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땡포는 땡포 (1월 17일 수 맑음)

 

10일전 발을 뒤로 빼지 않고 쏘다가 실수를 하여 다음엔 이런 일이 없어야 하겠기에 단단히 작심을 했다.

오늘은 수요일이라 동생 박원장과 아내 정포와의 엽행(獵行)이다.

밥집에서 가르쳐 준 안동시 남후면 단호리로 직행.

그러나 꿩은 여러 마리 볼 수가 있었으나 타이밍이 안 맞고 또 축사 뒤에서 나르니 헛 탕!

한발도 쏴보지도 못하고 다시 구담리로 향했다.

풍천읍에서 점심을 먹고 우리 단골 엽장에 도착하여 지난 7일과 같은 코스로 공략하였으나

이상하게도 꿩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다시 10일전 "폴"이 장선달을 튀겨 주었으나 농가 때문에 쏘지 못했던 곳으로 향했다.

꿩이 먹이살이를 했던 큰 계단논을 찾았다.

여기 계단논은 뚝이 높고(약 2~3m) 허리만큼 차는 갈대로 덮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폴’이 아래 논으로 가더니 한 바퀴 라운딩(rounding)을 하다가 내가 서있는 바로 논둑 밑 맨

아래에다 포인을 하는 것이다.

아내 정포는 부지런히 아랫 논으로 달려갔다.

뚝이 높아 개가 안 보여 비퍼를 켰다.

내가 들어가라고 해도 요지부동이라 아내가 돌을 던졌다.

그런데도 튀어 들어가지 않고 다시 좌우로 왔다 갔다 하더니 또 내가 서있는 3m 뚝방 밑에다

포인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아무리 들어가라 해도 돌같이 굳어 있다 가 좌우로 왔다 갔다 하다 또 포인.

우린 한 차례도 아니고 여러 번 그러니 짜증이 났다.

"야! 폴! 임마! 그냥 올라와라!"

막 돌아서서 가려는데, "꽈드등!!!" 시뻘건 장선달님이 힘차게 솟아오른다.

휙 돌아서서, "너! 요놈! 넌 죽었다!"

총구가 따라가는데 이런 또 한 발을 빼지 않고 겨냥하니 잘되나?

아내가 먼저 "탕!", 또 내가 "빵~빵!"

축포 세 방을 쏘니 정말로, 정말로 너무도 한심하여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또 아내 정포는 내가 두 발째는 틀림없이 떨어트릴 줄 알고 쏘지도 않았다나.....

그러나 이 땡포 박은 부끄럽게도 ‘폴’한테 화를 냈다.

"야! 이놈아! 들어가라면 들어가야지 너 뭐야! 어휴! 신경질 나!"

그럼 뭐 하나? 뭐 뀐 놈이 큰 소리 치는 격이지.

정말로 한심하다.

치매가 왔나?

왜 한 발 뺀다는 것이 그냥 쏘게 되는가 말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연습을 했는데...

에이, 바보! 멍청이! 땡포! 이젠 확실한 땡포가 되었나 보다.

너무도 한심한 땡포 박 ( 2007년 1월 7, 17, 21일 일기 )

 

이젠 "폴"의 사냥실력이 계속 부쩍 부쩍 늘고 있어서 이 땡포 박이 기분이 점점 좋아지기는 하는데

땡포 박 실수로 "폴"에게 야단 맞을 일만 해대니 거꾸로 이제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먹게 된다.

나이가 점점 먹어서 그렇다고 하기는 싫고 약만 오르는데 이젠 아내 정포한테도 놀림을 받게 되어 입맛이 매우 쓰디쓰다.

무려 세 번의 큰 실수를 저질러 겸손한 말로 "땡포"가 아니라 진짜 확실한 "땡포"가 되어 버렸으니 아

내에게 핀잔을 받아도 별수 없지만.....

 

1월 7일 (일) 맑음

오늘은 동생 박원장이 건강이 안 좋아 아내 정포, 박상무와 나, 셋이서 출렵(出獵)을 했다.

