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일 첫 출렵 (맑음)--명포수 후배들

며칠 전부터 수렵복, 탄쪼끼, 훈련기 등등 하나 둘씩 준비를 하다 보니 점점 더 마음이 들떠 기분이

너무 좋다 못해 꼭 실성을 한 사람처럼 희쭉 희쭉 웃음만 날리고 다니니 아내 정포도, 회사직원들도

기가 막힌 모양이다.

또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사냥준비를 한답시고 이방 저방으로 돌아다니는 꼴을 본 아내 정포는 매년 하는 것인데 뭐 그리 좋으냐고 혀를 찬다.

드디어 무려 8개월을 학수고대 하던 날, 11월 1일이 돌아왔다. 아침 5시 10분에 총을 찾으러 일산

경찰서엘 가니 내가 맨 처음으로 온 사냥꾼이다.

바로 엽장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아내 정포를 대동했는데 너무 일찍 와서 영 체면이 안 선다.

"에이! 당신이 제일 미쳤나 봐요! 아무도 안 왔잖아요!"

조금 있으려니 오늘 처음으로 공렵을 하기로 한 국포 국종훈님 전화다.

"일산 경찰서는 총 내주나요? 우린 9시에 내준다는데?"

"6시에 내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하!하!하! 벌써 경찰서엘 가셨어요?"

"그럼요! 빨리 찾아 엽장으로 가야죠!"

"내가 금강 휴게소 근처에 옥천 김남용포수가 가르쳐 준 곳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터이니 그리로 오세

요!"

사실 지난 10월 24일 답사할 때 옥천포 김남용포수가 가르쳐 준 엽장이 너무 멋있어서 거기를 먼저 털

작정이었다.

정확히 6시에 총을 찾아 옥천으로 내 달렸다. 마음이 너무 급해 잘 달리고 있는 최기사를 더 재촉하

니 또 정포의 잔소리다.

망향휴게소에 들려 아침을 먹는데도 너무 마음이 들떠 잘 먹히지 않는다.

대충 먹고 엽장에 도착하니 기분이 최고다. 가슴이 두근두근 해 진다.

다시 부푼 마음을 안고 산길을 따라 제일 꿩을 많이 보았던 언덕으로 올라가니 어~라? 이게 웬일인가?

벌써 어떻게 알고 사냥차가 와 있지 않는가? 기가 막혔다.

"꿩 좀 보셨어요?", 김 후배님 전화다.

"아뇨! 벌써 누가 했나 봐요! 장끼 털도 떨어져 있고..."

그냥 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할수없이 처음 진입한 초입에 내려가 개를 풀어 보았으나 역시 헛 탕!

또 국포님 전화다.

"총을 찾아 지금 천안 쯤 내려가고 있어요! 어디서 뵐까요?"

"근데 꽝이예요! 너무 사냥꾼이 많아요! 천천히 오세요. 금강 톨게이트를 지나 아까 약속한 장소로 오

세요. 기다릴 터이니까!"

다시 다음 골짜기로 가니 벌써 털고 나오는 차가 여러 대다. 기가 막혀 너무 속이 상했지만 어쩔 수가

없지 않는가? 그래도 시간을 죽일 겸 산 밑 논을 따라 뒤졌으나 개가 냄새도 달지를 않는다.

이윽고 옥천포 김남용포수의 반가운 전화다.

"꿩 좀 만났어요?"

"만나긴요? 사냥꾼들만 들끓어요!"

"그래요? 오는 첫날이라 그런가 보군요. 국종훈포수를 만나시면 함께 동의면 사무소로 오세요!"

국포와 반가운 해후를 하고 동의면으로 달렸다.

낚시를 여러번 같이 다녀서 국포를 잘 안다.

요사이 젊은이들 같지 않게 아주 겸손하고 예의가 바른 사람이다.

김남용 포수와 반갑게 만나 국포를 인사를 시켰다. 김포수는 국포 차를 타고 동이면사무소를 나와 지방도로를 요리조리 달리더니 제법 그럴싸한 엽장을 안내했다.

김남용 엽사와 국포가 한조, 아내 정포와 나는 다른 조를 이루어 사냥을 시작했는데 영 꿩이 안 보인다.

드디어 국포 쪽에서 "탕! 탕!" 총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우리 ‘폴’도 포인! 어? 그런데 휴대폰이 울린다.

받고 보니 김포수가 한 전화,

"선배님! 구경하셨어요?"

"지금 우리 개가 포인했어요!"

"이런? 빨리 잡으세요!"

