마음에 들어 이번 아내 정포와 동행을 하지 못하였어도 사냥은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우리가 치기로 한 엽장에 도착하니 벌써 돼지 꾼들이 와 있었다. 할수없이 강 건너편 산으로 갔다.

차를 제방에 세워 놓고 밑으로 내려가 큰 산 아래 음지(陰地)로 2km 쯤 나갔는데 한 마리도 만나지를 못했다. 이제 다시 산을 넘어가야 된다. 정상으로 넘어가 능선을 타야 되는데 이미 각오는 되어있지만 가파라서 오르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국포나 추포가 늘 하는 사냥 스타일이어서 좀 부담스러웠지만 열심히 따라 다녔다. 정상을 거의 다 올라 갈 무렵 별안간 "꽈드등!!!"하고 꿩이 머리위로 날아 뒤로 빠지는데, 이때 땡포 박은 꿩만 보고 몸을 돌려 "꽝!". 그러나 몸의 균형이 안 맞아 뒤로 벌렁 나가자빠지고 말았다. 깔깔깔 웃는 땡포 박에게 앞에 가던 국포는 자못 걱정이 되는 듯, "선생님~! 괜찮으세요?".

그러나 그 뒤엔 나무 속에서 나는 꿩만 구경했을 뿐 소득은 없었다. 다시 차를 세워 둔 방죽으로 나와 나란히 앉아 도시락을 들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부자지간(父子之間)”같은 대화가 아니라 선후배끼리 나누는 맛있고 흥겨운 정담(情談)이었다.

 

이번엔 지난주 국포가 장 서방(장끼)을 더블 테이크(double take)를 하였다는 곳으로 갔다. 여기서도 산을 넘어 다니는데 꽤 힘들었다. 너무 힘들어 하는 땡포 박을 본 국포는,

"땡포 박 선생님! 좀 쉬었다 가시죠!"

"아니, 괜찮아요! 그냥 갑시다!"

이 땡포 박은 사냥 스타일이 옛날 관광버스를 타고 다니던 버릇이라 쉬지를 않는 것이다. 그 때에는 버스가 오후 4시 반에나 오기 때문에 그냥 앉아 있으면 땀으로 젖은 몸이 추워져, 쉴 때도 서서 쉬거나 그냥 천천히 걷는 습관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경사가 심한 산을 내려가는데, "꽈드등!!!" 내 옆 15m에서 꿩이 난다. 급히 총을 드는데 쭉~ 미끄러져 털석!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나 주저 앉으면서, "탕!"하고 쏘니 맞을 리가 있나? 그냥 웃을 수 밖에.....

다시 열심히 힘들게 산 정상을 넘어 그늘 쪽 양지에 버티고 있는 남의 산소 앞에서 잠시 서서 쉬는데 산소 아래 녘엔 숲이 무성해 꼭 꿩이 숨기 좋은 곳이라 땡포 박이 한 마디했다.

"이런 데서 가끔 꿩이 나가기도 하는데...!"

이 소리를 꿩이 알아들었는지, "꽈드등!!!" 국포가 "탕!". 어? 맞았는데 억지로 가는 것 같아 이 땡포 박도 "탕!". 안 맞았다. 다시 국포가 "탕! 탕!". 우리 "폴"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는지 열심히 따라 가더니 물고 온다.

너무 아쉬웠던 산청 사냥 

다시 나와서 국포 님의 꿩 창고라는 곳을 털어 보았으나 구경을 못해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 곳은 아주 꿩이 잘 붙게 생긴 곳 같았다. 산 입구에만 집이 여러 채가 있는데 산 쪽으로 쭉~ 올라가 보니 포란형으로 높은 산이 둘러 쌓여 있고 그 둘러 쌓인 산 아래 계단 논이 깔려 있다. 좀 위에 오른 쪽에는 묵은 밭이 계단으로 펼쳐 저 있는 것이 그야말로 멋진 엽장이었다. 묵밭을 들어서자마자 우리 "폴"이 포인하는 소리가 들렸다. 즉시 따라 붙었는데 얼마나 빨리 기는지 도저히 따라 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 윗 쪽에서 추포 님이 내려오니 쫓긴 듯, 별안간 내 15m 앞에서 나는데 앞 언덕을 급히 넘어가려 한다.

