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포 박 코를 납작하게 만든 아내 정포수(2008년 12월 17일 흐리고 오후 늦게 비)

     오늘은 아내 정포, 박 상무와 나, 셋이서 집을 나섰다. 해장국집에서 대전 김성주씨를 만나 합류하여 지난 번 '전수연' 대회 전날 여러 마리 장끼를 만났던 연기군 서면 고복리로 향했다. 그러나 오늘은 웬일인지 하나도 구경을 할 수가 없었다. 지난번 '폴'이 몰아다 준 장끼를 너무 멀어 빼 먹은 곳으로 갔다.

혹시 그 녀석이 오늘도 또 나를 망신을 주려고 기다리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역시 산 밑으로 '폴'이 휘더니 마을 쪽으로 내달린다. 드디어 포인을 알리는 비퍼 소리가 들렸다. 아내 정포는 그 쪽으로 가려고 하길 래 말리는 신호를 보내고 기다리게 했다.

"빅~, 빅~"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자니 제법 긴장이 되었다.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이내 장끼가 "꺼겅껑껑!!!" 하고 소리를 지르며 난다. 아! 점 점 가까이 날라 오는 소리다. 앞쪽을 노려보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선달께서 내 쪽으로 전속력으로 쳐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번엔 놓치면 안 되지!"하고 생각하며 천천히 총을 들었다. 쭉 리-드를 하다가 "탕!!!" 어~? 그냥 간다. 재차 쏘려고 하니 "툭!" 떨어지는 것이 명중이다. 너무나도 빨리 날아오는 터라 총알을 받고도 밀려 지나갔나 보다. 내 옆 오른 쪽에 있던 박 상무, "와~! 핫!핫!핫! 정말 잘 쏘십니다! 무지하게 빠르던데....."

아내 정포도 "여보! 축하해요! 전번에 당신을 놀린 바로 그 녀석인가 봐요!" 축하를 받는 것보다 망신을 당하지 않았다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 후론 한 마리도 만날 수가 없었다.

점심을 든 후에 우리 단골 터인 동면 응암리로 갔다. 이런~? 다른 사냥차가 우리 엽장을 털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너무 실망이다.

"김사장님! 우리는 산이나 한 번 털어 보죠. 없으면 바로 나와야 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죠!"

박상무는 너무 힘들다고 차에서 쉬겠단다. 저녁 귀로에 안전 운행을 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일 게다. 할수없이 박상무 다음으로 산을 잘 타는 땡포 박이 올라갔다. 와~! 그런데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다. 발을 딛기 어려울 정도로 나무를 잘라 깔아 놓았는데 또 잘려진 그루터기는 하늘로 날카롭게 서있어 한 발, 한 발 내딛기가 정말로 힘들었다.'폴'도 너무 힘들어 잘 오르지 못하고 내 눈치만 살핀다.

웬걸? "푸등등!" 까투리 한 마리가 놀라게 한다. 또 장끼가 나가는데 발을 옮겨 놓느라고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나는 소리도 못 들었다. 포수들이 잘 오르지 못하니까 다 여기에 숨어 있나 보다. 계속 '폴'을 불러대니 마지못해 좀 덜 험한 앞산으로 오른다. 나한테 밀려 앞으로 빠지던 꿩 냄새를 다는 듯 하더니 20m 아래서 "꽈드등!!! 꺼겅껑껑!!!" 하고 나는데 몸이 균형이 잘 안 맞아 대충 보고 "탕!~ 탕!".

휫~청 하면서 털이 빠지는 것을 보니 몇 발을 받았나 보다. 아내도 "탕!~ 탕!" 어? 그런데 아내 두발 째 쏜 것이 정통으로 맞은 것 같았다.

"여보! 정포수! 축하해요! 이 땡포 박이 빼먹는걸, 그 어려운 걸 맞추다니... 정말로 나보다 낫네 그려!"

"두 번 째 쏠 때는 확! 당겨서 쏘니 맞네요!"

"오! 이젠 리-드도 많이 하고 신랑보다 낫군! 그 빠른 놈을 명중시키다니..."

아내가 멋지게 잡은 선달을 꼭 회수를 하여야 하므로 또 혹시 선불이 되었을지도 몰라 급히 내려가는데 내려가지나? 몇 번을 나둥그러지고 난 다음에야 겨우 내려왔는데 이런? '폴'이 아직도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폴'도 어렵사리 내려왔으나 6~7분이 지났으니 잔취(殘臭)가 있을 리가 있나? 몇 번 라운딩을 하더니 멀뚱히 나만 쳐다본다. 너무도 속이 상했다. 힘들게 아내가 떨군 선달인데 찾지를 못하니 화가 났다. 그러나 너무 지체할 수 없어 나는 할 수 없이 무척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폴'을 데리고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산 속에서 '폴'이 냄새를 다는 듯 하더니 뒤로 선달이 빠지는데, "푸드등!!! 껑겅!!!" 재빨리 뒤로 몸을 틀면서, "탕!!!". "명중!" 배낭에 넣고 천천히 내려오는데 또 "꽈드등!!!". 이번엔 까투리다. 다 내려오니 아내 정포가 아주 기쁜 얼굴로 방글 방글 웃고 있다.

"여보! 내 꿩도 찾았어요! 아무리 당신을 불러도 대답을 안 하데!"

"야! 축하! 축하! 땡포 박이 빼 먹는 걸 잡았으니 이 땡포 박 보다 한 수 위네 그려!"

"아이! 당신도! 그럴 리가요? 어머? 총소리가 나더니 당신 또 한 마리 잡았군요? 여보!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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