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10월15일입니다.

10월의 절반에 들어 선 일요일입니다.

어제, 그제로 날짜를 거슬러 역산하면 13일이고 요일은 금요일입니다.

13일의 금요일, 서양에서 이 날은 대단한 흉일(凶日)로 봅니다.

오래전부터 13을 흉수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는 데다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밖혀 죽은 날이

이 날이라 전해지면서 흉일로 고정되어 버렸습니다.

중세 서양사는 카돌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합니다.

4세기에 들어서면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래 이 종교는 로마

판도를 장악했고 오래도록 정교(政敎)일체로 이어졌습니다.

아니, 정치는 교회의 힘에 눌려왔습니다.

국왕의 자리에 앉으면 우선 교황으로부터 추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국경에 관계없이 유럽 전역의 주민들은 로마 카돌릭 신자였기에

국왕이 가진 왕권보다 교황의 권위가 훨씬 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때, 국왕이 교황에게 도전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의 하인리히 4세는 당시의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의

황제임명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주장했습니다.

하인리히 4세는 자신이 이렇게 나서면 주위의 모든 제후들이

호응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제후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교황의 심기를 건드려 자신들의 위치가 위태하게 되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끝내 하인리히 4세는 눈 쌓인 알프스산을 넘어 카놋사 성에 머물고 있는 교황을 찾아가

맨발로 눈위에 서서 3일 밤낮을 식음 전폐 한 채 사죄했습니다.

이를 두고 사가(史家)들은 카놋사의 굴욕이라고들 합니다.

여기서 굴욕이란 말은 국왕의 입장입니다.

교황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신과 교회의 위엄을 한껏 드러 낸 승리의 사건이라 할 것입니다.

이같이 중세 서양사는 카톨릭사와 맞물려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회사적인 안목으로 볼 땐 암흑기라 말하기도 합니다.

해묵은 고목처럼 교회는 곳곳이 죽고 썩어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월이 오래도록 흐른 뒤에야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으로 이어지지요.

당시, 카톨릭 사회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반드시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아야 했고 세례를 받은 증서를 가지고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세례를 받지 못하면 죄씻음을 받지 못했기에 마귀의 자식으로 지목되어

정상적인 시민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가지고 종교적 권위를

내세웠습니다.

다시 13일의 금요일로 돌아가 봅시다.

이 날이 흉일이라지만 흉일로 알고 그렇게 받아 드릴 때에 흉일이 되는 것입니다.

법이 법으로 정해져 우리를 얽어 맬 때에 법이 되어 범법자를 만드는 것이지

법이 정해지지 않고 그 것이 우리를 얽매지 않는다면 범법자를 만들 수 없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음주상태로 자동차 운전을 하면 법이 정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음주운전에 따른 법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음주운전을 한다 해도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흉일을 흉일로 받아드린다면 흉일이 되어 이 날을

터부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에 자유자 되어 그 어떤 종교적 관습이나

사회적 세습에서 벗어나 오늘을 산다면 편하고 명랑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일상의 잡다한 사건들에 무관심할 수 있다면 더더욱 평온하고

청정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