늘 가던 풍천면 구담리.

오늘은 엽장을 보통 하던 것과는 반대로 오른 쪽 마을을 뒤로 하고 왼쪽으로 쳤다.

야산을 두 번이나 쳤는데도 한 마리도 없다.

산을 넘으면 바로 왼 쪽에 갈대밭 그 옆 오른쪽엔 몇 그루 큰 나무에 둘러 쌓인 덤불이 있고 또 아래엔 계단 논이 있으며 밑에 물이 흐르는 도랑이 오른 쪽 큰 산으로 연결되는 아주 그럴싸한 명당이 있었다. 그러나 그림만 기가 막히게 좋았지 여지껏 한 번도 만날 수가 없었다.

어? 그런데 우리‘폴’이 갈대밭에다 멀리 포인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동안 10번을 더 지나쳤는데도 하나도 보이지 않더니 이게 웬일이지?

아내에게 싸인(sign)을 보내고 ‘앞에 총’을 하고 개 뒤에 붙으니 뛰어 들어 간다.

다시 나오더니 한 바퀴 라운딩(rounding).

그 옆 가시덤불에다 포인을 하더니 살살 기어들어 간다.

꿩이 날지 않고 기는가 보다.

나는 산에서 내려와 논 위에 섰고 아내 정포는 산을 등지고 소리를 질러 댔다.

다시 옆 작은 갈대숲으로 쳐들어간다.

갈대숲속에서 들리는 비퍼 소리, "삐빅~! 삐빅~!"

아! 포인하고 있는 소리다. 아내의 고함소리, "폴! 들어가!"

산 쪽 갈대 뒤엔 아내 정포가, 아래 논엔 내가 서있는데 아내가 떠들어대니 내 쪽으로 갈대를 헤치고

시뻘건 묵치 장선달님이 힘차게 떠올라 내 왼쪽에서 오른쪽 뒤로 빠진다.

"야! 이거 거저 먹었다!"고 생각하면서 몸을 오른쪽으로 돌려 총구가 따라가는데 몸이 안 따른다.

할 수 없이 재빨리, "빵!". 어? 안 맞는다.

다시 더 돌려 쏘려니 몸이 더 돌려지나? 꿩 뒤에다 대고 또 "꽝!"

아내 정포는 속이 매우 상한 듯, "어떻게 된 거예요?"

이 땡포 박, "아니 당신은 왜 안 쐈오?"

처음엔 잘 보이지 않았고 꿩이 보일 때는 내가 그까지 것 눈 감고도 잡을 줄 알았다나.....

오른 발을 한발 뒤로 빼고 쏘아야 하는데 이 노구(?)의 땡포 박이 옛날 생각만 하고 실수를 하여 축

포만 쏜 것이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폴’한테 창피하고 미안했다.

너무도 쓰린 가슴을 달래며, "‘폴’! 야! ‘폴’! 정말로 미안하구나!" 끌어안고 육포를 먹이며 쓰다듬어 줄 수밖에 없었다.

 

 

이봉기엽사와 함께 (2007년 1월 3일 水 흐리다)

 

1월 1일 머슴아 도인환님이 쪽지를 보냈다.

1월3일에 고령에 사시는 이봉기님과 공렵(共獵)을 계획하고 있는데 땡포 박은 어떠냐고.....

새로운 사냥친구를 만나게 해주신 다는데 마다할 리가 있나?

더욱이 의성 사냥터를 훤히 잘 알고 계시는 이봉기님을 만날 수가 있다는데 이런 즐거운 만남이

어디 또 있을까?

우리 쪽에 아내와 동생이 있어도 괜찮으냐고 물었는데도 쾌히 승낙이다.

호걸풍의 도인환님도 또 한 번 더 만나고 싶어 은근히 기다려졌다.

내심 나도 좀 잡아서 지난 수렵 첫날 신세진 것을 갚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환한 웃음으로 따듯하게 맞이해 주는 도인환님이 역시 인상적이었다.

