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가면 재미있는 속담이 있다. 다름이 아니고, 아들을 놓으면 개가 좋아하고,
딸을 놓으면 말이 좋아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아들은 양고기나 염소고기를 대충 먹고 뼈를 던져주기 때문에 개가 좋아한다는 것이고,
딸은 아들보다 가볍기 때문에 말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런 속담이 시사하여 주는 바는 몽골고원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는 가축들 중
말과 개는 짐승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점에서 몽골로 여행하는 우리가 특히 유의하여야 하는 데, 테마여행으로서 승마여행을 하는 경우,
몽골인들은 여행객들이 말을 가혹하게 대하는 경우에는 매우 언짢아 하고, 심지어는 승마를 중단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언쟁이나 물리적인 충돌의 경우도 없지 않다.
몽골인들 눈에는 오랫동안 습보로 말을 달리는 것도 말에게 가혹한 짓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여름에 말이 오랫동안 습보로 달리는 경우, 가을이후부터는 몽골고원에서 제대로 된 먹이를
말들이 섭취할 수가 없어 말들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몽골의 가을은 일찍 오고, 겨울은 늦게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유의하여야 한다.
가을부터 봄까지 몽골의 말들에게는 시련과 수난의 계절이기도 하다. 백색재해-눈이 많이 와서-로 굶어죽는 말들도 많고, 늑대의 공격으로 죽어가는 말들도 많다. 민화에 나타나는 늑대의 모습을 생각하여 보면, 몽골인들이 늑대를 얼마만큼 혐오하는지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몽골의 민화를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말이고 개이다.
특히 개의 경우에는 죽으면 슬퍼하며, 초원위에 좋은 곳을 골라 머리를 베개에 받쳐
(머리를)서쪽으로 눕히고 꼬리를 잘라준다.
머리를 서쪽으로 하여 눕히는 이유는 개의 영혼이 신성한 서방정토로 가서 다음번에는 인간으로
재생하기를 기원하기 때문인 데, 꼬리를 자르는 것은 인간의 모습으로 재생하라는 상징을 담고 있다.

몽골의 개들은 가이 늑대수준이다.
밤에는 개 때문에 현지인들마저 외출을 삼가해야할 정도로 개가 사납다
그리고 목표지향적이어서 아주 끈질기다. 몽골의 개들은 물러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기 영역을 벗어나기 전에는 끝까지 따라온다.
몽골개들의 경우 주인이라야 비로서 그 공격성을 제지할 수가 있다.

몽골인들 특히 유목을 하는 몽골인들은 보통 개를 두세마리씩 키우고 있는 데,
개들은 두가지 역활을 한다. 하나는 양이나 염소의 몰이꾼의 역활을 하고, 다른 하나는
특히 밤에는 늑대등 짐승들의 내습을 감시하는 파수꾼의 역활을 한다.
겨울에 사냥을 하는 사람들은 개를 대여섯마리씩 키우기도 한다.
몽골에 가보면, 특히 몰이꾼 역활을 하는 개들을 보고 있으면 감동적이기조차 하다.
인간과 말과 개의 완벽한 조화, 그 속에서 느껴지는 평화.

양과 염소를 능숙하게 몰아가는 모습은 감탄을 불러일으킬 만 하다.
옆으로, 앞으로, 뒤로 움직이면서 한두마리의 개가 수백마리 경우에 따라서는
천마리 이상의 양과 염소를 몰아가는 장면은 초원을 질주하는 말들의 모습을 보는
것보다 훨씬 감동적이기도 하다.

몽골개들은 기본적으로는 북방계통의 개들이나, 쉽게 이야기 해서 잡견이다.
잡종강세의 전형이라고나할까? 내가 볼 때 기본적으로는 시베리아 계통의 개들이나 티벳견도
섞여 있는 것 같았고, 독일계통의 개의 혈통 역시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눈이나 발부근에 도베르만의 혈통이 섞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적지 않아 처음에는
몽골개들을 보고 상당히 혼란스럽기조차 하였다.

차강섬 캠프장 인근에도 개들이 아주 많다.
에르뎅 치밐 집에서도 두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는 데, 큰 녀석의 이름이 죠스이다.
죠스라는 녀석은 생긴 것도 험상궃지만, 왼쪽 귀 한자락이 무슨 훈장처럼 너덜거리고 있는 데,
에르뎅 치밐의 진술에 의하면, 이 상처는 죠스에게는 영광의 상처라고 한다.
왜냐하면, 귀 한자락이 덜렁거릴 정도의 투쟁을 통하여 죠스는 이 마을 개들의 대장으로
등극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죠스가 마을에서 개들의 대장노릇을 하고 있으나, 언제까지 대장노릇을 할 수
있을지는 죠스의 기량문제라고 하였다.

