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을 향해가는 고행의길
브리더라면 누구나 우수한 개를 번식하고 싶어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가치있게 여겨지는 번식은
"애견 생활의 꽃"이라고 일컬어진다.
인내와 노력을 통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고난의 길인 번식의 종류를 알아본다.
번식(Breeding)은 간단히 말하면 자견을 생산하는 것이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우수한 자견을 생산할 목적으로 적절한 수컷과 암컷을 선택하여 교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제대로 된 번식을 위해서는 적절한 개의 선택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의 선택은 우수한 개를 선발하는 전람회장에서 이루어진다.
경험이 많은 번식자(Breeder)들은 번식을 '주사위 던지기(Crap shoot)'에 비유하는데, 아마 이것이 번식의 어려움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번식이 어려운 것은 유전이 자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 설명되는 완두를 이용한 멘델의 유전법칙과 달리 개의 유전은 좀더 복잡하다. 어떤 경우에는 우수한 부모견 사이에서 전혀 열등한 개들을, 반대로 열등한 부모견 사이에서 아주 열등한 개들을, 반대로 열등한 부모견 사이에서 아주 우수한 개들을, 혹은 부견이나 모견보다는 한세대를 건너뛰어 조부모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개들을 배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브리더의 의도대로 번식 결과가 나타나면 좋겠지만, 강아지들은 의외의 모습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한마디로 예측 불허다.
물론 유전학을 잘 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개를 배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브리더들은 대부분 유전학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가 없이도 자신의 번식 프로그램에 무의식적으로 유전에 대한 여러가지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번식이란 기본적으로 현재보다 우수한 개를 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떄문에 다음에서 설명할 인브리딩, 라인브리딩, 아웃크로싱 그리고 기타 번식 방법들 중에서 어느 것이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냐는 전적으로 브리더의 선호와 관련이 있으며, 어느 하나보나는 이들 방법이 중복되어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인브리딩(Inbreeding : 근친번식)
인브리딩이란 정확하게 아비 개와 딸, 어미 개와 아들 그리고 한배의 형제자매간에 교배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브리딩은 종종 국내의 브리더들에 의해 잘못 이해되고 있기도 하다.
먼저 인브리딩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이해하는 경우다. 조부모견과 손자견, 삼촌(고모)과 조카, 그리고 배 다른 자견 사이의 번식까지도 근친의 범위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다음에 소개할 라인브리딩에 해당한다. 또 하나의 장벽은 개의 번식에 사용되는 인브리딩을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지나치게 터부시하는 경향이다. 물론 인간의 경우라면 근친이란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이지만, 동물의 번식에까지 지나친 도덕성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일부에서는 인브리딩을 맹목적으로 혐오하는 근거로 열등한 자견, 생식 능력의 결함, 적은 수의 자견, 유전적인 결함, 사람을 무는 개와 같은 성격적인 문제점 등을 들고 있다. 물론 오랜 기간에 걸쳐 행해지는 인브리딩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인브리딩에 라인브리딩과 아웃크로싱을 적절하게 가미하는 것이다.
인브리딩은 장단점을 많이 갖고 있는 번식 방법이라, 쇼도그(전람회용 개)보다는 퍼포먼스도그(실전용 개)에서 좀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라인브리딩(Linebreeding : 계통 번식)
라인브리딩이란 주로 조부(모)견과 손자(녀)견, 삼촌(고모)과 조카 그리고 배다른 형제 자매간에 행해는 번식 방법을 말한다.
이 번식 방법은 인브리딩에 의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인 결함 등을 방지하면서 인브리딩이 갖는 장점, 즉 혈통고유의 특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웃크로싱(Outcrossing : 이계 번식)
아웃크로싱이란 타 견종 간의 번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4-5대에서 공통되는 조상을 갖지 않는 번식방법을 말한다.
아웃크로싱에 관련된 편견은 아웃크로싱이 일부에서 무조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특정 혈통 고유의 특징을 사라지게 하고, 결코 좋은 후대를 만들 수 없다는 주장으로 인브리딩만이 제대로 된 후대를 낳을 수 있다고 믿는 브디더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무분별하고 무계획적인 아웃크로싱은 결국 특정 혈통의 고유한 특징을 말살하고 후대에 제대로 된 개를 낳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특정 혈통에 없는 특징을 가진 다른 혈통의 개와 번식함으로써 그 특징을 얻을 수 있으며, 반대로 바람직하지 않은 특징을 가진 혈통의 개 역시 우수한 혈통의 개와 번식시킴으로써 이를 상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기타 번식 방법
기타 번식 방법으로는 유사 교배(Like begets like)라는 초기 번식 형태가 있다. 이 방법은 오래전 다양한 견종을 만드는데 사용되었으며, 주로 브리더가 자신이 원하는 개들을 생산하기 위해 번식에 사용된 부모견과 유사한 개들을 선택하여 번식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에도 가장 중요한 번식 방법 중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번식에 있어 가장 큰 전제조건은 기본적으로 번식에 사용되는 개들은 브리더의 관점에서 볼때 우수한 개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애견문화가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국내 실정에서는 브리더에 대한 인지도가 미미한 상태지만 브리더가 없이는 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브리더들은 "번식은 끝없는 고행의 길"이라고 말하지만 견종 표준에 걸맞는 우수견을 배출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좋은 개들이 배출될 가능성도 커질것이다.
글 - 천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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