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같은 꿩에게 당한 이야기 (2)

 

둘째 이야기 : 1992년 충북 옥천군 이원면에서 네 번이나 겨냥만하고 불질도 못한 이야기

- 신당총포 (대표: 故 김건철 선배엽사님)에 다닐 때 이야기

 

2월 첫 번째 일요일 오후 4시경 산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꿩 사육장이 보였다.

꿩이 2~3백여 마리가 있는데 애견(愛犬) "케미(잉글리쉬 세타)"가 꿩을 내려다보고, 또 나를 힐끗 쳐다보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눈치다.

꿩 같아 보이는데(개는 근시라서 잘 보지 못함) 냄새는 안 난다는 것이리라(사료를 먹은 꿩 냄새는 닭하고 같은 모양이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꿩을 보고 덮치게 되면 울타리 그물이 찢겨질 테고 꿩이 탈출하게 되면 큰일이다 싶어 "야! 인석아! 그건 꿩이 아니라 닭이야 닭!"이라고 하면서 "따라와!" 명령을 하니 그냥 따라왔다. 꿩 사육장을 돌아 논뚝을 걸어가다 보니 개가 안 따라오는 것이었다.

어~라! 애견 "케미"가 사육장 담 옆 풀숲에다 포인(pointing)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야! 그건 사육장 꿩이야! 그냥 가자!"

그리고는 혼자 갔다.

"야! 너 왜 안 오니?"

아, 그랬더니 개 코 앞에서 하루 진종일 한 마리도 보지 못했던 장선달(장끼)이, 그것도 꽤 묵직한 묵치(오래 묵은 녀석의 애칭)가 푸드등! 날아 사육장을 비스듬이 타고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재빨리 총을 겨누다 보니 거리도 멀지만 이게 사육장 옆이라 총을 쐈다간 크게 시비가 붙을 터...

그냥 포기.

지형을 살펴보니 사육장 뒤 좌우로 장산이 쭉 펼쳐져 있고, 사육장 오른쪽 장산 밑에 논이 약 3000여 평과 논뚝에 콩이 심어져 있으며, 논 오른쪽 높은 언덕 위엔 도로가 보이고, 논을 가로 질러 장산 반대편에는 키 큰 소나무가 드문드문 있는 5~6,000여 평정도의 야산, 그 너머엔 공장지붕이 보이는데 아늑하면서도 먹을 것이 많아 꿩이 붙기 아주 좋은 장소였다.

 

일주일 뒤 주말엔 사육장을 돌아 논을 가로질러 야산으로 유인하여 잡기로 하고, 실행!

그러나 요놈도 도무지 날지 않는 것이 84년 2월 합천군 쌍백면 꿩이 생각났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

꿩이 공장을 등지고 장산 쪽으로 날아야 되겠기에 냅다 야산으로 뛰어 올라가 공장을 뒤로 했다.

또 사육장으로 날면 안되기 때문에 아내 정 포수에게 사육장을 등지고 소리를 지르면서 "앞에 총"을 하고 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개는 다시 야산 밑 논 쪽으로 꿩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거리가 너무 떨어져 쫓아가니 이제는 공장이 있는 야산으로... 반복 2회... 온몸은 땀으로 범벅... 쌍백면 같이 전철을 밟으면 안 되는데 하고 초조히 개를 따르다 보니 야산 중턱에서 척! "포인"을 받는 것이 아닌가?

"너! 요놈! 이제 저승길이다!" 하고 개를 들여보내니 산 쪽으로 날라야 될 꿩이 겨냥할 사이도 없이 재빨리 방향을 틀어 나무를 등지고 공장지붕을 타고 나는 것이 아닌가?

뒤 늦게 총만 대보고 그만 아연실색!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요놈도 합천 꿩보다 못하지 않게 귀신같은 놈이로구나.....

 

다음 주에도 두 바퀴 돌아 나무를 등지고 소리도 없이 조용히 날라 또 실패하였다.

다음에 또 만나면 아내 정포수와 엽우(獵友) 셋이 몰아서 잡아야지 하고 작전을 구상하며 철수.

 

마지막 일요일 이원면 꿩 사육장 근처에서 사냥을 하다 오후 4시경에 도착.

시작 하자마자 또 포인!

아! 또 그 꿩이다!

아내 정 포수는 논, 동료 유상호 사장은 야산 초입, 나는 야산 위 공장 담을 오른쪽으로 바짝 끼고 나갔다.

어랍쇼?

욘석이 어느 틈에 뒤로 빠진 것이다.

이러하기를 여러 번!

2월이라 덥기도 하고 너무도 긴장한 나머지 셋은 지칠 대로 지쳤다.

이제는 내가 반대로 뛸 터이니 내 앞으로 마주보고 쳐들어 오라하고 뛰었다.

서로 포위를 압축해 나갔다.

허~? 근데 우리 개 "케미"가 내 다리를 보고 포인하는 것이 아닌가?

빤빤한 풀도 없는 날 바닥에다가.....

"야! 임마! 꿩이 어디 있어? 들어가 봐!"

"꽈드등! 꺼겅껑껑!!!"

내 발꿈치 뒤에서 나는 것이었다.

"너! 이제 이 세상 마지막인줄 알아라!"

"씩~" 웃으면서 뒤로 휙 돌아서서 겨냥하려는 찰라,

"딱~!" 총이 소나무 기둥에 부딪쳤다.

꿩은 소나무를 뒤로 하여 돌아 나가고 너무 다급해 총은 나무에 걸려 빠지지 않고...

뒤늦게 아내 정포수와 동료한테 "쏴! 쏴!"하니 그들은 내가 틀림없이 눈 감고도 잡을 줄 알고 구경만하고 있었다나...

허~ 참! 귀신과 같은 꿩한테 또 당했다.

한 달 내내 총도 한방 쏘지도 못하고.....

그러나 이번엔 합천과는 달리 무척 서운했지만 꿩에게 축하의 거수경례를 했다.

난 너 때문에 한 달 내내 즐거웠다.

정말 너는 살 가치가 있는 녀석이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했으니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이내 버스에 몸을 실으니 밥이고 술이고 다 귀찮고 완전 그로키 상태.

비몽사몽간에 그 꿩 꿈을 꾼 것이다.

꿩이 갑자기 내 발 앞에서 힘차게 솟아오르는 것이다.

"얍!"하고 기합을 지르면서 벌떡 일어나 겨냥하려니 몸은 휫 청!

그게 버스 안이지, 어디 긴 어딥니까?

"박 사장! 왜 그래?"

"앗! 꿩! 꿩! 내 꿩~!"

"와! 하! 하!! 하!!!

버스 안이 온통 웃음바다가 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