바로 이봉기님이 도착했는데 막상 만나 보니 키는 아담하고 꼭 얌전하면서도 친절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사곡면 쪽으로 달렸다.

배려를 해준 도 후배님은 바쁜 일이 있어 헤어져야 했다.

꿩이 둑방 근처로 내려 왔을 터이니 산 쪽으로 올라가지 말고 냇가 쪽으로 하란다.

자기는 더 위쪽으로 갔다.

지형을 살펴보니 긴 포플라 같이 높은 나무들이 빽빽히 찬 잔풀 지대에다가 또 그 너머 냇가가

있어서 너무 맘에 들었다.

동생 박원장은 전날 배탈이나 힘들다고 하여 아내 정포와 둘이서.

아내 정포는 집 뒤로 돌아 내 쪽으로 오고 있는데 ‘폴’은 아내 쪽으로 갔는지 안 보인다.

‘폴’ 위치를 확인하기위해 비퍼(beeper:추적기)를 키려고 총을 왼손에 잡고 오른손으로 조작하는

순간, "꽈드등!!!"

제방 위 30m 앞에서 날아 산으로 가는 시뻘건 장끼가 보였다.

다급해진 땡포 박, 재빨리 겨냥을 하려니 어찌나 빠른지 벌서 40m이상 나간 것 같아 머리 위쪽으

로 겨냥을 해 한방을 쏘았으나 재차 쏠 기회가 없었다.

너무 거리가 멀어져 허망하게 힘없이 총을 내리고보니 또 축포를 쏜 것이다.

얼마나 빠른지 두발을 쏠 틈을 주지 않는 드물게 빠른 장선달이다.

정말 힘들게 그것도 모처럼 만난 선달님인데.....

이어 쫓아온 아내는, "어디서 날랐어요?" 너무 아쉽다는 눈치다.

"왜 한 발 밖에 안 쐈어요?"

"너무 거리가 멀어서...

"너무 늦게 쏜 것 아녜요?"

못 잡은 것도 분한데 아내에게 책망까지 듣는 것 같아 좀 부끄러웠다.

"아냐! 좀 더 위를 쐈어야 하는가 봐!"

입 다물고 이를 꽉 물고 속상함과 창피함을 달랬다.

이윽고 이봉기님이 도착,

"총소리가 나던데요?"

"못 잡았습니다! 이젠 나이가 먹어서인가..." 말끝을 흐릴 수밖에.....

그 후 몇 번을 친절하고 정성 어린 안내를 받았음에도 도대체 꿩이 어디로 꼭꼭 숨었는지 만날

수가 없었다.

다시 이봉기님이 입을 꽉 다물고 자기 차에서 내려오더니 매우 미안한 기색으로 이번엔 꼭 꿩이

있는 한 군데를 털어 보잔다.

우리는 즐기는 사냥을 하고 있으니 꿩을 만나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말을 해도 아주 결

연한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본 아내는 너무 안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나에게 앞으로 공렵을 하지 않는 게 좋겠

다고 귓속말을 하는 것이다.

꿩을 만나지 못하면 안내해준 분은 스트레스를 먹게 되고 우린 너무 미안해 불안해진다는 것이리라.

맞는 말이다.

이번엔 농장에 자물쇠가 채워져 일반 엽사(獵士)는 들어가지 못하는데 자기가 아는 농장이라 괜찮고

꼭 꿩이 있는 곳이란다.

사곡면을 지나 춘산면으로 향했다.

과연 도착하고 보니 차가 못 들어가게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고 잠겨져있었다.

우리 보고는 세분이니 왼쪽 깊은 골짜기를, 자기는 오른쪽을 치려는데 마음대로 하란다.

확실한 곳을 해보았어도 여지까지 제대로 꿩을 못 만나 불안한 눈치 같았다.

이봉기님 말씀대로 왼쪽 골을 택했다.

