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6-10-04 02:50]

국내 원전은 전력 생산용, 핵무기 생산은 통제 많아, IAEA서 수시로 사찰 플루토늄 추출도 못해

“우리나라도 과연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핵기술은 어느 정도일까”…. 북한의 핵실험 계획 선언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이다.

1970년대 중반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절 비밀 핵개발을 시도했던 전력(前歷)이 있어 우리의 핵개발 능력도 상당 수준인 것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펄쩍 뛴다.

과거 전력에 따른 미국 등의 견제와 91년 당시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의 비핵화(非核化) 선언으로 핵개발 능력을 사실상 갖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핵화 선언은 핵개발을 한다면 꼭 필요한 핵재처리 시설과 핵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 시절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추진된 핵개발은 프랑스로부터 재처리 시설, 캐나다로부터 핵무기 개발에 적합한 원자로 도입을 추진하고 기폭(起爆)장치 개발에 필수적인 고속촬영카메라까지 확보하는 등 상당히 진전됐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미국측의 압력으로 재처리시설 도입계획 등이 취소돼 핵개발은 좌절됐다.

이어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全斗煥) 정권은 1981년 핵연료개발 공단을 원자력연구소와 통합, 에너지 연구소로 이름을 바꾸고 핵개발에 관한 연구는 물론 원자력이란 용어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우리나라는 또한 1980년대 후반에도 핵무기를 만들지는 않되 만들 수 있는 잠재능력만을 보유하는 ‘○○○계획’을 비밀리에 검토한 적이 있으나 국제사회의 견제와 압력 때문에 이 또한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핵무기에 관한 한 철저한 통제 때문에 군사용 핵무기 개발은 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지만 잠재적인 ‘핵기술’은 축적되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특히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한 세계 6위의 원자력 발전 대국이다.

원자력 발전 기술은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 있을 정도로 기반이 축적돼 있다. 국내 원자력 발전은 철저하게 전력 생산용으로 돼있다.

이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1년에도 몇 번씩 받고 있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돼 있어 국제 사회의 눈을 피할 방도도 없다.

군사용 핵무기 개발을 위한 플루토늄 추출이 철저하게 봉쇄되어 있는 셈이다.

이런 축적된 기술이 있기 때문에 몇 년이면 우라늄을 농축하고 이를 담을 수 있는 격납체 개발을 마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미 50여?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일본처럼 6개월 이내에 즉각 핵 무기를 만들 수는 없지만 우리도 국제사회의 제약만 풀린다면 수년 내에 핵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토대는 있다는 얘기다.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만 추출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으나 우리는 현재 일본과 같은 플루토늄 추출시설이 없다.

때문에 지금 당장 한국이 핵무기 제조능력을 갖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 bemil.chosun.com]), (이영완기자 [ y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