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추석 잘 지내셨는지요?
간만에 가족 친지들과 모여  좋은시간 보내셨으리라 믿습니다.
저역시 추석을 맞아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고 난후
그럭저럭 하루를 조용히 보냈습니다.
남은 연휴 뜻깊게 보내시길 바라며 장거리 운전하시는 분들께서는 운전조심하시고
겸하여 고문서에서  발췌한  추석관련 이야기 한토막 소개합니다.



朝鮮의 名節 秋夕 이야기


별건곤
발행연월일  1931년 9월 1일
필      자  :  미상


중추가절 팔월가우라 하야 달 밝고 철 조흔 추석 명절이 또 다시 우리를
차저준다.
명절을 명절답게 지내보지 못하는 우리에게 차저주는 명절이 무엇이 그리
반가우랴마는 이 명절만은 우리의 명절로 하야 오래오래 지켜가도 해가 업슬까 한다.

추석 명절의 유래! 부득히 옛일을 끄집어낼 것도 업지만 어째서 추석 명절이라는
것이 생겻는가를 알어보면 이러타 한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이천 년이 가까이 된 신라 유리왕(新羅儒理王) 때에 우로는
왕비나 왕녀로부터 아래로는 일반 민간의 부녀들에게까지 두 편을 갈라 가지고
七月 보름부터 八月 보름까지 서로 길삼(베짜기)을 하야서 八月 추석날에 모다 모아
가지고 한달 동안의 성적을 보아서 어느 편이 잘 짜고 만히 짠 것을 조사하야
나라에서는 상을 주고 진 편에서는 익인 편에 대하야 큰 잔치를 베푸러 가지고
한 턱을 내이며 잔치 끄테는 모다 서로서로 짝을 지어서 제각기 가진 재조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그 하로를 즐겁게 지냇다 한다. 그리하야 그것이 풍속이 되야
가지고 그날을 가배절(嘉俳節)이라 혹은 八月 가우(嘉優)라고도 하고 또는 환가우
(還嘉優)라고도 불르며 오늘까지 전해 내려오는데 하여튼 나라의 왕비와 왕녀로부터
민간 부녀들까지 길삼을 해 가지고 그 성적을 고사한다 또는 그 하로를 즐거이 지낸다
한 것으로 보면 퍽이나 평민적으로 된 명절이요 더욱이 부녀들에게는 더할 수 업시
깃븐 명절이엇든 것을 알 수 잇다.
그리하야 근련에 와서는 길삼의 성적는 고사하는 풍속은 업서젓스나마 지방을
따라서는 추석날이면 일년 내 방안에만 가처 잇서서 문밧 천지를 구경하지 못하든
색시와 신부와 부인들이 하로의 틈을 비로소 어더서 고흔 옷 고흔 단장으로
이름 잇는 산에 올라서 바다도 바라보고 강도 바라보며 들도 바라보고 산도 바라볼
뿐만 아니라 시원한 바람도 쐬게 되며 혹은 이웃동리에 잇는 친척.동긔간.옛날동무를
맛나서 마키엇든 회포도 풀고 시집사리 하소연도 하며 반가운 눈물 애달픈 눈물을
서로 박구는 날이니 그날이야말로 여자에게는 해방의 하로라고 볼 수 잇는 날이엇다.

그러나 요 새에 와서는 그만한 여유조차 업시 되야 그런 풍속까지 볼 수 업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생활 범위가 얼마나 더 쭈부러저 드럿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잇는 일이다.
그러나 명절이 업는 민족은 활긔가 업는 민족이요 명절을 명절답게 지나지 못하는 사회는
빗치 업는 사회이다. 더위와 장마도 멀리 지나가고
연긔 어리고 물 맑으며 바람 시원하고 달 밝은 데다가 새 곡식이 익고 새 과일이 익어오며
더위와 싸우든 한여름.피와 땀을 방울방울이 흘리든 한여름을 지나노코 농부는 비로소
호미를 노코 촌부녀들은 농사 바누질을 쉬게 되는 때가 이 추석철이다. 이 하로를 정하야
농촌의 남녀로 하야금 한여름 동안 피곤한 몸을 쉬게 하고 위안을 밧게 한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의미 잇는 명절이다.
명절 업는 우리, 잇고도 명절답게 지내지 못하는 우리에게 이 추석 명절만이라도 영구이
영구이 지켜저 갓스면 하고 우리는 그윽히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