급히 총을 들어 한방을 갈겼으나 헛 탕이다. 투덜대며 내려오는데, "꺼겅껑껑!!!" 급히 소리를 지르며 산 능선을 타면서 대나무숲 위로 나는 선달을 향해 꽤 멀지만 재빨리 쏘니 정통으로 맞았다. 그러나 빽빽한 대나무 속에다 밑에는 억센 가시 덤불이라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선배가 떨어트린 꿩을 찾아 드린다고 추포 님도 가세(加勢)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나무와 억센 가시나무가 뒤엉켜 다니기가 무척 힘든데도 같이 찾으려고 애쓰는 추포 님을 보니 배려하는 마음씨를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게임을 회수하지 못하면 안 쏘느니만 못하다!"는 말을 실감하며 속으로 언짢아 했지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아내와 김성주 님은 벅찬지 차로 돌아가고 추포 님과 함께 논을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갔다. 어~쭈? 우리 "폴"이 풀도 성기지 않은 작은 논둑 끝에다 포인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바로 직전 추포 님의 '폴(Fall)'이 그냥 지나쳤다는 것이다. 백전노장인 '폴'이 그냥 갔는데 네가 무슨? 하고 생각하며 발로 풀을 탁! 찼다.

"화닥닥!" "꽈드등!!! 꺼껑!!!"

예상치 않던 터라 재빨리 총을 들어, "탕!". 어? 아래 논으로 떨어지는데 선불이다.

우리 '폴'이 쫓아갔으니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냥 온다. 어~라! 다시 성급하게 여기 저기 라운딩을 하는 것을 보니 틀렸다. 그런데 추포 님의 '폴'이 도랑으로 왔다갔다 하더니 빽빽한 나무더미에다 코를 대고 킁킁 거린다. 너무 비좁아 들어가지 못하고 쩔쩔 매는 것 같았다. 추포 님이 내려가더니, "여기 꿇어 있네요!".

총에 맞아 떨어진 곳에서 가까운 거리인데 우리 '폴'은 너무 급해서 엉뚱한 곳만 헤매고만 꼴이 되었다.

아마도 도랑 물위로 기어 도망을 가 못 찾은 것 같다. 이러니 이게 땡포 박이 잡은 것인가? 추포 님 개가 잡은 거지! 천천히 계곡 위로 더듬어 올라가는데, "꽈드등!!!".

땡포 박이 천천히 보내 놓고, "꽝!!!". 앗! 실수! 이럴 수가? 이때 추포 님도, "땅!". 헛방이다.

이 땡포 박이 천천히 쏘는 것을 보고 "젠 죽었다!"고 생각하다가 그냥 나가니까 뒤늦게 허겁지겁 쏘니 아무리 명포수인들 맞힐 수가 있나? 차로 돌아가니 뒷 산으로 넘어간 강호님이 돌아오는데 또 안테나가 걸려 있다.

"어! 또 잡으셨네! 축하해요!"

"산을 넘어가니까 미리 떼꿩이 막 나가잖아요? 며칠 후 다시 한 번 오면 그 땐 재미 좀 볼 것 같은

데...."

 

이제 마감을 할 시간이다.

오늘 강호 님도 처음 만났고 또 앞으로 한동안은 우리가 서로 만나기도 쉽지 않을 터이니 저녁이나 같이 들자고 권했다. 그러나 빨리 돌아가서 급한 볼일을 봐야 한다면서 극구 사양을 하는 것이다. 기념 촬영이나 하고 이별하잔다. 너무도 아쉬웠다.

아! 그런데 또 오늘 잡은 꿩으로 꿩 샤브샤브를 만들어 회식을 하라고 다 내놓는 것이다. 정말로 나, 땡포 박은 할 말을 잃었다. 지난번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었는데 젊은 후배들에게 너무 신세를 지는 것 같아 쑥스러웠다. 아니, 부끄러웠다.