차 두 대는 위로 올라가고 우린 삽탄(揷彈)하면서 막 엽장(獵場)에 들어서는데 ‘폴’이 왼쪽 큰 가시덤

불 근처를 한 바퀴 휙~ 돌더니 멀리 포인을 한다.

동생 개 ‘쎈(아메리칸 부리타니, 대형)’은 그냥 왔다 갔다 놀고만 있었다.

어쭈? ‘폴’ 고개가 점점 밑으로 숙여진다.

아? 꿩이 끝으로 나가 날려다 말고 개가 한 바퀴 도니까 다시 덤불 속으로 파고들지 않았나 하는

예감이다.

"‘폴’! 들어가! 들어가!!"

돌 같이 굳어 있다. 부들부들 떤다. 눈은 살기가 뻗치고.....

왼쪽에 나, 동생, 아내 순으로 일직선으로 앞에 총을 하고 서있었다.

"틀림없이 나갈 테니 조심들 해!", 다시 "들어가!!!"

안 들어간다. 너무 가까이 있는 모양이다.

할수없이 주먹만한 돌을 ‘폴’ 3m 앞에다 던졌다.

흥분한 ‘폴’이 뛰어 들어가는데도 날지 않자 재차 또 공격한다.

"꽈드등!!! 꺼겅껑껑!!!!" 지면과 수평으로 나가는데, 탕!탕! 탕! 탕!" 네발이 불을 뿜었다.

동생 두발, 나 한발, 아내 한발이다.

명중! 장끼가 획~ 밀려 나가떨어지는데 꼼짝도 못한다.

"‘폴’! 물어와!"

어디에 떨어졌는지 못 본 눈치다.

나를 쳐다 보길래 꿩이 떨어져 있는 곳으로 돌을 던지니 앞으로 달려 나갔다.

콱! 콱! 완전히 죽인 후 나에게로 가져온다.

"‘폴’! 기다려! 앉아! 놔!"하니 척 놓고 나를 쳐다본다.

포상으로 육포를 먹였다.

아내 정포는 "어마! 이젠 안 흔드네!" 지난주에 나한테 가져와서는 주기가 싫어선지 물고 흔들어

대던 것이 안 그렇다는 뜻이다.

"몰랐지? 요 몇일 동안 내가 흔들지 않도록 얼마나 공을 들여 훈련을 시켰는지 알아요?"

"아무리 훈련을 열심히 시켜도 말을 안 듣는 녀석도 많은데 젠 참 착하고 영리하다!"

누구 총에 맞았는지 우린 다 안다.

그러나 동생 박원장은,

"형님! 저나 형님은 오늘 땡폽니다. 형수님이 맞혔는데 우린 뭘 한 겁니까? 형수님 축하해요!"

"어머! 난 아닌데, 내가 제일 늦게 쐈어요!"

"아녜요! 늦게 쏘신 형수님께서 잡으신 거예요!"

아내 정포는 얼굴이 발가스름 해졌다.

또 동생 박원장,

"야! 그놈(‘폴’) 참 기가 막히네! 그 코가! 난 돈도 없으니 저렇게 좋은 개도 사지 못하고....."

땡포 박, "돈이 없는 거야? 아까워서가 아니고?"

 

이렇게 해서 우리 셋이 겨우 장끼 한 마리밖에 잡지 못했지만 즐거운 엽행(獵行)이었다.

만일 우리가 이 녀석마저 그냥 보냈다면 이봉기님 마음이 어땠을까?

참으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생전 처음 만난 우리를 마치 예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절친한 선배를 대하듯 정성껏 안내를 해

주고 성의를 다해 온갖 배려를 해준 이봉기님께 심심한 경의를 표한다.

 

이봉기님! 우린 님의 엽정(獵情)이 가득 넘치는 지극한 환대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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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정포에게도 사랑을 받게 된 "폴" (2006년 12월20일 안동 水 맑다)

 

 

‘폴’이 거의 완벽(?)하게 숙련(熟練)되는 것 같아 안달이나 하루라도 빨리 사냥을 가고 싶었으나 늘

동생 박원장이 수요일만 쉬는 관계로 할수없이 하루만 갈수밖에 없었다.

