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화 : 다음 날 25일

오늘은 충남 아산에 사는 김요환, 고윤수 두 후배들이 합세(合勢)를 하는 날이다. 그런데 바람이 세차다. 너무 바람이 거세어 오늘 꿩을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침 8시에 대술면 농협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1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이상하다. 시간을 잘 지키는 후배들인데...

"회장님! 늦어서 죄송해유~! 즈덜이유~! 저수지에서 오리를 때렸는데유~, 건져 가께유~! 천둥오리 세

마리나 했슈우~!" 하고 전화가 온다.

도착하자마자 세 마리가 든 묵직한 비닐 주머니를 내민다.

"회장님! 가져 가세유~!"

"난 오리가 필요없는데..."

"어? 회장님 드리려고 잡았구만유~!"

이때 박 상무가 성큼 나서더니 자기가 가지고 가겠단다.

"어디로 갈까?"

"신양면 그 때 갔던 곳으류우!"

"어제 갔었는데 꽝 쳤소!"

"그 넘어 좋은 데가 있슈우~!"

그런데 신양면에 도착하니 넘어가지 않고 차를 세운다.

"저 산 꼭대기에서 늘 꿩이 많이 나는 데유~, 올라가는데유~, 늘 넘 숨 차서 한 마리도 못 했슈~! 오

늘은 명포님덜이 오셨응께 웬수를 갚아야쥬~!", 고윤수 후배 말씀이다.

"오늘은 맞바람이 거세서 여기는 꿩이 붙지를 않을 텐데, 그리고 이렇게 다 벌목을 한데는 엽기 초는 모르지만 지금은 없을 거요!"

그러나 매우 아쉬워하는 눈치다.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왼쪽 능선은 김, 고 후배가 맡고 오른 쪽은 나와 국포가 맡아 올라가는데 이거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너무 가파르고 또 잘려진 나무는 아무렇게나 쌓여 있어 오르기가 무척 힘들었다. 아내 정포와 박 상무가 차안에 있는 것이 무척 다행이다. 죽을 고생을 하고 꼭대기까지 올라갔지만 꿩이 있기는 뭐가 있나? 다시 내려오는 데도 무척 애를 먹으니 두 후배들은 매우 송구스런 눈치다. 그 후부터는 엽장을 안내하고는 여긴 어떻습니까 하고 묻고 또 여긴 엽장이 아니다 라고 여러 번 하다보니 나도 너무 미안했다. 그런데 더욱더 미안하게 만드는 게,

"회장님! 제가유~, 오늘 꿩을 못 잡아도유~, 맛있는 점심대접을 해드리려구유~, '물메기탕'을 만들어

왔으니께 있다 들어 보세유~!", 김 후배 말씀.

"김 사장이 만든 '물메기탕'은 일품이구만유~! 구수한 게 아~ 그냥 입에서 슬슬 녹을 거구만유~!", 고 후배 말씀.

드디어 멋있는 엽장이 나타났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 세 군데 축사가 떡 버티고 있어 난감하였다. 피해서 좀 더 윗 쪽을 올라가니 그런대로 할만 하였다. 선달 한 마리가 미리 나가는 게 보였다. 아산 두 후배들은 너무 바람이 불어 점심 먹는 장소를 찾는다고 이장네 집으로 향하고 올라오면서 봐둔 그럴싸한 곳으로 국포와 나는 우리 '폴(후렌치 부리타니)'만 끌고 올라갔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축사도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엽장이 협소해 아내와 박상무는 차에 앉아 있었다.

'폴'은 산으로 올라가 라운딩하여 꿩을 몰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으나 꿩이 없는지 그냥 나오곤 한다. 이젠 포기하고 차를 세워 둔 데로 내려가고 있는데 '폴'의 포인을 알리는 비퍼(beeper)가 울린다. 얼른 쫓아 올라가 보니 산 중턱에서 마을 내려다 보고 멋지게 포인을 하고 있었다. 마을 속에는 자그마한 축사도 있고 여러 채가 옹기종기 있는데 7~80m 밖에 떨어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우린 서로 쓰디 쓴 웃음을 지으면서 꿩 구경이나 하자고 '폴'을 재촉을 하였더니 너무 가까이 있는 듯 들어가지 않는다. 할수없이 돌멩이를 던졌다. '폴'이 뛰어 들어갔는데도 날지를 않고 자꾸만 좌측으로 내 닫고 있는 거다. 욘석이 날다가는 총에 맞아 죽을 것 같아 피하기만 하는 게 분명하다. 닳고 닳은 아주 약은 녀석들은 엽견(獵犬)은 우습게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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