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시렵기 (11월 9일 맑음)

동생 박 원장과 노 선배님은 첫 출렵이라 엽총을 서울 지구대에서 찾아 예산에 당도하니 10시

가 넘었다. 부지런히 준비하여 우리가 찾았던 대술면 이티리로 가니 벌써 사냥꾼이 다녀갔단

다. 실망하여 여기 저기 찾아보았으나 웬 사냥꾼이 그리 많은지 꿩은 없고 꾼들만 득실거렸다.

 거의 끝나 갈 무렵 후미지고 아늑한 계단 묵논이 보인다. 아주 작은 골짜기라 혹 빼놓지 않았

을까 하여 들어갔다. 왼쪽은 동생과 노 선배님, 오른 쪽엔 아내 정포와 박 상무, 나 셋이서 맡았

다. 좀 오르니 '폴'이 냄새를 단다. 위로 계속 길 것으로 직감, 이 땡포 박은 위로 뛰었다.

맨 마지막 제일 높은 묵은 논 뚝 위에 버티고 있는데 드디어 '폴'이 올라오더니 포인을 한다.

두어 길 아래 뚝엔 아내 정포가 서있고 그 왼쪽 20m 엔 박 상무가, 오른 쪽 30m엔 동생과 노

선배님이 완전 포위 형태로 포진 하였다.

"들어가!" '폴'이 멈칫 하더니 살살 그 짧은 꼬리를 흔들며 앞으로 나간다. 완전히 긴장되어 납

작 엎드려 따라간다.

드디어 "꽈드등!!! 꺼겅껑껑!!!!!"

나는 천천히 리드를 하는 데, 이런~? 꿩이 나를 못 본 듯 점 점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닌가? 더

따라 갈 수 밖에 없었다. 이젠 몸을 뒤로 틀어야 따라 갈 수가 있었다.

아내 정포가 "탕!" 그냥 간다. 몸을 더 틀어 따라가는데 장끼가 소나무를 피하려고 솟구치려는

 찰라, "탕!" 방아쇠를 당겼다. 어~쭈? 이게 웬일? 그냥 간다. 다시 재차 방아쇠를 당기는 데

 격발이 안 된다. 선달님은 그만 산을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야단 들이다. 내가 꼭 떨어트릴 줄

 알고 다들 겨냥도 안 했단다. 먼저 동생이 "형님! 어떻게 된 겁니까? 한 방 더 쏘시지 않고요?"

노 선배님, "그 좋은 것을 빼 먹다니 이젠 박사장도 늙어 가는 모양이군!" 아내 정포도 화가 잔

뜩 난 얼굴이다.

그러니 땡포 박 얼굴은 어떻게 됐겠는가? 그러나 너무나도 한심한 것은 총을 꺾어 약실을 살펴

보니 왼쪽 총알은 얌전히 그대로 있었다.

"아니? 내가 이런 실수를? 허~? 어떻게 이런 등신같은 짓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젠 완전

 초보가 었단 말인가?"

하늘을 우러러 보며 탄식을 했다. 모멸감(侮蔑感)이 끓어올랐다. 창피해서 얼굴을 들을 수가

 없었다.

망신스럽다. 왜냐구요? 얘기하기도 싫습니다요!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에이 참! 그래도 할

 수 없지!

    아?그게요? 방아쇠를 당기고 다시 당겨야 되는데 잡아당긴 상태에서 다시 당겼으니 총알이

 나갑니까?

어떻든 완전 초보 땡포의 짓을 했으니 이게 말이 됩니까?

아무리 더블 트리거(double triger: 방아쇠  2개)를 오래 쏘았어도 그렇지 싱글 트리거(single

 trigger)를 쏜 지도 어언 4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야말로 땅속으로라도 숨어 버리고픈 하루였다.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