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man 윤민호 후배님

몇 년 전 환갑이 되었을 때도 아직도 젊다는 착각이 들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한 해, 두 해를 계속 보내다 보니 이젠 정말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칠순(七旬)에 더 가깝게 되어 그야말로 인생무상(人生無常)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과연 이 땡포 박은 언제까지 지금같이 사냥을 즐길 수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니 초조해짐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냥철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한 번이라도 더 사냥을 가고 싶어진다. 더군다나 후배들이 공렵(共獵)하자고 제의가 오면 웬지 더 반갑다. 이것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번 시즌에는 옥천포, 추포, 국포 또 동년배인 frlove 김성주 님과 여러 번 기억에 남는 사냥을 했지만 정말로 잊을 수가 없는 한 분이 계시다. 그분이 바로 섹서폰 연주자 jazz.man 윤민호 님이다.

이분도 작년에 환갑을 넘긴 분이지만 전혀 티가 나지 않는, 냄새가 나지 않는 분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음악을 하는 분이라 매우 깐깐하고 고집이 센 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다. 천진스런 동그란 얼굴에 장난기가 철철 넘치는 듯하면서 재치가 엿보이는 순진한 모습이 아담하게 생겼다. 또 어찌나 화끈하고 성미가 급한지 앞 말이 나오다가 뒷 말이 더 먼저 튀어나와 웃음으로 커버하는 일이 많았다. 옛날부터 성질 급한 사람치고 고약한 사람이 있는가? 다 마음 착한 사람이 그렇지!

한 번은 추소리로 사냥을 안내하는데 얼마나 서두르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여기는 고라니 나가는 곳, 조기는 떼꿩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빨리 목을 잡으라고 서두르는데 금방 떼꿩이 날 것만 같았다. 기대를 잔뜩 하고 목을 지키고 섰는데 웬걸? 한 마리도 안 나갔다. 얼굴이 빨개지면서, "오늘은 왜 이렇지? 어! 영 이게 아닌데?" 너무 미안해 했다. 이 땡포 박도 안타까워 한마디 거들었다.

"내가 왜 땡포 박인 줄 알아요? 이렇게 '아다리'가 잘 안되기 때문이에요! 신경을 쓸 필요도 없어요!"

"그럼 고라니와 꿩이 꼭 나가는 곳으로 빨리 옮깁시다!" 그러더니 차 앞에 와서 "앗! 내차 키?"

아무리 살펴도 키가 없다. 아까 산에서 전화를 받을 때 빠졌을 것 같단다. 스페어 키는 있지만 사무실, 아파트 키가 다 매달려 있어 꼭 찾아야 된단다. 이젠 우리 일행 모두는 꿩을 잡는 게 아니고 째즈 맨 님 키를 사냥하러 30여분 이상을 헤맸으나 도무지 만날 수가 없었다.

"건태 씨! 빨리 와! 인사해! 땡포 박 선배님이셔!"

우린 서로 인사를 했다. 소개 받은 동료 이건태 님도 기다란 얼굴이 마음씨 좋은 시골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말을 느릿느릿 하는 것을 보니 째즈 맨 님과는 달리 무척 여유가 있어 보였다.

"건태씨! 난 키를 찾아야 하니까 선배님들 잘 좀 모셔! 꼭 꿩이 많은 데로 모셔!"

졸지에 이건태 님이 큰 사명을 위임 밭으니 좀 난처한 모양이다. 우린 키를 좀 더 찾아보자고 해도 우릴 그냥 차로 밀어 넣는다. 할수없이 이건태님의 차를 따르는데 또 째즈맨 님이 소리를 지른다.

"스톱! 스톱! 건태씨! 이거 가지고 가야지!"

대전에서 제일 맛있게 만든다는 김밥 도시락에, 국 국물에, 김치까지도 다 싸가지고 온 것이다.

우린 미안한 마음으로 그 곳을 떠났다. 그러나 다음 골짜기에 들어가 보니 여기도 전날 누가 했던 듯 만날 수가 없었다. 이건태 님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꿩도 고라니도 전혀 나가지를 않는다. 이건태 님이 은근히 열을 받았다. 다시 차를 돌려 추소리 다른 골짝으로 향했다. 왼쪽은 동생 박 원장과 이건태 님, 오른쪽은 나, 아내 정포와 박 상무가 맡았다. 눈이 이틀 전 많이 와 양지쪽 아늑한 골짜기로 들어 서는데, 먼저 들어간 박 상무의 긴장된 목소리다.

"사장님 포인 했어요! 빨리요!"

"폴"이 아주 굳은 자세로 버티고 있는 것이 금방 날릴 태세다. 아직 아내 정포는 오지를 않아 박 상무에게 오른쪽 산으로 날도록 방향을 지시하고, "들어가!" 꽈드등!! 꺼겅!!!". 예상대로 나르니 식은 죽 먹기다. "탕!" 명중! 박 상무도 뒤 늦게 한 발을 쐈다.

"사장님! 뒤도 요!!!" 앗! 이런~ 나는 소리도 못 들었는데 선달님께서 뒤로 빠진다. 급히 총을 들어 넘어 가길래 얹어 놓고 쐈으나 헛 탕이다. 까 양까지 세 마리나 나갔다. 건너편 산에서도 두 방의 총소리가 났는데 고라니를 살려 보냈단다. 아쉽지만 장 선달 한 마리를 건졌는데도 양이 안 차는지 이건태 님은 입이 쓴가 보다. 다시 한 군데를 털자고 찾았으나 한 발 늦었다. 다른 꾼의 차가 떡 버티고 있으니 매우 속 상한 듯, "우리 점심이나 합시다!". 째즈맨 님이 주신 정성스러운 점심을 들고 있는데 자동차 열쇠를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곧 합류를 한단다. 열쇠를 찾은 것도 다행이고 또 같이 사냥을 할 수 있으니 더 더욱 천만다행이었다.

점심을 든 후, 그야말로 째즈맨 님의 꿩 곳간(倉庫의 옛말) 같은 곳을 터는데도 한 마리도 볼 수가 없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째즈맨 님은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떠나야 했다.

"땡포 박 선배님! 면목이 없습니다. 이게 아닌데, 원래 꿩이 꼭 그것도 떼 꿩이 나오는 곳인데 오늘은

하나도 안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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