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2월 26일 경남 진주시 문산면 신률리에서 복수한 이야기(3)

역시 꿩 사냥은 경남이나 전남이 최고다.

사냥꾼이 별로 없을 때 72년, 82년의 강원도는 꿩이 많았으나 그 후엔 경남, 전남에 비교도 안 되었다.

눈이 와도 금방 녹아 농약으로 인한 남획도 많지 않고 먹이 감이 풍부하여 번식조건이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늘 경남이나 전남을 좋아한다.

꼭 꿩만 고집하는 바보 같은 옹고집 꿩 사냥꾼이니까.....

94년 2월 내내 쫓아다닌 꿩이 있었다.

내가 그 동안 귀신같은 꿩에게 여러 번 당한 후에 깨달은 것은 요 녀석들은 첫째 절대로 "꺼 겅~"하며

소리치면서 요란스럽게 날지 않고 가급적 조용히 가볍게 나르며, 둘째 총을 가진 사냥꾼을 구별할 줄

알며, 셋째 개를 두려워하지 않고 따돌릴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산면 (지금은 문산읍) 신률리 엽장(獵場)은 절대로 좋은 사냥터로 볼 수가 없었다.

거의가 과수원이고 집이 몇 채 띄엄띄엄 있는데 집 근처에는 무성한 대나무 숲이 드문드문, 군데군데

소나무 숲이 빽빽한 자그마한 야산 몇이 있는 것이 전부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엽사(獵師: 사냥꾼)라 하더라도 전혀 꿩 사냥터로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꿩이 무지무지하게 많았다고 한다.

우리 일행 중 필자보다 12세 연장이신 노한성 선배엽사께서 11월 말경 들어가셨다가 너무 많은 꿩에

놀라 자기이름을 붙여 "한성엽장"이라 부르시며 우리 일행을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해 놓고 혼자 즐기

셨다.

1월 말까지 파 잡수셨으니 남아있는 다른 꿩들도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지 헛탕을 치게 되어 이자

리를 떠나셨다.

그러면서 "여기에 귀신같은 장끼 한 녀석이 있는데 2개월이나 당했으니 박 사장이 한 번 해 보구려!"

해서 무려 한 달 내내 쫓아다녔다.

이 꿩도 3~4시 사이에 꼭 그 자리에 있는 것이 특징이다.

2월 첫 주 일요일 오후 3시경 차에서 내리자마자 노 선배님 말씀대로 길옆에서 애견 "루키(부리타니 스파니엘: Brittany spaniel)"가 포인(pointing)에 들어갔다.

대담한 놈이다.

간덩이가 부은 놈이다.

큰길가에까지 나와 유유자적이라니...

부랴부랴 장전을 하고 개 뒤에 붙으니 사정없이 논으로, 밭으로, 과수원으로 기는 것이었다.

드디어 포인!

요놈 봐라! 요놈! 네가 우리 선배님을 골탕 먹인 고놈이지!

"루키! 들어가!"하니 과수나무 밑으로 땅에 딱 붙어서 나무사이로 요리 조리 돌아 나는데 나는 솜씨가 보통 놈이 아니다.

떠오를 때를 기다리니 거리는 자꾸만 멀어지고 할 수 없이 "탕!" 일발.

에게게?

과수나무 가지만 좍! 부러지니 더 쏠 수 없어 멀뚱히 바라만 볼뿐 이었다.

그때서야 헐떡거리며 쫓아오는 아내 정 포수 모습이 보였다.

차에 오르니,

"박 사장! 잡았오? 뭐, 박 사장도 별 수 없구만!"

내 얼굴은 소태 씹은 표정이라니.....

두 번째 주에도 실컷 골탕 먹이고 소나무 숲에다 포인하는 사이 돌아 들어가는데 소리도 없이 살짝 날라 실패하였고, 세 번째 도전에도 우리 내외를 아주 요리조리 피해 다녀 지치게 만들더니 대나무 숲에다 포인하는 사이 숲속으로 들어서는 순간, 미리 살며시 날라 버려 망신을 당하게 만들었다.

정말로 꿩에게 농락당하는 것 같아 약이 오를 대로 올랐다.

다음번에는 작전을 바꾸어야지!

드디어 시즌 마지막 주말이 돌아왔다.

앞서 세 번이나 실패한 것을 거울삼아 오늘은 꼭 복수를 해야지 하고 마음 단단히 먹고 일찌감치 사냥에 들어갔다.

