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족 나들이(2009년 2월 21일, 토요일 맑음)-- 사위, 딸 그리고 손자와 함께

 사위가 사냥을 구경하고 싶단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 두 아들에겐 할아버지 엽총을 골고루 나누어 주었는데 도대체 사냥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더욱 기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2월은 좀처럼 꿩을 만나기 힘들어 망설여졌다. 사냥의 화끈한 맛을 보여 주어야 할 터인데 어떻게 한담? 하지만 2월 하순에는 사냥을 접는 엽사들이 많아 꿩을 좀 볼 수 있을 것도 같아 2월 21일(토요일) 새벽에 사위 식구들(사위 이형민, 딸 박근하, 손주 이승준)을 데리고 사냥 나들이를 갔다. 사냥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꿩이 날아가는 모습"과 '폴'이 "수색하고 포인팅 하는 멋진 자태" 그리고 "사격하여 꿩을 떨어트리는 장면"을 보여 주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섰다.

 우선 딸 식구들이 이 땡포 박 내외를 잘 따라올지 몰라 좀 걷기 쉬운 코스를 공략하기 위해 연기군 서면 고복리로 정했다. 사흘 전 눈이 많이 와서 양달은 다 녹았지만 음달은 꽤 쌓여 있었다. 여기서는 가끔 꿩을 만나기도 했고 또 지난 주에 노 선배님께서 놓친 선달(장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음달 차도(車道) 옆 넓은 장소에 차를 세웠다. 개를 먼저 풀고 수렵화를 신고 있는데 멀리서 '폴(후렌치 부리타니:일명 에파뇰 부리똥)'이 "컹! 컹! 컹!" 짖는 소리가 들렸다. 점점 가까이 들리더니 '폴' 앞에 시커먼 작은 물체가 재빠르게 지나가는 듯한 게 얼핏 보였다.

"어? 저거 꿩 아냐?"

"어머머! 그래 개를 먼저 풀어 미리 날리게 돼, 참 좋겠수!"

꿩이 워낙 드물 때라 너무 아쉬운지 아내가 또 핀잔이다.

"아냐! 선불된 꿩인 것 같은 데....."

아마도 '폴'이 우리 쪽으로 꿩을 몰고 오는 것 같았다. 차 앞 20m 에서 '폴'이 산을 쳐다보고 잠깐 '포인'을 하고 있더니 옆으로 돈다. "후다닥!!!" 장끼가 튀어 오르더니 잽싸게 길을 가로 질러 뚝 밑으로 나른다. 7~8m 쯤 날더니 밭 위를 전속력으로 기어 내뺀다. '폴'은 미처 따라 잡지를 못하자 "컹! 컹!" 짖으며 열심히 쫓아간다.

"쟨 이제 죽었다!", 땡포 박.

"아빠! 꿩이 너무 빨라 '폴'이 안 될 것 같아요!", 걱정하는 딸 근하.

"폴! 폴! 폴! 힘내라!", 사위와 손자.

사위, 손자, 딸이 이구동성으로 응원을 하는데 드디어 어렵사리 '폴'이 물었다. '폴'은 약이 무척 오르는지 사정없이 콱! 콱! 씹더니 물고 온다. 얼마나 다급했던지 뒤에서 꽁지를 물고 또 물다가 꼬리가 다 빠져 완전 까투리를 만들어 가지고 온다. 이런 상황을 쭉 보고 있던 세 식구들은,

"와! 잘 한다! 재미있다!"

"아버님! 개가 잘 하면 총도 쏘지 않고 잡을 수도 있나 보죠?" 사위 말이다. 아마도 어제 누가 선불시켰던 꿩을 물어 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