20일 새벽 3시에 동생과 아내 정포와 함께 최기사를 대동 출발.

의성 지구대에서 엽총 출고(出庫) 6시30분, 심청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고 구담리 엽장(獵場:사냥터)에 도착하고 보니 8시 30분이다.

매우 쌀쌀하다. 아니, 꽤 춥다.

어제 서울 예보는 경북 대구가 최저영하 1도라고 했지만 경북기상대는 안동이 영하 6도, 의성이 영하 8도라 한다.

이렇게 틀릴 수가 있는가? 아마 경북기상대가 맞는 듯. 두터운 장갑과 중무장을 하고 나섰다.

이번에도 동생 박원장의 의견대로 오전이라 어담리 쪽에서 구담리 방향으로 쳤다.

한 20분 나가려니 고라니가 내 옆에서 나갔다.(그때는 고라니가 꽤 귀했음)

아내 정포와 나는 철저한 옹고집 꿩 사냥꾼이라 쏘질 않고 소리를 질렀다.

"고라니 나간다!!!"

"어디요? 어디?"

그러나 떠들고 있는데 고라니가 그 쪽으로 갈 리가 있나? 어! 그런데 조금 있다가, "빵!"

"잡았냐?"

총소리가 한방이므로 잡은 줄 알았다.

"아니에요. 별안간 꿩이 날아 쐈는데 못 잡았어요."

그러면 그렇지. 고라니도 저 살라고 하는데 멍청하게 그 앞으로 갈 리가 없지.

"형님~! 좀 잡아서 나 좀 주면 안 되나요?"

고라니를 쏘지 않고 그냥 보냈다는 원망 섞인 푸념이다.

 

오우, 예! ‘폴’이 쑥대밭에서 멋지게 포인(pointing)!

좌우에 나무 들이 많아 나무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쏴야 하는데 걱정이다.

너무 가까우면 안되기 때문에 ‘폴’ 15m 뒤에서 "들어가!"

어~쭈! 좀 멀리 보더니 몇 발자국 떼면서 고개를 밑으로 한다.

나무 뒤에서 날면 낭패일 것 같아 뛰어 쫓아가며 다시,

"들어가!"

"꽈드등! 꺼겅껑껑!"

시뻘건 장선달님이 햇살에 눈부시게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나무속으로 들어가려고 왼쪽으로 돈다.

이때다! 재빨리 "탕!". 어! 선불(날개만 부러진 꿩)이다.

한쪽으로 축 쳐지며 떨어진다.

그러나 이젠 마음 턱 놓고, "‘폴!’ ‘폴’! 물어 와라!".

예전 같으면 개를 못 믿어 들고 뛰었겠지만 느긋했다.

아니나 다를까 ‘폴’이 의기양양하게 물고 오는 것이다.

아내는 뒤에서 뛰어오다가

"당신, 이젠 서둘지 않네요?"

"응! ‘폴’을 믿으니까....."

조금 있다가 동생 박원장이 연달아 장선달 두 마리를 포획했다.

으스대며 자기 개 무용담을 자랑하길 래,

"이젠 우리 폴이 한 수 위니 앞으론 내가 더 잡을 수 있을 걸..... 형 앞에서 자기 개자랑은 그만 하세

요, 이젠!"

그 후 몇 번을 더 포인을 하는데 까여사들만 나른다.

11시경 산 구비를 돌아 양지바른 아늑한 곳 앞에 물이 흐르는 도랑을 낀 200여 평 갈대숲이 있는데

‘폴’이 그 숲속으로 그냥 들어간다. 개가 움직이는 소리는 나지만 확실히 알 수가 없어 비퍼(beeper:

추적기)를 켰다.