고맙소! 추포 님! 그리고 강호 님!

이 땡포 박은 그대들을 항상 잊지 않을 것이요!

 

계속 열도 나고 기침이 심하면서도 거센 맞 바람과 싸워 가며 2박 3일 강행군을 했다. 그 때문인지 사흘동안 쏘는 쪽쪽 선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금년엔 어찌 된 영문인지 '폴'이 선불 꿩 처리가 작년만큼 하지 못해 실망이 컸다. 작년 말 '폴'의 활약을 무척 자랑을 했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이번에 너무 선불을 많이 시켜서 그랬을까? 개를 여러 마리를 같이 끌어서일까?

도대체 모를 일이었다. 이튿날 겨우 선달 한 마리, 마지막 날도 선달 한 마리 회수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너무도 아쉽고 미안한 것은 김성주 님께서 한 발도 쏴 보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김성주 님의 개가 어려 우리 '폴'을 따라 다녔다 해도 한 마리도 발 앞에서, 아니 그 근처에서도 나간 꿩이 없다니 정말로 요상했다. 김성주 님은 마지막 날에는 꼭 꿩을 만나기 위해 이 땡포 박보다도 더 높은 산을 타면서 노력을 많이 했는데도 말이다. 김성주 님은 "이번 엽행(獵行)은 꿩을 못 잡을 팔자"하고 웃었지만 땡포 박은 너무도 송구스러웠다. 오히려 김성주 님은 "심한 독감에 저 땡포 박이 쓰러지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을 많이 했단다. 심하게 기침을 하면서도 계속 버티는 것을 보고 "땡포 박 체력은 끝내준다"는 칭찬까지 했다.

 

큰 꿈을 안고 가서 아내 정포와 둘이서 사흘 사냥 동안 잡은 것이 겨우 선달 네 마리가 고작이라니 이게 무슨 망신스러운 일인가? 또 김성주 님은 사흘 사냥에 한 발도 쏴 보지 못했으니 얼마나 아쉬운 사냥이었겠는가?"

jazz.man 윤민호 후배님

 

몇 년 전 환갑이 되었을 때도 아직도 젊다는 착각이 들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한 해, 두 해를 계속 보내다 보니 이젠 정말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칠순(七旬)에 더 가깝게 되어 그야말로 인생무상(人生無常)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과연 이 땡포 박은 언제까지 지금같이 사냥을 즐길 수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초조해짐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냥철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한 번이라도 더 사냥을 가고 싶어진다. 더군다나 후배들이 공렵(共獵)하자고 제의가 오면 웬지 더 반갑다. 이것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번 시즌에는 옥천포, 추포, 국포 또 동년배인 frlove 김성주 님과 여러 번 기억에 남는 사냥을 했지만 정말로 잊을 수가 없는 한 분이 계시다. 그분이 바로 섹서폰 연주자 jazz.man 윤민호 님이다.

이분도 작년에 환갑을 넘긴 분이지만 전혀 티가 나지 않는, 냄새가 나지 않는 분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음악을 하는 분이라 매우 깐깐하고 고집이 센 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다. 천진스런 동그란 얼굴에 장난기가 철철 넘치는 듯하면서 재치가 엿보이는 순진한 모습이 아담하게 생겼다. 또 어찌나 화끈하고 성미가 급한지 앞 말이 나오다가 뒷 말이 더 먼저 튀어나와 웃음으로 커버하는 일이 많았다. 옛날부터 성질 급한 사람치고 고약한 사람이 있는가? 다 마음 착한 사람이 그렇지!

 

한 번은 추소리로 사냥을 안내하는데 얼마나 서두르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여기는 고라니 나가는 곳, 조기는 떼꿩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빨리 목을 잡으라고 서두르는데 금방 떼꿩이 날 것만 같았다. 기대를 잔뜩 하고 목을 지키고 섰는데 웬걸? 한 마리도 안 나갔다. 얼굴이 빨개지면서, "오늘은 왜 이렇지? 어! 영 이게 아닌데?" 너무 미안해 했다. 이 땡포 박도 안타까워 한마디 거들었다.