 죠스는 기억력도 대단하여, 내가 죠스와 만난 이후로, 내가 얼마만에 차강섬 캠프장에
 가든지 나를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면서 나를 환영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내가 차강섬 캠프장에 가면, 어떻게 알고, 내가 돌아오는 날까지 내가 머물고
 있는 겔앞을 경호원처럼 지키는 것이다. 그것도 거의 하루 종일을.

 그런데 놀라운 것은 겔문을 열어두어도 겔안으로 들어오는 법이 없다.
입구에서 그냥 꼬리를 흔들 뿐이다. 가을이나 겨울에 차강섬 캠프장을 방문하면, 눈이 내리는
날이라도, 눈을 뒤집어 쓰면서도 겔 문앞을 벗어나는 경우를 나는 아직까지 보지 못하였다.

 내가 걸어서 산으로 가든, 아니면 말을 타고 길을 나서든, 내가 혼자 움직이면 일단 함께 따라
 나선다는 것이다. 때로는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산을 오르는 경우에도 따라와서 나를
 민망스럽게 할 때도 없지 않지만, 죠스가 따라 나서면 마음도 든든하여진다.

 작년 가을에는 캠프장에서 이십킬로메터도 더 떨어진 은드르상트까지 따라와서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은드르상트까지 따라오면서 그냥 따라오는 것이 아니고, 그 동네의
개들과 한바탕 처철한 싸움을 치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들이 싸울 때는 어지간한 나도 말릴 생각을 하지 못한다.
 너무나 처절하게 싸우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싸움은 죠스가 나를 지켜주기
 위하여서 치루는 싸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몽골로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한두번의 경험이 있을 터이지만, 겔앞을 지나갈 때마다
 약간씩 긴장을 하게 되는 데, 그 이유는 겔에 있던 개들이 사람이 지치고 말이 지칠 정도로
 따라올 뿐만 아니라, 말마저 세워버릴 정도로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개들이 따라와서 말들이 서버릴 때, 그 때는 참으로 위험한 순간이기도 하다.
 말주위를 빙빙 도는 개들에게 위협을 해보지만, 뚜렷한 효과가 없다. 다만 개 주인이 개를
불러주기를 기대할 수 밖에,간혹 나는 내가 오히려 그 개들을 공격하기도 한다.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하였다던가?

 내 혼자 말을 타고 나갔다가 개들에게 공격을 당하는 경우를 대여섯차례나 경험을 하였는 데
(이 때는 죠스가 따라오지 않았다. 죠스가 나를 따라오지 않는 경우는 내가 따라오지 말라고
 크게 나무랄 때이거나, 아니면 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거나 함께 승마를 하는 경우이다.),
장난이 아닐 정도로 긴장을 하였다.
다행히 개 주인들이 개들을 불러주었거나, 채찍질하여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여 녀석들의 영역을
벗어났거나(내 경험으로는 적어도 단거리의 경우에는 개들이 말들보다 빠르다.
그럼에도 내가 개들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거구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오히려 내쪽에서 공격적으로 말을 타고 가던 방향을 바꾸어 녀석들을 공격해서
그 위기(?)를 벗어났다.

개들을 대하는 입장에서 우리와 몽골인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하나는 개가 상징하고 의미하는 바에 대하여 몽골과 우리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즈음은 애완견이라고 해서 우리도 개들에게 유별난 정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전통적으로 개를 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상적인 卑語에서도 개가 접두어로 사용이 되고, 나쁜 것을 의미할 때도 개자를 접두어로
 사용을 하며, 개를 부정하게 여겨 신성한 장소에는 개의 접근을 막기도 하였다.
 심지어 굿판에서 巫女가 작두를 탈 때에는 개가 들어올 수 없도록 철저히 막는다.
 개는 부정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는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데 반하여, 몽골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개고기를 먹는 것과 관련하여, 지난 팔팔올림픽 때,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 데, 실상 개를 먹는 것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참으로 오래된 전통이기도 하다. 개고기를 먹는 것을 혐오식품 운운하는 것은 문화적인 우월주의를 나타냄이기도 하고, 정신적인 폭력이기도 하다는 것이 나같은 사람의 생각이다.