소리를 들으니 샅샅이 수색을 하는데 가끔 가시넝쿨에 걸리는 듯, 아프다고 "깨갱!"거리며 돌다가 농로에 나와 있는 나를 보더니 나오라고 불러도 다시 숲으로 들어간다.

아! 꿩이 있구나! 직감을 하고 갈대밭 측면에 큰 비닐하우스를 등지려고 앞으로 나아갔다.

나가고 있는데 "꺼겅껑껑!"하며 놀란 장선달이 ‘폴’에게 쫓기다 못해 갈대숲을 헤치며 솟아오르는 거다.

총을 들어 따라가는데 조금 있으면 비닐하우스 때문에 쏘기가 힘들 것 같아 한 템포 빨리 쏘니 이런!

날개는 못 맞추고 몸통만 맞아 두 다리가 부러져서 덜렁 덜렁거리며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산쪽으로

간다.

산속으로 들어가면 찾기 어려울 텐데 하고 생각하면서 주시하고 있는데 다행히 산 초입 아카시아

나무 뒤로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폴’! ‘폴’! 가자!"

이젠 ‘폴’이 아주 영리해서 자기보다 주인이 더 잘 보는 것을 안다.

열심히 뛰어 올라가 보니 꿩이 없다.

어! 죽었을 텐데.....

"‘폴!’ 찾아봐라!"

작게 원을 그리다 아래쪽으로 좀 내려가더니, 포인!

개가 눈치 챘다는 걸 꿩이 알았는지 아래쪽으로 푸드덕! 푸드덕! 도망친다.

용서 있나요?

이렇게 해 오전에 ‘폴’ 덕분에 장선달 두 마리를 잡았다.

 

오후에도 다 못한 구담리에서 사냥을 했는데 우린 구경도 못했으나 동생 박원장만 너무 아쉬워 죽는

소리를 두 번이나 들은 후 용각리로 향했다.

지난번 아내 정포가 두 발이나 쏘고도 못 잡은 장선달을 만나러.....

지난번과 똑 같이 수색을 해 나가고 있는데 그 넓은 쑥대밭 끝에서 날아야 되는데 안 나간다.

아마 아내 정포가 미리 가서 앞을 막으니 날지 못한 모양이다.

어랍쇼? 이게 뭐야? ‘폴’이 내 발 밑에다 포인을 한다.

가끔 주인 발소리를 꿩 기는 소리가 아닌가 하여 잠간 포인하다 풀고 하는 습관이 있어서,

"니 아버지 발자국 소리예요! 욘석아(예뻐서 정답게 말하는 소리)!" 근데 냅다 옆으로 뛴다.

어? 이건 아니지!

아내 정포는 금방 알아차리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선다.

이순간 "꽈드드등! 꺼겅! 껑껑!"하며 다급하게 장끼가 소리를 지르더니 하늘을 향해 일직선으로 올라간다.

땡포 박, 깜짝 놀라 천천히 쏘아야 될 것을 나도 모르게 "꽝!".

털이 확 빠지고 비틀하더니 방향을 틀어 뒤로 빠지는데 돌아서서 쏘아야 하는 것을 몸이 꺾어져라

뒤로 제기며 "빵!". 또 꿩 뒤를 쏘았죠.

이어 아내도 몇년만에 처음으로 세발 다 불을 뿜었으나 꿩은 간신히 힘들게 산 위로 날라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이 땡포 박과 아내 정포수는 얼굴이 새빨개 가지고 서로 어의가 없다는 표정으로 마주 보고만 있을 뿐.....

아내, "왜 안 맞지? 앞을 쐈는데..."

이 땡포 박은 고개를 떨구며,

"오늘 또 왕땡포 짓을 했군. 차라리 맞추지나 말아야 되는 건데. 또 돌아서서 천천히 쏘아 꼭 회수를

해야 되는 건데. 얼마나 더 쏴 봐야 이 바보같은 땡포 짓을 면할 수 있나? 너무도 한심하다!