"내가 왜 땡포 박인 줄 알아요? 이렇게 '아다리'가 잘 안되기 때문이에요! 신경을 쓸 필요도 없어요!"

"그럼 고라니와 꿩이 꼭 나가는 곳으로 빨리 옮깁시다!" 그러더니 차 앞에 와서 "앗! 내차 키?"

아무리 살펴도 키가 없다. 아까 산에서 전화를 받을 때 빠졌을 것 같단다. 스페어 키는 있지만 사무실, 아파트 키가 다 매달려 있어 꼭 찾아야 된단다. 이젠 우리 일행 모두는 꿩을 잡는 게 아니고 째즈 맨 님 키를 사냥하러 30여분 이상을 헤맸으나 도무지 만날 수가 없었다.

 

"건태 씨! 빨리 와! 인사해! 땡포 박 선배님이셔!"

우린 서로 인사를 했다. 소개 받은 동료 이건태 님도 기다란 얼굴이 마음씨 좋은 시골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말을 느릿느릿 하는 것을 보니 째즈 맨 님과는 달리 무척 여유가 있어 보였다.

"건태씨! 난 키를 찾아야 하니까 선배님들 잘 좀 모셔! 꼭 꿩이 많은 데로 모셔!"

졸지에 이건태 님이 큰 사명을 위임 밭으니 좀 난처한 모양이다. 우린 키를 좀 더 찾아보자고 해도 우릴 그냥 차로 밀어 넣는다. 할수없이 이건태님의 차를 따르는데 또 째즈맨 님이 소리를 지른다.

"스톱! 스톱! 건태씨! 이거 가지고 가야지!"

대전에서 제일 맛있게 만든다는 김밥 도시락에, 국 국물에, 김치까지도 다 싸가지고 온 것이다.

우린 미안한 마음으로 그 곳을 떠났다. 그러나 다음 골짜기에 들어가 보니 여기도 전날 누가 했던 듯 만날 수가 없었다. 이건태 님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꿩도 고라니도 전혀 나가지를 않는다. 이건태 님이 은근히 열을 받았다. 다시 차를 돌려 추소리 다른 골짝으로 향했다. 왼쪽은 동생 박 원장과 이건태 님, 오른쪽은 나, 아내 정포와 박 상무가 맡았다. 눈이 이틀 전 많이 와 양지쪽 아늑한 골짜기로 들어 서는데, 먼저 들어간 박 상무의 긴장된 목소리다.

"사장님 포인 했어요! 빨리요!"

"폴"이 아주 굳은 자세로 버티고 있는 것이 금방 날릴 태세다. 아직 아내 정포는 오지를 않아 박 상무에게 오른쪽 산으로 날도록 방향을 지시하고, "들어가!" 꽈드등!! 꺼겅!!!". 예상대로 나르니 식은 죽 먹기다. "탕!" 명중! 박 상무도 뒤 늦게 한 발을 쐈다.

"사장님! 뒤도 요!!!" 앗! 이런~ 나는 소리도 못 들었는데 선달님께서 뒤로 빠진다. 급히 총을 들어 넘어 가길래 얹어 놓고 쐈으나 헛 탕이다. 까 양까지 세 마리나 나갔다. 건너편 산에서도 두 방의 총소리가 났는데 고라니를 살려 보냈단다. 아쉽지만 장 선달 한 마리를 건졌는데도 양이 안 차는지 이건태 님은 입이 쓴가 보다. 다시 한 군데를 털자고 찾았으나 한 발 늦었다. 다른 꾼의 차가 떡 버티고 있으니 매우 속 상한 듯, "우리 점심이나 합시다!". 째즈맨 님이 주신 정성스러운 점심을 들고 있는데 자동차 열쇠를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곧 합류를 한단다. 열쇠를 찾은 것도 다행이고 또 같이 사냥을 할 수 있으니 더 더욱 천만다행이었다.