전화를 받느라 아내 정포에게 지시를 못해 내 옆으로 섰는데 바로 ‘폴’ 코 앞에 꿩이 있는 듯하다.

"이걸 어쩌지? 아내가 길을 따라 길 위로 올라서야 그 쪽으로 꿩이 안 나를 텐데..."하고 생각하는데, "꽈드등! 꺼겅껑!"하며 역시 그 쪽으로 날라 총도 못 대보고 말았다.

국포는 멋진 장끼 한 마리를 했단다. 우린 싸온 김밥 도시락으로 요기를 한 후 다시 시작을 했다.

"선배님! 요 조그만 골짜기는 누구도 안 털었을 것 같으니 한 번 들어 가 보세요! 우린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요."한다. 맞다.

나무가 빽빽한 그늘 속이라 꼭 장선달이 숨어 있을 것 같았다.

들어서자마자 ‘폴’ 행동이 이상하다. 무척 긴장하여 전면을 주시하면서 살살 접근한다.

아내 정포와 나는 안전핀을 풀고 다가서니 이때 개 앞에서 화닥닥! 소리를 내며 덤불 속으로 도망치는 장선달이 보인다.

근데 욘석이 앞으로 나가 날지 않고 우리 옆을 지나치더니 뒤로 빠진다. "어? 큰일이다. 뒤는 나무

숲이 빽빽해서 비좁아 불질하기가 어려운데..."하고 생각하는데, "꽈드등!" 역시 뒤로 빠진다.

아내가 먼저 "탕!", 할수없이 너무 가까워도 나도 "빵!", 우린 재차 두방을 쏠 수가 없었다.

멋지게 피해 달아나는 장선달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상황이 어떻든 빼 먹었으니 두 후배님들한테 면목이 없었다. 부끄러웠다. 하는 수 없이, "이래서 내 별명이 땡포 박"이요!"

그동안 살아 도망가는 장선달에게는 아쉬워도 축하를 해 주었는데 이번엔 그 선달이 무지하게 원망스

러웠다. 앞으로 날지 않고 뒤로 빠져 나를 이토록 곤혹스럽게 만들다니.....

수모를 만회하기 위하여 몇 군데를 열심히 무리하게 돌다 보니 첫날이라 다리에 몹시 쥐가 났다. 이번엔 종전과 다르게 매우 심했다. 다리가 뒤 틀리는 거다.

아내 정포가 맛사지를 해 주고 T봉(일종의 수지 침)을 손톱 위에 붙였다.

좀 나아지는 것 같았지만 맥없이 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오늘 사냥이 첫날이고 잠을 너무 설쳐 그런 줄 알았지 신발 끈을 너무 꽉 매고 양말이 너무 타이트 한 것을 신어서 그런 것을 나중에 깨달았으니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사냥꾼이라 해도 꽉 막히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오후 4시 30분. 이젠 접어야 될 시간이다.

"선배님! 오늘은 첫날인데 꼭 손맛을 좀 봐야쥬?"

"손맛입니까? 화끈한 맛이지! 그러나 너무 늦었는데요!"

"아녜요! 한 군데가 있어요! 선배님을 위해서 감춰 둔 곳이 있어요!"

이러면서 우리를 안내한 곳이 이원대교 밑 강이 흐르는 초원 벌판이다. 여기 꿩이 아주 많이 붙는단다.

누가 하지 않았으면 손 맛 좀 본다나.

거슬러 올라가 치는데 김포는 맨 왼쪽, 국포는 가운데, 나와 아내 정포는 제방이 가까운 오른 쪽이다. 옥천포가 왼쪽이 제일 좋아 선배인 나에게 양보를 했지만 다리에 또 쥐가 날까 봐 포기하고 오른쪽을 택했다.

그러나 오십보도 못 가서 심한 경련이 일어나는데 최근 이렇게 심한 쥐는 처음이다.

너무 뒤틀리고 아파 그 자리에 자빠지고 말았다.

얼굴을 찡그리며 쓰러져있는 나를 보는 아내 정포는 너무 안스러워하며,

"여보 후배님들이 당신을 보면 무어라 하겠어요? 당신이 노인네라 잘 걷지도 못한다고 흉을 보지 않겠

어요?"

그러나 어쩔 것인가? 도저히 움직이지도 못하겠는데.....

할수없이 두 후배님들을 불러 나는 포기하겠다고 하고 천천히 뚝방으로 기어 올라갔다.

발에 풀이 걸리니까 더 심한 것 같았다.

총을 메고 둑방길을 천천히 걸어가며 그들이 사냥을 하는 것을 눈 여겨 보았다.

"꽈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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