아내 정 포수와 함께...

어~라? 근데 요놈이 안 보이는 것이었다.

아 참! 욘석은 3~4시경에야 길가에 과수원 근처 시원한데 웅크리고 있겠지 생각하고 안으로 천천히 사

냥터를 더듬었다.

야산을 몇 군데 돌아 묵밭(경작하지 않고 묵혀 둔 밭)에 이르니 애견 "루키"가 포인!

어! 어째 동작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순간 퍼드득, 푸드등, 꽈드등 한꺼번에 7마리가 일어나는데 내가 탕! 탕! (수평 쌍대) 한 마리 탁!, 아내 정 포수가 탕! 탕! 탕! (후랭키 5연발: 20ga.).

아내의 두 번째 총에 맞은 놈이 떨어질락 말락 비틀거리며 간신히 들을 건너 산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여 주시(注視)하고 있는데 아내가 너무도 속상한지 "하난 맞은 것 같은데 그냥 갔나

봐? 당신은 잡았죠?" 하며 분해하는 소리가 들렸다.

세 발을 쏘느라고 두 번째 쏜 총알에 맞은 꿩이 날아가는 것을 보지 못했나 보다.

어? 근데 이 꿩이 다시 돌아서서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금방 떨어질 것 같이 좌우로 흔들흔들 거리면서...

그 동안 경험으로는 머리를 맞으면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거나 몸에 맞으면 한참 날아가다 떨어지는 경

우는 있었지만 정반대로 되돌아오는 일은 생전 처음이었다.

내 15m 앞에서 "툭!" 소리 내며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기쁜 얼굴로 아내를 돌아다보니 아직도 울상

이다.

"당신도 잡았오!"하니,

"왜 당신이 잡고서 나보고 잡았다고 그래요? 약 올라 죽겠는데 왜 놀려요?"

떼꿩을 만나고도 한 마리도 못 잡아 너무도 속상한가 보다.

개도 보지 못해 덤불 앞으로 돌을 던지며 "물어와!"하니 이내 척! 가져오는 것이 아닌가?

이 때 아내 정포수의 너무도 환한, 정말로 기뻐하는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건 그렇고 이제 요 귀신과 같은 녀석과 한판 승부를 내야 되는데 영 만날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너무 지치기도 하고 2월 말이라 무더운(?) 날씨에 너무 갈증이나 가게에서 맥주나 사 먹을 겸 포기하고 나가다가 그래도 혹시나 하여 또 그 길가 과수원을 지나다 보니 애견 "루키"가 살~살~ 기더니 포인!

아! 또 그 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요놈이 기기 시작하는데 무지 빠르고 지그잭으로 따돌리려는 폼이 보통이 아니다.

아내 정 포수는 하루 종일 너무 힘들었는지 "당신이나 다녀와요! 나는 여기서 쉬고 있을게요!" 한다.

쫓기 시작했다.

요 녀석도 개는 우습게 안다.

다만 포수만 무서워 할뿐이다.

개를 불러 "beeper"를 켰다.

개가 따라가는 소리를 듣고 나는 반대편으로 뛰었다.

"삑--""삑--" 점점 멀리 들리더니 이젠 들리지도 않는다.

한참 있다가 멀리서 들리는 듯 하드니 이내 차츰차츰 가까이 들리길래 이제는 개 정면으로 쳐들어갔다.

이윽고 대나무 숲 끝난 지점에서 개와 딱 마주쳤다.

"임마! 너 어떻게 된 거야? 여기까지 몰고 왔잖아?"라고 두리번거리는데 개도 나를 쳐다보고 이상하다는

눈치다.

웬걸? 내 왼쪽 옆 15m 지점 대나무 숲속에서 장선달님(장끼)께서 꽤 급하신지 "꽈드등!!!" 소리를 내며 있는 힘을 다해 나는 것이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너 요놈! 이거나 한방 먹어라!

대나무 숲을 벗어나 숲을 끼고 숲을 은폐물로 삼아 틀려는 순간 얼추 앞에다 대고 쏘았다.

숲에 가려 보이질 않아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날아간 것 같기도 해서 영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땅에 떨어진 소리도 듣지를 못해 너무도 아쉽지만 포기를 하고 기다렸다.

개가 기는 꿩을 따라 가고 있는지 비퍼 소리도 점점 멀어지더니 이젠 들리지도 않는다.

야산을 넘어갔나 보다.

루키가 이번엔 혹시 물어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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