 개고기를 식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문화권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개고기를 식용하는 역사는 길기도 하고 일부지역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였다. 인간과의 친근성이라는 기준으로 개고기를 식용을 해서는 된다, 안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의 현시 아닐까?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니, 만물의 영장이니 하는 것은 우스운 사고방식이다.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고, 자연속에서 자연의 질서대로 살아가야 하는 생명이라는 존재의 한 형태 뿐일 것이다. 자연의 질서에 반하는 생각과 사고방식이 어쩌면 우리 인간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의 출발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느냐 여부는 기본적으로 그 문화가 농경문화인가, 유목문화인가에 달려 있다. 우리가 개를 식용으로 하게된 이면에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방식과 관계없이, 우리 선조들이 한반도로 들어오고난 다음부터는 농경문화에 바탕을 둔 삶을 살아와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의 상징, 개의 식용여부에서 우리와 몽골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되는 기본적인 이유도 실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해리스(Marvin Harris, Good to Eat, Simon & Schuster, Inc, NY,1985)에 의하면 개의 식용여부는 특정사회가 주목하는 개의 이용성에 달려있다고 한다. 개의 이용성은 살아 있을 때 이용성과 죽었을 때 이용성으로 나누어지는 데, 살아있을 때 이용성을 중히 여기는 사회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고, 반대로 죽었을 때 이용성을 중히 여기는 사회에서는 개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몽골에서는 개가 살아있을 때의 이용성이 커서 그랬는지 개를 식용으로 하지 않는 데,
 내몽골지방 음산에서 발견된 암각화에는 개가 양을 모는 그림도 있고, 말탄 사냥꾼 뒤를 쫓아가는
 개의 그림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개가 일찍부터 유목과 수렵에 사용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중국북쪽의 소수민족들 즉 흉노족이나 선비족 그리고 말갈족, 여진족,
몽골족들에게는 훌륭한 牧犬이 많았다고 한다.
다시말하여, 살아있을 때의 개의 이용성이 컸다는 것이다.

 개고기를 식용으로 했느냐의 여부를 판단하는 또 다른 잣대는 식량구조의 특성에 있기도
하였다고 하는 데, 식량구조에서 육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에서 개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경우에는
개를 식용으로 하지 않았고, 육류를 좀처럼 얻기 어려운 사회에서는 개를 식용으로 하였다고 한다.

 개고기는 우리만 즐기는 것이 아니고, 중국인들의 개고기 상식 역시 유명하였다.
 강소성 시현과 호남성  상서의 개고기는 기록에 남아있을 정도로 특히 유명하였다. 천년도 넘는 역사이다. 개고기는 폴리네시아인들도 식용으로 하였으며, 아프리카 일부지역의 토인들 역시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였다는 보고가 있었으며-망구베츠족이 대표적인 예이다.- 북미대륙의 인디언들도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개가 언제부터 인간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대개 구석기 말,
신석기 초에 가축화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몽골에서는 석기시대 유적에서 개뼈가 발굴이
 된다고 하니, 그 역사를 가늠할 수가 있다. 몽골인들은 서구인들처럼 개를 애완견으로 하거나,
 서구인들의 전설과 신화속에 일부 녹아있듯이 개를 신성시 하지는 않는다.

 이즈음은 많이 변하였지만, 몽골인들은 개를 사고 팔지는 않는다. 오히려 교환하였다.
 강아지를 얻어가는 사람은 개주인에게 하다츠쿠라는 비단천을 답례로 주었다.

 강아지를 고르는 기준은 꼬리가 서 있는 녀석, 눈이 살아있는 녀석(몽골사람들은 개눈으로 개를
평가하기도 하는 데, 개눈에 누른 동자가 덧붙여져 있는 듯한 눈을 가진 개를 특히 선호한다.),
꼬끝을 손가락으로 튕겨도 소리를 지르지 않고 참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유목민들은 수놈을 선호하였다. 수놈이 암놈보다 용감하고 싸움을 잘하기 때문일 것이다.

 칭키스칸은 네마리의 준마와 네마리의 충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하여진다.
개와 관련하여 칭키스칸이 남긴 말은 "주인이 귀하게 되거나, 천하게 되어도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변하지 않는 것은 개뿐이다."라고 하여서 개를 충성과 신의의 동물로 보고 있음을 나타내었다.
몽골인들 일반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몽골의 전통과 문화중 거의 대부분이 우리와 유사하거나 동질적인 데 반하여, 특히 개와
 관련하여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 데. 그 이유는 우리 선조들이 몽골고원을 지나서 한반도로
 들어오고 난 다음에는 기후등 주변환경의 차이로 인하여 농경문화적인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과정중에서 오게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개를 식용하게된 이유도 다름이 아니고, 식량구조에서 개를 제외하고서는 마땅한
육류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