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산길을 걷습니다.

드문드문 붉은 소나무 아래 키 작은 나무

애처롭게 멀대처럼 돋아 선 엉킨 가지위로

성깔스런 모진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숲의 나무야 참나무가 되었던,

벚나무가 되었던, 어쩌면 싸리대가 되었던

산의 품에서 안락하게 서로 상생하며

말없는 대화를 정답게 나누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산은 숲을 만들고

숲은 짐승을 기르고

바람은 악기처럼 소리 내어

철따라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줍니다.

어느 날, 사람이 숲으로 들어가면서

고요한 숲은 난장판으로 바뀌고

짐승은 순식간에 돈으로 변하여

돈은 인간이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만들었어요.

멧돼지 한 마리는 얼마이고

쓸개는 얼마이며, 고라니 꼬리하나에 얼마이고

지역마다 다른 까닭에 종잡을 수 없는 것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독소가 되어버렸네요.

몇 사람의 작당에

해가 서쪽으로 진다면

분명 천지개벽일 것이고

해는 그 빛을 잃을 것인데.

자연과 인간

서로의 긴 역사 속에서

쓸데없는 욕심으로

다음 날에 어둠이 들지 않도록

가늘고 짧은 가지 끝에

매서운 칼바람이 다시 불어옵니다.

항상 시작은 어려웠고

때로는 죽어 삭정이가 될지라도

밝은 해는 분명 연약한 가지 끝에서 푸른 새싹을 돋게 할 것입니다.

그렇듯, 진정한 수렵인은 따스한 봄볕을 받을 날이 반듯이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