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8년 시렵기 (2008년 11월 5일 수요일 맑음) -- 완전 왕 초보, 왕 땡포가 된 날

 

금년은 사냥을 그만 접고 싶은 마음이 날 정도로 너무 쓸쓸하게 시작이 된 엽기였다. 매년 10월이 되면 어릴 때 소풍을 가던 그런 들뜬 마음, 아니 그보다 더한 흥분에 휩싸여 황홀한 기분에 들떠 내내 11월 1일을 기다렸었다.

그러나 금년은 수렵장을 개장하는 군이나 시가 예년보다 적어 어디로 엽장을 택하여야 될지 암담하였다.

경남, 전북은 한 군데, 전남과 충남은 두 군데만 풀렸으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이렇게 되니 사냥을 할 기분이 싹 가셔 버렸다. 왜 우리 선량한 사냥꾼을 이렇게 홀대를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각 시, 군에 유해조수 팀을 만들어 운영을 하면서 자기들만 재미를 보고 타지(他地) 사람들은 오지도 못하게 만든 셈이 되었으니 이런 망동이 어디 있을까? (땡포 박의 마음이 이렇다는 말씀이다.)

속상하다. 매우 기분이 나쁘다. 이젠 사냥도 접어야 되는 것이 아닐까? 포획승인증을 내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아니나 다를까 우리 일행 5명은 연기군엔 접수가 되었는데 예산군은 이 땡포 박 하나만 됐다.

아내 정포, 동생을 포함 우리 일행 넷이 다 불합격이 되었다. 예산군은 1,200명이나 신청을 받는데 불과 5분만에 입금이 완료됐단다. 입이 쓰디 쓰다. 정말로 실망이 크다. 이젠 사냥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 이게 무슨 아사리 판 인가? 로또 복권도 아니고 무슨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을 누려야 할 판이니 우리 주말 사냥꾼들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러나 다행히 후배들의 정성 어린 도움으로 우리 팀은 구제는 되었다. 그래도 영~ 사냥을 하고픈 마음이 들지를 않는다. 그 전 같으면 총을 찾기가 무섭게 눈섭을 휘날리며 엽장을 향하곤 했는데 겨우 11월 5일에야 마음을 추수려 예산으로 향했다.

 

11월 5일 첫날

오전 11시에 작년 수요일이면 꼭 공렵을 했던 옥천포 후배님과 만나기로 약속. 여유시간에 그림 좋은 엽장을 뒤져 보았으나 한 마리도 구경을 할 수가 없었다. 다시 예산군청에서 우리 일행 포획승인증을 발급받은 후에 또 대술면 근처에서 사냥을 하였으나 헛탕이었다. 아마도 지난 이틀 동안 서로 몰려 다 털은 듯 도대체 만날 수가 없었다. 실망하고 있던 차에 옥천포 후배님의 연락을 받아 산지기 최규원 후배님과도 반갑게 만났다. 오래간만에 후배님들을 만나니 우선 기분이 좋았다. 신양면(?)에 위치한 저수지 위 높은 산을 터는데 역시 젊음이 배어있는 엽행(獵行)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도 미리 나는 한 두 마리 꿩을 구경을 하니 절로 신이 났다.

 

점심시간이 되어 계곡 도랑 물 옆에서 우린 야외 식탁을 펴 놓고 싸온 스테이크를 굽고 김밥도 풀어 아주 맛있는 천렵(川獵)을 하면서 환담을 나누니 너무도 즐거웠다. 산지기 최규원 님이, "선배님! 전 사냥을 그렇게 다녀도 이런 맛있는 점심을 들기는 처음입니다!"

옥천포, 김남용 님이 거드는데, "땡포 박 선배님은 늘 이렇게 재미있게 다닙니다! 좋죠?"

즐거운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예산 엽우(김수만 님)를 만나 꿩 사냥터를 소개 받은 후에 멧발(멧돼지 발자욱)을 보려는 산지기 님과 헤어졌다.

 

대술면 이티리.

여기 가면 꼭 꿩을 만날 수가 있단다. 책임을 질 수 있다나? "무슨 실없는 소린가?"하고 생각하면서 엽장에 도달하니, 와! 정말로 깊숙한 외딴 명당이 펼쳐지는데 너무도 멋진 그림이었다. 그림이 너무 멋지면 실망이 큰 법인데...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들어서자마자 옥천포 님의 '지미'가 포인, '폴'도 포인!

"들어가!" "꽈드등!!! 꺼겅껑겅!" 옥천포 님, "탕!", 나도 "탕!" 어~라? 그냥 간다.

다시 옥천포 님 재빨리, "탕!" 명중! '폴'이 물고 온다.

"축하해요! 후배님!"

"뭘요? 선배님 덕분이죠!"

곰곰이 생각해 본다.

"왜 내가 그리 빨리 쏘았을까? 옥천포 후배님을 여지껏 한 번도 경쟁상대로 생각해 보질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여기서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은 절대로 옥천포 님을 얕본다는 말이 아니고 편안한 동반자로 본다는 뜻이다.) 옥천포 개 '짐(잉글리시 세타)'이 산으로 오른다. 포인 하는 듯하더니 앞으로 나간다. '폴'도 따라 간다. 급하게 우리가 산으로 오르는데, 하나, 둘, 셋 까투리들이 뜬다. 다시 두어 구비를 돌아 계곡으로 돌라 나오는데 아래 우거진 넝쿨에다 '지미'가 포인! 어? 근데 우리'폴'은 지나간다. 왔다 갔다 하더니 밑으로 빙~ 돌아 계곡 밑에서 우리를 올려다보고 포인을 한다.

"후배님!" 포인 했어요!"

옥천포 님이 "고(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