‘폴’, 드디어 명견 대열?에 오르다 (2006년 12월 17일 日 안동시에서 흐리고 가끔 눈)

 

"폴"이 지난 목요일 선불 꿩 처리도 완벽하게 하였으니 이젠 이 땡포 박은 사냥이 신바람 났다.

"폴"의 수렵담(獸獵談)을 토요일 저녁에 내려오면서 내내 자랑을 해대니까 노 선배님과 동생 박 원장

은 찬사를 아끼지 않다 못해 은근히 샘이 나는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간밤에 눈이 살짝 와서 꿩 발자국 보기에는 안성맞춤 같았다.

그러나 목표했던 구담리쪽은 큰 재를 넘어야 되기 때문에 오후 눈이 녹은 다음에 가기로 하고 어담

리 입구 오른쪽 느티나무가 있는 동네로 정하고 시작해 보니 막상 꿩은 하나도 내려오지 않았다.

가끔 만나던 덤불아래 저수지 밑으로 치고 들어가는데, 멀리서 꿩이 나는 소리가 나는 듯 하더니 이내

 "탕! 탕!" "아이고! 좋은 장끼를 빼먹었네!" 노선배님의 너무도 속상하신 목소리.

또 축포를 쏘신 모양이다.

그 후 우리 일행은 어담2리등 꿩이 붙을 만한 엽장(獵場)을 털어 보았으나 한 마리도 구경을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점심식사 후 구담리로 가기로 결정.

 

오후 1시경 구담리 도착. 사냥을 시작.

이번엔 저번과 달리 반대로 치자는 동생의 제안을 흔쾌히 받들였다.

막 산에 오르자마자 "폴"의 포인(pointing) 신호가 울렸다. 부지런히 따라가 아내 정포는 "폴" 뒤,

나는 15m 정도 앞으로 나와 쏘기 좋게 논둑 위에 올라섰다.

아내는 내가 자리를 잡은 것을 본 뒤, "폴! 들어가!"

안 들어가니까 돌을 던진다.

그사이 70m쯤 뒷쪽에서 장선달이 "꺼겅껑!"하며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폴! 이 바보야 네가 너무 오래 포인하니까 뒤로 빠졌잖아!"

어? 아니다. 내 앞으로 오더니 풀이 많이 있는 논둑에다 다시 포인을 하는 것이 아닌가?

"들어가!" 들어가니 없다.

"여보 꿩이 기고 있나 봐! 장끼라 안 나는 모양이니 조심해!"

아내는 논둑 밑으로, 나는 위로 개를 천천히 따라갔다.

논둑이 끝나는 곳에서, "꽈드등! 꺼겅! 껑껑!"하면서 나는데 내가 천천히 총을 들어 올리는 순간 아내

포가 먼저, "탕!" 순식간에 떨어진다 싶더니 냅다 꿩이 도망을 가는데 산 쪽이다.

선불(하우찌: 날개만 부러진 꿩)이다.

"폴"이 떨어진 것을 본 듯 신나게 쫓아가는데 그 빽빽한 가시덤불도 잘도 빠져나간다.

아마 개가 작아서 빠져 나가기 쉬운가 보다.

산 윗쪽으로 쭉 빠져 꿩 앞으로 휙 돌아 올라가더니 올라오는 꿩을 기다렸다가 콱! 무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지, 기가 막히게 잘 하는지 아내 정포는,

"어머머! 어머머! 얘! 어쩌면 그렇게 잘 할 수가 있니? 대단하네!"

마치 선불 꿩 회수 도사가 된 것처럼 먼저 올라가 기다리고 있다가 물다니.....

일반적으로 선불 꿩 회수 경험이 적은 개들은 뒤 따라가다 다급하여 뒤를 물고 물고하다가 꽁지를 다

뽑아 버려 장끼를 까투리로 만들어 오는 법인데 마치 4, 5년차가 된 능숙한 개같이 하다니 경험이 꽤

많은 이 땡포 박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다.

"여보! 축하해요!"