점심을 든 후, 그야말로 째즈맨 님의 꿩 곳간(倉庫의 옛말) 같은 곳을 터는데도 한 마리도 볼 수가 없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째즈맨 님은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떠나야 했다.

"땡포 박 선배님! 면목이 없습니다. 이게 아닌데, 원래 꿩이 꼭 그것도 떼 꿩이 나오는 곳인데 오늘은

하나도 안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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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6시 10분 전에 지구대로 갔다. 빨리 총을 찾아 옥천에 가

서 동생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서다. 우리 때문에 고생을 하시는 김성주 님께는 너무도 죄송하

고 고마울 뿐이었다.

드디어 7시 30분 옥천에 도착, 일행과 만나 반갑게 아침을 든 후 김성주 님과는 작별을 해야만

 했다. 우리 내외는 정말로 감사하고 노고가 많으셨다고 진심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렸다.

이틀을 비가 와서 그런지 바람도 많이 불고 추웠다.

이원면 평계리를 넘어 영동군 심천면으로 갔으나 미리 나는 까투리 한 마리만 보았을 뿐이다.

다시 평계리로 넘어와 사냥을 하는데 새로 진 집 옆 뒤편이 아늑하고 좋은데 난감하였다.

1999년도엔 동생 박 원장이 늘 재미를 보던 곳이다. 그런데 총을 쏘자면 100m 이상 떨어져야

 되는데 한7~80m 밖에 안 된다. 동생은 집 주인이 너무 추워 문을 꼭꼭 닫았을 터이니 해 본

다고 박 상무와 같이 "폴"을 데리고 들어갔다. 강철 심장이다.

드디어 포인하는 비퍼 소리가 들린다. 잠시 뒤 꺼겅 거리며 선달이 뜨는데 "탕!" 그냥 난다.

두발을 못 쏘는 것을 보니 시야가 가렸나 보다.

또 건너 밭에서 장 선달이 푸드등 날라 산 위로 가는 것이 보였다.

동생이 내려와 얼마나 억울해 하는지, "형님! 형님께서 오셨으면 잡았잖아요! 에이! 뭐가 무서

워서 그래요?"

그 뒤론 만날 수가 없었다. 점점 바람은 더 거세어지고 추워진다.

 

점심을 든 후 개심저수지 건너편 마을로 갔다. 일주일 전 옥천포와 사냥할 때 여러 마리 날랐

던 곳이다. 좀 더 왼쪽에 있는 제방에 차를 대 놓고 박 상무가 "폴"을 데리고 제방으로 올라갔

다.

박 상무가 소리를 지른다. “폴”이 포인을 했단다. 부지런히 제방위로 올라갔다. 앞으로 기는지

"폴"이 완전히 긴장한 채 한발 한발 내 딛는다.

"꽈드등!" 이 땡포 박 아직 총도 올리지 못했는데 "탕!". 떨어진다. 동생이 제방 밑에 있어 보이

지는 않지만 틀림없이 동생 솜씨다. 동생은 임무 끝이라며 춥다고 차에 오르더니 오늘 사냥은

 마감이란다.

박 상무와 나는 몇 구비 더 돌다 "폴"이 포인 해주는 꿩을 한 마리 더 잡고 오후 3시에 사냥을

 마감했다.

산청에서 잡아 온 꿩을 우리 일행에게 골고루 나누어줬다.

이렇게 해 장장 4박 5일의 대장정을 마감했다.

 

오늘 아내 정포는 춥고 힘들다고 사냥을 접었다.

그러나 이 나이(당시 66세)에 젊은 후배들을 따라서 질세라 열심히 쫓아다닌 것에 스스로 대

견함을 느꼈다.

웬일인지 하나도 피로를 느끼지 않았고 염려하던 스태미나도 철철 넘치는 듯 했다.

무릎도 거뜬했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무척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그저 모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