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시골장에 갔다가 몸보신용으로 거금 일만원을 주고 산마를 샀는데 약간 먹고는 검정비닐봉지째로 창고로 쓰는 빈방 한켠에 넣어두고설랑은 잊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몇달이 지난 오늘에와서야 까맣게 잊고있던 녀석을 문득 발견하고보니 그동안 거의 완전히 건조되어 바짝 말라서 미이라가 되었는데 그중 한녀석이 물기가 전혀없이 삐쩍 마른몸체에 생명의 불씨를 지피듯이 일미터 가량의 앙상한 줄기를 내어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쪽으로 뻗어나 있는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냥 먹던지 살도록 땅에 심어주던지 할일이지 구입할때의 검정봉지에 담은 그대로 바짝 메마른 상태에서 한여름이 된 오늘날까지 있었으니 녀석이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요?
살기위해 빛이 들어오는 창문쪽을 향해 뿌리안에 마지막 남은 한방울의 물기를 짜내어 앙상한 줄기를 일미터가량이나 뻗어낸 모양을 보니 비록 식물이긴하지만 새삼 숙연한 마음이 드는군요.
녀석을 이제 골방속 메마른 비닐봉지에서 해방시켜서 산골짝 양지바르고 물기많은곳에 심어주어 생명의 불꽃을 맘껏 펼치도록 해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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