내가 축하 인사를 건네자, 아내 정포수는,

"내가 잡았나요? "폴"이 잡은 거지!"

 

다시 한참 1시간이상을 꿩을 찾아 헤매는 중 서너길 정도 되는 큰 둑방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포인

을  하고 있었다.

아내 정포는 더 아래, 조금 위에 땡포 박.

와! 얼마나 가시 넝쿨과 잡초가 우거져 있는지 올라가기가 무척 어려웠다.

반쯤 올라가고 있는데 "폴"의 머리가 조금씩 조금씩 오른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히~야! 이런 모습은 굉장히 코가 예민한 포인터나 가능한 일인데 부리똥이 하다니... 감탄에 또 감탄.

이는 틀림없이 장선달이 오른쪽으로 살살 기고 있다는 뜻이리라.

나도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어 오른쪽으로 시야가 좋은 방향으로 게걸음으로 옮겨갔다.

서너 걸음을 갔을까?

시야도 좋고 겨냥도 하기 좋은 곳으로 옮겼을 때, "들어가!" 명령을 내렸다.

"꽈드등! 꺼껑껑껑!"하면서 산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는데 조금 더 가면 안보일 것 같아 재빨리, "탕!".

어! 떨어지는 모습이 선불된 것 같다.

나는 재빨리 뛰어 오르려고 해도 무성한 넝쿨에, 빽빽한 나무 가지에 걸려 쉽지가 않았다.

굉장히 성긴 가시덤불 위에 떨어진 꿩을 "폴"이 본 듯, 잽싸게 따라 가더니 덤불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나 보다.

들어가다 도로 나오고 들어가려다 포기하기를 반복한다.

나는 둑을 돌아 윗 쪽으로 뛰어 올라가니 "폴"도 따라올라 왔다.

내가 "폴"이 들어갈 수 있도록 덤불을 헤치는데 너무 빽빽해 헤쳐지지도 않고 "폴"은 왔다 갔다

하면서 덤불 속에다 코를 대며 냄새를 맡아 보고 또 나를 쳐다보고를 반복하는 거였다.

아마 여기에 꿩이 없다는 뜻인가 보다.

역시 자세히 들여다봐도 꿩은 없다.

또 "폴"이 나를 쳐다보길 래,

“야! 벌써 기어 도망을 갔나본데 여기서 헤매면 어떻게 하니? 찾아 봐라! 좀!". 벌써 3, 4분이 지났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주위를 한 바퀴 돌더니 위에 산으로 날쌔게 뛰어 올라갔다.

어~휴! 내가 미쳤지. 어떻게 그걸 물어 오라고해?

어느 틈에 올라온 아내 정포에게 나는 "여보! 너무 아깝다! 이렇게 억센 가시덤불에 떨어졌으니 찾기

는 틀렸지....."

오~라! 근데 멀리 산속에서 포인하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 다른 꿩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앞에

총"을 하고 뛰어 가면서 "폴! 물어! 물어!!". 아내 정포도 뒤 따라 오면서 "물어! 물어라! 폴!"

조금 있다 보니 그 장끼를 턱 하니 물고 의기양양하게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꼬리가 길고 뒷발톱이 더 달린 묵치였다.

"야! ‘폴’! 대단하다! 장하다! 기가 막히다! 고맙다!"

아내 정포도 너무 만족스러운지, "어머! 정말 뜻밖이네요! 야! 너 정말 명견이다! 야! 진짜 잘한다!"

"어~ 디카! 디카!"

너무 흥분해 급히 사진 찍고 나서 확인해 보니 두 번 다 아내 다리를 잘라 버렸다.

"어머머! 사진 찍은 게 개 솜씨만도 못하게 되었구먼!" 아내 말씀!

이리하여 졸지에 이 땡포 박은 개만도 못한 사진 솜씨가 되었고 "폴"은 명견이요, 이 땡포 박은 사진

도 제대로 못 찍는 땡포 박으로 남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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