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 2007년 12월 9일. 맑음)

올갱이 해장국으로 속을 든든히 채운 뒤 지구대에서 총을 찾아 출발한 시각이 7시 50분이다. 동생과 상의하여 지난 12월 2일 비올 때 못했던 영동군 심천면 길현리를 턴 다음, 지난주에 하던 원동리로 가기로 하고 막상 도착하고 보니 너무 일러 해가 비치지 않았다.

동생 박원장은,"형님! 여기가 남향이 아니라 어디 꿩이 붙겠어요?""어제 내려와서 올라가지 않은 꿩이 있을지 모르니 한번 해보자구!"그런데 몇 구비 돌아가도 한 마리도 구경할 수가 없었다. 투덜대는 동생을 마다하고 더 가고 있는데 큰 산밑 도랑 옆에 있는 덤불에다 "폴"이 포인을 하는 것이 아닌가? 모습을 보니 꿈쩍도 않는 것이 꼭 꿩이 금방 날 것만 같아 무척 긴장이 되었다. 그러나 방금 이동을 한 듯, ‘폴’이 두어 번 라운딩을 하더니 맞은 편 산으로 올라간다. 산 위로 냄새를 달고 올라가는 모습이 산을 넘어 꼭 다음 골짜기에서 나를 것만 같아 그 쪽으로 내 달렸다.골짜기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탕!" "탕!" 박상무의 총소리다.한참 있다가 들어서는 박상무의 이야기를 들으니 뒤로 빠졌단다.내가 앞으로 나가는 것을 눈치 챘나 보다.이제 산자락이 거의 끝나 갈 무렵 ‘폴’이 다 수색을 하지 않고 그냥 밭으로 내려간다.어? 이렇게 좋은 곳을 빼 먹고 가다니? 다시 ‘폴’을 불러 계곡을 수색하도록 했다.아니나 다를가 빽빽한 계곡 속 덤불에다가 포인하고 있다는 비퍼(beeper)소리가 들린다.산 위로 날면 안되기 때문에 박상무를 불러 계곡위로 올라가 아래쪽으로 꿩을 몰라고 지시를 했다. 박상무는 계곡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계속해 기침을 하면서 떠들고 내려가고 아내 정포는 계곡 맨 아래, 나는 계곡 왼쪽 중간지점에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너무 오래간만에 만나는 포인이어서 자못 긴장이 된다.손에 잡은 총을 더 고쳐 세워 ‘앞에 총’을 하고 기다리는데 이윽고, "꽈드등!" "꺼겅 껑껑!" 소리를 지르면서 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는데 산 중턱에서 나가는 거라 어찌나 빠른지 총구가 따라가질 못한다. "이거 놓치겠구나!"하고 생각하면서 한자 쯤 잡아당겨 방아쇠를 짰다."탕!!!" 큰 소음을 내며 울리는데 너무도 운 좋게 정통으로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박상무가,"사장님~! 잡으셨어요?""응! 내가 오늘은 운이 좋네! 정말로 자신이 없었는데...""와! 무지하게 빠르던데... 역시 우리 사장님은 명포셔! 축하합니다!""아니지! 박상무 덕분이지! 내려 몰아주지 않았다면 산 위로 날아 쏘지도 못했을걸! 그나저나 이번엔 너무 운이 좋았어요!"잡은 선달을 박상무 배낭에 넣고 산에서 내려오면서 "예전엔 이런 과수원에서도 나가곤 했는데!"하고중얼거리며 내려가는데 동생 쪽에서 꿩이 나르는 소리가 들렸다."탕!탕! 탕!" 세발이 들린다.보니까 두 번 째 총알에 맞은 것 같은데 아주 큰 까여사 같이 보인다."박원장! 까투리를 쏘았어?""아닌데요!""아니긴 뭐가 아냐?""꿩이 없으니까 사정없이 쏘는구나!"하고 생각하며 ‘폴’을 불렀다.어? 노선배님 엽견 ‘루비’가 덤불 속에서 큰 장끼를 턱~ 물고 나오는 게 아닌가? 내 눈을 의심했다. 틀림없이 까여산데 어떻게 장선달로 바뀌었지? 다른 꿩을 물고 나왔나? 그럴리가 없지!허? 이젠 나이가 들어서 좀 거리가 멀다고 장낀지 까투린지도 구별을 못한단 말인가?여지껏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 마음이 너무 찝집했다.다시 원동리 엽장으로 향했다.동생 박원장과 노선배님은 오른쪽 계곡으로, 우린(아내 정포, 박상무와나) 왼쪽 산으로 붙었다. 그런데 동생쪽에서 장선달 한마리가 뜨더니 하나, 둘, 세마리가 계속 나가는데모두가 장선달이다."탕! 탕! 타당!!" 네발이 나가는데 떨어진 것은 한 마리도 없다.틀림없이 다 잡으려고 너무 흥분되어 모두 빠트리는 것 같다. 동생 박원장은 면목이 없는지 "햇살이 정면으로 비추어져 제대로 쏠 수가 없네!"하고 푸념을 늘어 놓는다.자칭, 타칭 명포가 땡포 소릴 듣게 되는 순간이다. 