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화에 이런 것이 있다. 어느 마을에 대단히 박식하고 인망이 높은 어른이 있었다. 어느날 한 상인이 그를 찾아왔다. 『우리 가게에는 6명의 경리직원과 6개의 주판이 있습니다. 그런데 장사의 규모가 2할이나 늘어났습니다. 그렇다고 경리직원을 더 쓰고 주판을 더 살 만한 여유는 없습니다. 또 경리직원을 더 쓴다 해도 한 명으론 부족하고 2명이면 너무 많습니다.』 마을 어른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매우 간단하다. 지금 있는 경리직원들의 손에 손가락을 하나씩 더 심으면 된다. 그러면 계산능력이 2할 늘어나니까 사람을 더 쓸 필요도 주판을 더 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상인은 어른의 시원스러운 해결책을 듣고 여간 기쁘지가 않았다. 그는 어른에게 두번 세번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방을 나오려다 어른에게 물었다. 『어른은 참으로 지혜로운 분이십니다. 그런데….』 하며 그는 잠시 머무적거리다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제가 너무 어리석어서 여쭈어보는 건데 어떻게 경리직원들의 손가락을 하나씩 더 늘릴 수 있는가요?』 어른은 태연스레 담뱃대에 불을 붙이면서 대답하기를 『그건 참 좋은 질문이다. 그러나 나는 해답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그 다음은 자네가 알아서 할 일이다.』
석가는 어느날 제자들에게 이런 문제를 냈다. 『세상의 길에는 돌이며 나무조각이며 온통 사람들이 걸어다니는데 위험한 물건들이 즐비하게 떨어져 있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한 제자가 선뜻 대답했다.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길을 전부 사슴가죽으로 덮으면 좋을 것입니다.』 석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참 좋은 생각이다. 하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라. 이 세상의 길을 전부 사슴가죽으로 덮는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으냐. 그보다는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 발부터 사슴가죽으로 덮는 게 더 쉬운 방법이 아니겠느냐.』
이 세상에는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슬프게 만드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의 아들 딸들이 사람답게 살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많다. 우리나라의 일부 지도층 인사들은 말끝마다 이 세상을 보다 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대단히 좋은 얘기다. 그러나 그들은 말뿐이다. 그것은 마치 『나는 해답을 가르쳐주기만 하면 된다』는 중국 우화의 마을 어른을 보는 것 같다. 그것은 또 온 세상의 길을 사슴가죽으로 덮자는 제자들과도 같다. 그처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만 말고 겸허한 마음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해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면 어느 사이엔가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이렇게 석가는 가르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는「나라 살리기」니 「나라 세우기」니 하는 등의 나라사랑 운동이 여럿 있다. 그 운동대로라면 조금은 살기 좋은 나라가 됐을 법도 하다. 그런데도 자연은 더 더러워지고, 교육환경은 더욱 열악해지며, 돈에 대한 욕심은 더욱 사회를 어지럽히고, 사람들의 도의심은 더욱 떨어져가고만 있다. 만약에 그런 운동을 일으킨 「사회명사」들이 제 발부터 녹비로 덮고, 제 집 앞길부터 청소해나갔더라면 조금은 더 밝은 세상을 기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느 국민운동을 한다는 사람의 가족이 피서지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더라는 기사를 읽고 해보는 소리다.- 조선일보/홍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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