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박사장도 한 물 갔구만!" (안동, 흐리고 약간 비)   

오늘은 코리아 헌팅 넷의 수렵대회가 있는 날이다.

우리 일행 중 동생 박원장과 노선배님 그리고 박상무는 일직면에서 풍천면으로 가는 샛길에

풀어 놓고 아내 정포와 나는 "폴(에파뇰 부리똥: 1년 9개월)"을 데리고 대회에 참석하려고

출발한 시각이 7시 4분.

풍천면 구담교를 찾아가는데 약 4km를 남겨 놓은 밭고랑에 장선생(장끼)이 긴 꽁지를 뻗치고

아주 위엄스럽게(?) 폼을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금년 처음 보는 광경이다.

아내 정포(정영옥 포수의 애칭)는 "한 번 쏴 볼까?"

"옆에 집이 있어 안돼요!"

못내 아쉬워하는 아내를 보면서 대회장으로 달렸다.

아내 정포는 내내 그 그림(밭에 앉아 있는 장끼의 모습)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듯,

"아깝다! 보기 힘든 장낀데....."

그렇지만 아무리 이 땡포 박이 비록 노쇠해서 땡포 소릴 들어도 차치기를 할 수가 있나?

정면 대결을 해야지!

 

부지런히 등록을 마치고 아까 본 그 장선달이 있는 곳으로 내 달렸다.

도착하고 보니 그 선달님이 아직도 계실 리가 있나?

아내는 안타까운지 "아까 쏴 보는 건데....."

이 녀석이 틀림없이 앞에 있는 산 쪽으로 기어가 도랑 갈대숲에 은신하였으리라고 생각.

집을 등지고 몰기 시작했다.

한 열댓 발자국을 갔을 즈음 "꽈드등!!!"하며 일어나는데 집에서 아직도 좀 가깝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겨냥하려는데 뒤에 있던 아내가 먼저 "탕!".

휙 밀려 나가떨어지는데 그야말로 "명중!"이다.

또 하나 난다. 까투리다. 잘 가시라 하고 개를 돌아다보니, "폴"이 쫓아간다.

꿩은 산에서 떨어져 퍼드덕거리며 굴러 내려와 도랑으로 들어갔다.

어라? 이 녀석 "폴"이 물고 오지 않고 짖어 대는 것이다.

코를 댔다가 뒷걸음치기를 서너 번 하더니 그냥 나온다.

지난번 두 번씩이나 꿩에게 호되게 얼굴을 차이더니 겁이 나 운반을 안 하는 모양이다.

완전히 똥개로 바뀌는 순간이다.

총을 내려놓고 도랑물이 깊어 한참을 돌아 회수(回收)해 오니 짜증이 났다.

운반훈련을 얼마나 많이 시켰는데 또 그 동안 운반을 잘 했었는데 꿩에게 한 번 당하더니

이럴 수가 있나?

화가 나 욕설을 퍼부며 "야! 임마! 너 퇴출(退出) 되고 싶어?" 한마디 하는데...,

"꽈드등!!!"

장끼가 나가는데 아내는 나에게 맡긴 듯, 내가 놀라 급히 "탕!"

휫~청! 하더니 그냥 산을 넘어간다.

"아니 어떻게 뒤를 쏴요?" 아내의 말씀이다.

얼굴이 새빨개진 나, 망연자실(茫然自失)해서 넘어간 산만 쳐다보았다.

바로 아내 정포는 명포가 되고, 난 그야말로 또 땡포가 되는 순간이다.

 

오늘 오후에 또 내 발 앞 15m에서 나가는 장선달에게 또 축포를 쐈다.

물론 정면 일직선으로(0도로) 나가는 게 제일 어렵기는 하지만 스승에게 배운 것은 다

까먹고 땡포 짓을 하고 있으니 너무 답답하고 한심하다.

 

지난주에도 두 번이나 실수를 하였는데 또 이런 실수를 해 대니 12년 연장이신 노선배님

말씀, "이젠 박 사장도 한 물 갔구만! 앞으론 정포수님 보고 쏘라 하고 꿩 몰이나 하시는

게 어떻겠소?"

으이그! 이 창피!! 이 수모!!!

"땡포 박!", 이름 하나는 꼭 걸맞게 자~알 지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