선달들이 좀 돌아서 날라야 하는데 일직선 영도로 곧장 날라서 맞추기가 힘들었을 것이다.모두들 너무도 아쉬워했다. 우리 앞에서는 한마리도 뜨질 않는데 또 동생쪽에서 세방의 총소리가 들린다. 노선배님께서 고라니를 잡으셨다. 금년 첫 수획물이다. 대단하시다. (이때도 고라니가 귀했다.)이 땡포 박과는 띠 동갑 선배시고 84년 충북 충주시 노은면 산자락에서 만나 뜻이 맞아 여지껏 엽행(獵行)을 함께 하신 분이다."노회장님! 축하드립니다! 소원성취 하셨네요! 대단하십니다!""뭘 이런 것 가지고? 오늘 저녁은 내가 쏠테니 그리 아슈!"벌써 12시가 넘었다. 싸온 김밥도시락을 풀어 보온병에 담아온 된장으로 점심을 때우는 보잘 것이 없는 것인데도 꿀맛이었다. 식사 후 더 이상 할 데가 없어 다시 동생과 노선배님께서 더듬으신 자리를 우린 다시하기로 했다.우린 거의 산쪽으로 붙어서 치고 올라가는데 구경을 할수가 없었다. 거의다 올라갈 무렵 경사진 계곡이 나오는데 인삼밭을 만들려고 갈아엎은 밭이 나왔다.맨땅 밭이라 신경도 안 쓰고 올라가는데 우리 ‘폴’이 그 밭밑에 있는 뚝에다가 포인을 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그 뚝엔 별로 풀이 없었다.아차! 미리 나르기 십상이라고 생각하면서 또 미리 날면 밑에서는 보이지 않게 될 것이라 부지런히 뛰어 올라가는데 거의 다 올라 갈 무렵, "꽈드등!! 꺼겅껑!!!" 하며 선달이 얕게 나간다. 순간적으로 우뚝 서면서 그래도 좀 아래라 꿩 꽁지 위를 겨냥하여 사격을 하니 명중!.박상무는, "왓 핫핫핫! 명중이네요! 역시 명포수님이시네요! 전 왜 안 쏘시나 했어요? 그렇게 여유있게 쏴야 되는데... 와! 기분 좋다! "폴" 이리 가져와라!"땡포박, "박상무는 왜 안 쐈오?"박상무, "전 좀 아래라 처음엔 꿩이 잘 안 보였고 보일 때 총을 들었더니 벌써 떨어지데요!"벌써 시계는 3시를 가르킨다. 별로 시간이 많지 않아 좀 작은 엽장을 선택하자고 최기사가 안내한 곳이 산을 하나 넘어서다. 음지와 양지가 곁들여 진 아늑한 밭이 1, 2천평 펼처져있다. 밭 중간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데 동생 박원장이 소리친다."형님! "폴"이 포인 했어요! 빨리 오세요!"가 보니 뚝 덤불 밑에다 포인을 하고 있었다. 뚝위에 아내와 동생이 서 있었음으로 나와 박상무는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폴’이 포인하다 풀고 라운딩하는 사이 이 꿩이 산 위로 기어 동생 뒷쪽으로 거리를 두고 우리를 비웃듯 "꺼겅껑껑!" 소리를 지르며 밭을 건너가는 게 아닌가?이때 땡포 박이 화가나서 "야! 이 밥통아! 빨리 따라 가야지 여기서 맴 돌면 어떻게 하냐?" 아내 정포는 "게가 바보가 아니라 너무 꿩이 약은 거죠! 그건 못 잡을 꿩에요!" 아내 말이 맞다.다시 내려와 농로를 가다 보니 또 동생이 소리를 지른다."형님 빨리 오세요! 포인했어요!" 길을 따라 가 보니 길옆 아래엔 넝쿨이 무성한데 개는 안 보이고 그 밑에서 포인을 한 것 같았다. 맨 밑엔 밭이 쭉 깔려 있고 거기서 날라도 맞은편 산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유효사 거리를 벗어날 수가 없어 나란히 서서, "들어가!" 안 들어간다.돌을 던져야겠는데 이런 젠장! 돌이 안 보인다. 이구동성 들어가라고 아우성이고 개는 또 움직이고 이러는 중 박상무가 산에서 내려왔다."제가 밑으로 내려 갈께요!" 하면서 좀 아래로 돌아 내려가는데 거기서 꿩과 마주친 모양이다."꺼겅껑껑!!!" 6.25때 폭격을 하고 올라가는 비행기 모양으로 잽싸게 나무사이로 요리조리 빠지면서 올라가는데 일제히 "빠방! 빵! 빵! 빵!" 불을 뽑는다. 그러나 그 선달님은 유유히 제트기보다 더 빠르게 산을 넘어갔다.너무 기가 막혀 침묵만 흐른다. 나 두발, 아내 두발, 박원장 두발이 다 나갔으나 꿩이 약간 비틀거렸을 뿐이다. 모두가 땡포가 되는 순간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꿩이 덤불에서 뱅뱅 돌다가 아래 왼쪽으로 빠져 날려고 한 모양이다.얼마나 약은가? 내가 미리 내려갔어야 하는데 이 경험이 적지 않은 두 나이가 든 포수들을 졸지에 멍텅구리 포수로 둔갑시킨 멋진 선달이었으니 축하를 해 주어야 될 것이 아닌가?

그렇다! 얜 살 가치가 있는 꿩이다.

우리한테 이긴 것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