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여러분 까치설은 잘 아시지요?

그렇습니다.

설 전날 그러니까 섣달 그믐을 까치설이라 하지요.

그러면 왜 이 날을 까치 설날로 부르게 됐는지는 아세요?

아마 잘 모를 것입니다.

제가 이에 따른 유래를 얘기할께요.

오래전, 그러니까 옛날 하고도 더 오래된 옛날 호랑이 담배피고

여우가 둔갑하든 옛날이었습니다.

그때는 땅 위에 기는 동물들은 사람이 지배하고

공중을 나는 새들은 까치가 지배하고 있었답니다.

지금은 까치가 몰락한 조중지왕(鳥中之王)이 되었지만 흔적은 남아있답니다.

우선 입은 옷이 다른 새들과 다릅니다.

새들 대부분은 보호색을 띠고 있지요.

따라서 칙칙한 갈색이 많습니다.

까치만 유일하게 등은 검고 배는 하얀색으로 눈에 확연히 들어옵니다.

짖는 소리도 날카롭고 톤이 높습니다.

우리 사람은 느끼지 못하지만 새들에게는 호령으로 들린다나요.

지능에 있어서도 다른 새들과 비교하자면 월등히 높습니다.

새에 대하여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까치들이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정월 초하루를 설날로 정해 큰 명절로 지키는

것을 보고 자신들도 명절을 만들어 정하기로 했답니다.

까치 장로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언제로 명절을 삼을 것인가?

갑론을박의 진지한 토의 끝에 섣달 그믐을 자신들의 명절로 정하는 게

좋겠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왜냐? 까치 자신들이 사람들보다 못할 것이 없다.

사람은 땅위를 걷지만 자신들은 그들의 머리 위를 날지 않는가.

따라서 까치가 사람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음을 천하게 알리기 위해서는

사람들보다 앞서 명절을 쇠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섣달 그믐이 까치설이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한 세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까치설이란 말은 없었답니다.

이 날을 아치설 혹은 아찬설이라고만 했답니다.

윤극영 선생이 설노래에 까치설을 넣었고

이 동요가 널리 불리게 됨으로 해서 섣달 그믐이 까치설이 되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의식이 풍족해 입고 먹는 것에 구애를 받지 않지만

반세기 전만해도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명절이나 돼야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설빔이라 하여 좋은 옷 입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고유의 설빔으로는 색동옷이 있었습니다.

조상들은 어린시절 설이 되면 이 색동옷을 입었고 색동옷을

다른 말로 때때옷, 까치옷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설 전날, 그러니까 작다는 의미의 아치설에 이 색동옷을 입어보았고

옷의 한 이름인 까치옷에서 따온 이름으로 까치설이란 이름이 생기게 됐다는

다른 한 편의 주장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오늘은 까치설입니다.

이날의 풍속 가운데 묵은 세배란게 있습니다.

아마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다 가는 한 해를 무사 안녕히 넘기며 부모님과 친인척들에게 드리는 세배입니다.

설날 세배와 달리 한정된 세배로 먼 친척으로부터 가까운 인척으로 들어 맨 뒤에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는 풍속입니다.

같은 항렬은 제외되고 위엣 항렬만 가려 어른들께 절을 올렸습니다.

설 세배는 부모님에게 먼저 큰 절을 올리고 점차 넓혀가며 집안 어른은 물론

이웃의 타성 어른과 연장자에게까지 절을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요.

현대판 묵은 세배란 객지에 나가 가정을 가지고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가

부모님 찾아 귀향해 큰 절 올리고 두둑히 용돈을 드리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형태는 달라도 시의적절한, 의미 살아있는 묵은 세배란 생각이 듭니다.

이 묵은 세배에 따른 저의 기억이 있습니다.

책에서 읽었고 아마 이규태의 “서민의 의식구조”가 아니었나 합니다.

조선시대 사회상은 빈부차가 심하게 나타납니다.

설이 되어도 제사상 차리기 어려운 집들도 적잖았습니다.

이런 집을 잘사는 집안 자제가 묵은 세배의 명분으로 찾아가 절을 올리고

제사 차릴만큼의 돈을 놓고 나오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시대에도 지키고 되살릴만 한 미풍양속이라 여겨집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입을게 아니라 춥고 배고픈 집안과 이웃을 살펴보는

명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려봅니다.

회원 여러분

즐거운 설 되시고

다복한 한 해가 되세요.