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삽살개를 팔면서 그들은 하교수가 몰래 고가로 팔고 있다고 소문을 내든지 아니면 원래 보존했던 개가 아니라 모두 사들여서 삽살개라고 속였다고 주장함으로 그들의 행동이 어느 정도는 정당화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대구의 어떤 개 훈련사는 TV에 출연하여 하교수 와 친구사이이며 연구 초기에 삽살개를 여러 마리 구해주었다고 주장하는 일까지 있었는데 제대로 대화조차 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개를 구하러 왔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여 한을 품고, 오랬 동안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려 애를 먹인 사람으로 대구에서 가구상을 하는 권모씨와 가짜 삽살개를 팔아 큰 돈을 벌었다는 서모씨가 있다.
그러나 삽살개 숫자가 불어나면서 겪게된 내부적 어려움 들은 좀더 구체적인 것들이었다. 만성적인 재정적자는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보존사업 전 기간을 통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은 관리인 부족, 열악한 시설로 인한 질병의 만연과 사고 피해, 사료비 부족으로 인한 영양 결핍 같은 것들이었다. 강아지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은 수가 폐사 하는데, 미리 유산으로 받은 부동산도 처분하여 개 사료비로 다 써 버린 95년경에는 개를 더 이상 유지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리석은 일 같아 보였다. 당시 내가 처한 상황은 호랑이 등에 올라 탄 채 내리지 못하는 형국이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하나님을 알게되었다.
95년 초봄부터 아내와 함께 동네 교회의 새벽 기도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노자와 장자를 즐겨 읽고 주역이나 좋아하던 내가 교회에 그것도 새벽 기도에 나간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였었다. 새벽시간에 신앙체험을 하며 기도가 조금 깊어지려는 7월 어느 날 일간스포츠를 시작으로 “삽살개는 가짜다” 라는 주장을 퇴계로의 윤신근 수의사가 하고 나왔다. 일본에서 들어온 김두량 개 그림에 삽살개 품종을 표시하는 글자가 있다는 거짓말로 시작된 이 논쟁은 그 후 한 동안 대단히 고통스런 시련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홍과 삽살개 두 단어 외에는 전부 거짓말만 늘어놓은 것인데도 언론에서는 기사 거리가 되었으며 사람들 사이에서는 화제 거리가 되었었다.
5년이 지난 2000년 언젠가, 윤씨에게 악한 지혜를 빌려주었던 일간스포츠 신모 기자가 “기사가 탐이 나서 그랬습니다. 더 이상 기사로서 괴롭히지 않겠습니다” 라는 사과를 할 때까지 입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윤씨가 보낸 PD수첩의 취재 또한 함정이었다. 확실한 연구결과를 이야기한 교수들은 모두 빼 버리고 거짓말하는 개상인들 몇 사람을 출연시켜 각색한 후, 윤씨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면서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로 결론을 맺은 것이다. 언론에서도 상당 부분 돈이 권력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나를 지탱하게 한 것은 성서의 시편 37편과 기도였었다. 95년 겨울의 길고 어두운 터널을 더듬어 나오는데는 성경과 기도가 큰 힘이 되었다.
96년에 들어서면서 참으로 귀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당시 국비 지원이 조금 있긴 했지만 그 해 겨울을 넘길려면 4000만원이 더 필요했다. 대부분 인건비인데 사료비도 부족했다. 40일 작정을 하고 시간을 정해 기도를 했는데 40일 되는 마지막날 학교로 FAX가 한 장 날아들어 왔다. 40대 초반의 대기업 임원이었는데 한번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 후 이분의 주선으로 적절한 때 3500만원의 지원금을 얻어 겨울을 무난히 넘길 수가 있었다, “내가 하고 싶지만 못하는 일을 하교수가 대신 해주고 있는데 돕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감사의 표시를 했을 때 그가 한 이야기는 이 한마디 뿐 이었다. 그는 올해에도, 10사람으로 직원이 불어난 사육장과 보존회에 .작업복과 신발을 보내 주었다.
97년과 98년을 지나면서 귀한 분들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김광일 변호사의 이사장 취임은 그가 지휘봉을 맏으신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윤과 신기자의 헐뜯음이 잠잠해지고 보존회가 모양 세를 갖춰가기 시작한 것이다. 민변회장을 지낸 최영도 변호사, 도자기 엑스포 조직위원장이었던 김종민 전차관, 한겨례신문사의 최학래 사장등이 보존회의 이사가 되셨으며 이들 외에도 각계의 귀한 분들이 관계에서 또는 언론에서 힘이 되어 주셨다.
사실 독도 지킴이 라는 삽살개의 새로운 상징성을 만들어 가는 데도 드러나지 않은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사람들도 한번 가보기 어려운 독도에, 삽살개는 그것도 가족으로 이주하여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데는 한 분의 경찰청 차장과 또 한 분의 민족의식 있는 청장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일제 때 수난 당한 한 반도의 영령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토록 조직적이고 철저히 멸족 당한 우리 토종개 중에서는 오직 삽살개만이 살아남아 일본을 향하여 꾸짖고 있는 것이다.
99년에는 오랜 개 훈련사 경력이 있는 한국일군이 사육장 관리를 맡으면서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되었다. 개로서 박사학위를 받겠다고 찾아온 한군은 개 훈련사 로서는 드물게 대학을 나온 우수한 인재였다. 보존회와 연구실을 맡아 자기 일처럼 열심을 다하는 제자들이 늘어나면서 치료견 사업 같은 새로운 일들도 할 수 있게 되었다. 2000년 여름에는 지역 안배하여 100두의 강아지를 무상분양 함으로 100명의 회원을 일시에 얻기도 하였다. 이일을 시작한 이래 18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그때 꿈꾸어 온대로 이 개들로 인해 즐거워하는 애견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경산의 사육장에는 멸종의 위기는 넘긴 600마리의 삽살개들이 자라고 있다.
보존사업을 시작할 때 해야할 것으로 생각한 네 가지 작업 즉, 첫째 우수한 삽살개 집단을 육성하는 일은 이로써 성취되었으며, 둘째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여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일 역시 20여 편의 국내외 과학논문의 출간과 4회에 걸친 국제학술 심포지움의 개최로 일단 시작은 성공한 셈이다. 셋째 옛 문헌 자료를 수집하여 삽살개의 옛 모습을 살려내는 일 역시 “우리 삽살개”란 책에서 집대성되었는데, 출간 직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와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되었다. 넷째 정당한 자리 매김을 받도록 하는 일 역시 천연기념물지정과 독도 지킴이 로서 상징화 작업이 성공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이 글이 세상에 나올 때쯤 해서 정병국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삽살개 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우리 애견사 에도 한국인들에 의해 보존된 진정한 우리 토종개 한 품종이 발전의 확고한 기반 위에 서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삽살개를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참으로 많은 친구와 아름다운 사람들을 얻게 되었다. 감사할 뿐이다. (www.sapsare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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